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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ius(어딘가의 초차원 오픈 카톡방)

last modified: 2025-04-30 11:55:17 Contributors


 이 문서는 파이널판타지14의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신다면 지금 당장 도망치세요.
 






















연표

1세
제6성력 1551년

 별빛 5월(현실의 9월) 1일에 탄생합니다.

4세
제6성력 1554년

  구 샬레이안 식민도시, 현 이딜샤이어 근방에 유기됩니다.
 이후 경비대한테 붙잡혔다가 연구원 부부한테 입양됩니다.

12세
제6성력 1562년

 샬레이안 대철수와 함께 북해로 이주합니다.

14세
제6성력 1564년

 샬레이안 마법대학에 입학합니다.

15세
제6성력 1565년

 샬레이안 마법대학을 중퇴합니다. 대륙으로 돌아간 뒤 본인의 고향에 방문합니다.
 제국의 황자인 제노스와 그가 이끄는 제국군 중대로 인해 일족이 몰살당합니다. 본인은 제국에 피랍되어 도마 주둔지에서 옥살이를 시작합니다.

22세
제6성력 1572년

 제7재해 발생
 제7재해로 인해 방범이 느슨해진 틈을 타 탈출에 성공합니다.

27세
제6성력 1577년, 제7성력 1년

 인게임의 신생~창천 스토리가 진행된 해입니다.
 오랜 감옥 생활로 넝마가 된 몸을 수습한 뒤, 돈벌이를 위해 모험가 생활을 시작합니다.
 발 섬 소멸 사건으로 양아버지가 사망합니다.

29세
제6성력 1579년, 제7성력 3년

 리베리가 톡방에 접속한 현재 시점입니다.
 인게임의 칠흑~효월 스토리가 진행된 해입니다.


Liberius


[1]

상태 메세지
(없음)
캐릭터 소개
파이널판타지 14 기반 캐릭터입니다. 뭔가 이것저것 많이 하고 다니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슬라임같은 캐릭터입니다.
본명 에르킨 다무 파호드 (Erkin Damu Farhod)
나이 29
성별 남성
국적 현 그리다니아
종족 아우라 젤라
생일 별빛 5월 1일 (9월 1일)
직업 그때그때 다름[2].
상태 생존



1. 소개

파이널판타지14를 기반으로 한 '빛의 전사' 캐릭터입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서사를 그대로 가져왔으니만큼 캐릭터 서사에 원작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이에 관해 오너한테 질문을 주신다면 에버노트 등의 외부 링크를 통해 안내드리겠습니다. 역극방 내에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 특징

리베리가 보내는 이상한 그림들의 예시.

  • 카톡을 하면서 직접 그린 그림을 섞을 때가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그려서 보내는 수제작입니다.
  • 직업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현재는 채집업과 제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 네 개의 뿔 중 아래쪽 한 쌍만이 진짜 뿔이며, 보는 사람 기준으로 오른쪽 뿔이 부러졌습니다. 위쪽 뿔 한 쌍은 전정 능력을 보완하기 위한 보조 장치입니다.
  • 뿔 한 쪽이 부러진 탓에 그 방향 소리를 듣지 못 하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일부러 뿔 소생을 피하고 있습니다.
  • 꼬리가 있습니다. 채찍같이 얇은 꼬리 끝쪽에 가시같은 돌기가 있습니다.
  • 가장 많이 하는 직업은 점성술사지만 가장 좋아하는 직업은 전사입니다.
  • 내로라하는 싸움꾼이며 목숨을 건 전투를 즐깁니다. 그러나 동시에 합의되지 않은 전투를 최대한 피하려고 하며 이성과 대화로 사태를 해결하고자 노력합니다.



3. 인간관계

3.1. 톡방 내 사람들

draconianLady

 톡방에서 만났던 사람들 중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한 명 꼽으라고 하면, 리베리는 에즈를 고르지 않을까 싶어요. 대화하면 재미있고 복잡한 생각 없이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에즈와 노는 게 재미있다고 합니다. 리온소나와 싸울 수 있는 공간을 빌려준 걸 보면 성정이 나쁜 사람같지도 않아서 더 호감이 가기도.
 어서 투기장이 완성되어서 자기를 초대해줬으면 좋겠대요. 다시 싸우고 싶어 합니다.

마루  마루가 준 싸인은 공방 문 위에 액자에 걸어서 전시해놨어요.
아메노하바키리  톡방 상황이 시끌시끌할 때 자주 나타났던지라 아직 깊은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지는 못 했지만... 상대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려는 게 눈에 보여서 좋게 보고 있습니다. 장인으로서의 호기심으로 무기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대요.
HiO

 현장에서 실천하는 연구원이라는 데에서 호감 점수 +100를 기본으로 깔고 들어갑니다. 톡톡 건드리면 반응을 재미있게 잘 해줘서 같이 노는 재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한테서 현장 답사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장난도 많이 치고 합니다만 곤란한 일이 있을 때엔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같은 세상에서 태어나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공간을 모험했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사백오십삼

 처음에는 '어디에 갇힌 초월격 존재인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아니라서 안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첫인상보다 더 지적이고 이성적이며 또 장난기도 없잖아 있다는 데에 놀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나쁜 인상은 아니에요.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바깥에 잘 나가려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함을 가지고 있어요. 소극적으로 숨어들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계속 표현하고 있습니다.

미리내

 도덕 수업을 할 적절한 타이밍이 오기를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꼭 계몽을 시키고 말리라고 벼르는 중이에요. 미리내가 성정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충분히 짐작하고 있기에, 현실에 타협한 냉소적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어요. 이런 본인의 태도가 오만에 가깝다는 건 자각하지 못 하고 있고요.
 그리고 벼리의 털을 실제로 만져볼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Rion

 선생님... 내지는 이웃집 삼촌같은 시선으로 리온을 귀여워하고 있습니다. 그 나잇대 학생다운 활발함과 친화력이 리온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나름의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높게 평가하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리온의 세상에 직접 놀러가서 같이 놀아보고 싶다고 합니다. 꼬리와 뿔만 어떻게 좀 하면 될 것 같은데...

Sonar.EXE

 처음에는 냉철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이라고 봤는데, 날이 갈 수록 '어라 이 사람... 생각보다 흐물텅한가...?' 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고 해요. 본인의 파트너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끼는 게 눈에 보여서 소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리베리가 동료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을 좋아해요.
 그리고 소나랑은 언제 다시 한번 싸워보고 싶대요. 대련할 때 흘려가듯 들었던 속성 관련 상성에 흥미가 있기도 하고요. '좀 더 갈고닦으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씁... 가르쳐보고 싶은데...' 라고 합니다.

아카링

초반에는 '군기가 빠져있네...'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요(아무래도 현직 쌍사당 대위이다보니...), 최근으로 갈수록 존경할만한 사람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나이가 많이 어린데도 불구하고 최전방에서 작전을 이어나가는 모습이 멋있대요.
최대한 빨리 사태가 원만히 수습되어서 아카링하고 대련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S.J 뭔가... 무서운 사람입니다. 직감적으로 뭔가 자신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지만 굳이 관계를 안 좋은 쪽으로 끌고가고 싶진 않아서 캐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아무말이나 하며 지내는 게 좋대요.
칼라일

좋은 사람! 완전 좋은 사람!! 이라고 리베리우스가 반기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톡방의 사람들이 앞길이 행복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만 칼라일은 그 중에서도 그 정도가 가장 큽니다. 행복해졌으면 좋겠대요.
그리고 칼라일한테 보내놓으려고 빼둔 책이 아직 가방 속에 있대요.

해탈 톡방을 휘젓고 다니는 초월자 A 정도의 감상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잘 모르겠대요. 본인 세상의 세피라가 해탈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그렇지만 같이 장난치며 노는 건 즐겁다고 합니다.
로보 리베리우스가 많이 좋아하는 학생입니다. 모범생이니까요! 본인의 정체성에 고민이 많아보여 늘 도움을 주고 싶어합니다. 본인이라면 그냥 가족하고 연을 끊었을텐데 그러지 않는 걸로 보아 착하면서도 심지가 굳센 사람이라고 내심 여기고 있다네요.
화로 학생이라는 건 알지만 학생으로 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이 학생 대우를 받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서요. (...) 위험한 일에 발을 들이기보다는 조금 더 성실하게 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학생 때에는 나름대로 아끼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풋풋하기도 하고. 그런데 성인이 되고서부터는 한이를 이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혁명!!!!!관련 건도 물론 크지만 리베리우스가 사랑을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는 점도 한 몫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이한테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네요.
무야 뭔가... 자신을 포함한 톡방 사람들을 놀리기를 좋아한다는 건 알겠습니다만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탈출한 뒤로는 힘들지 않게 사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네요.


3.2. 세계관 내 사람들


4. 기타 설정

5. TMI


5.1. 리베리우스 토벌전

5.1.1. 일반 난이도


14개로 갈라진 세계 너머에 있는 광활한 차원들과 소통하는 힘을 빌려, '빛의 전사'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또 다른 '빛의 전사'를 만난다. 거울상처럼 똑같은 서로의 모습에 신기해하기도 잠시. 그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무기를 꺼내든다. 어떤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한들 빛의 전사와 전투는 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 차원을 뛰어넘은 나 자신과의 싸움을 지금 시작하자!


  • 초읽기를 올렸을 때
준비 시간인가요? 저도 마음을 다잡고 있겠습니다.

  • 누군가가 음식 or 탕약을 깠을 때
그렇게까지 준비하시면 제가 무섭습니다⋯.

  • 플레이어 부활 (최초 1회)
이런 기분이구나... 열심히 쓰러뜨렸는데 다시 부활하다니 이거 꽤 열받네요!

  • 탱커 리밋을 사용했을 때
그걸로 내 공격을 막아낼 수 있나 한번 봅시다!

  • 힐러 리밋을 사용했을 때
하하! 그 치유 마법을 두 번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도록 하세요!

  • 딜러 리밋을 사용했을 때
이 정도로 매서운 공격은 오히려 즐거운걸요!


"설레네요, 이 위치에 서보는 건 처음이라."
컴버라 탱커버스터. 피격 시 디버프 부여: 지속시간 종료 시 현재 hp가 최대 hp과 동일하지 않으면 즉사
광속 시전: 폴 말레피크

좌측 혹은 우측 180도 장판 공격 3회. 공격 방향에 별이 1개/2개/3개 뜨는 것으로 전조를 보여줌.
공격 3번이 모두 끝날 즈음 컴버라 디버프가 끝남.

"운명을 별에게 물어봅시다⋯⋯."
별빛 점지 기믹용 기술. 아제마/비레고 중 하나.
카드 풀이 1/3

아제마: 쉐어 공격
비레고: 개인 직선 장판. 8산개

그림자 점지 기믹용 기술. 살리아크/할로네 중 하나.
카드 풀이 3/1

살리아크: 쉐어 공격. 위에서 산개가 왔으면 여기서 살리아크
할로네: 개인 원형 장판. 위에서 쉐어가 왔으면 여기서 할로네.

대우주 광역기
"꽤 잘 버티시는데요!"
하루별읽기 필드 내부 역정삼각형 꼭짓점 위치에 원형 장판을 차례대로 설치함. 차례대로 별이 3개/2개/1개 뜨는 것으로 전조를 보여주고, 따라서 설치된 순서의 역순으로 장판이 폭발함.
그라비라 무작위 4명의 발밑에 원형 장판을 설치하는 공격을 3회 반복함. 아래의 광속시전: 폴 말레피크와 같이 옴.
광속 시전: 폴 말레피크 좌측 혹은 우측 180도 장판 공격 3회. 공격 방향에 별이 3개/2개/1개 뜨는 것으로 전조를 보여줌. 초반의 폴 말레피크와 달리 보여줬던 전조의 역순으로 장판이 오게 됨.
별빛 점지 기믹용 기술. 아제마/비레고 중 하나.
태양궁

아래의 카드풀이 1/3과 같이 옴.
하루별읽기와 이름만 다른 동일한 기술. 필드 내부 역정삼각형 꼭짓점 위치에 원형 장판을 차례대로 설치함. 차례대로 별이 1개/2개/3개 뜨는 것으로 전조를 보여주고, 따라서 설치된 순서대로 장판이 폭발함.

카드 풀이 1/3

위의 태양궁과 같이 옴. 태양궁 3번째 장판이 폭발한 이후 거의 바로 쉐어/산개가 폭발함.
아제마: 쉐어 공격
비레고: 개인 직선 장판. 8산개

소우주 광역기
"이렇게 즐거운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점복 페이즈 변경용 기술. 쫄이 6마리 나옵니다.
신탁 '점복'의 쫄을 다 패면 광역기와 함께 필드가 변경됩니다.
"저도 슬슬 진심을 다 해야만 하겠는걸요...!"

정사각형 필드가 두 개로 늘어남. 플레이어들은 후에 생기는 워프를 통해 두 개의 필드를 넘어다닐 수 있음.
리베리는 두 필드 중 하나에만 있으며, 나머지 필드에 있는 리베리는 환영. (환영을 타격해도 데미지는 그대로 들어감.) 아래 기믹 설명에서는 원본 리베리가 있는 필드를 '원초 필드', 환영 리베리가 있는 필드를 '거울 필드'라고 칭한다.
유효한 공격은 원본 리베리를 기준으로 들어가며, 환영 리베리는 원본 리베리를 그대로 모방한다. 즉 점대칭. 그러나 원초 필드와 거울 필드는 마주보는 선을 축으로 대칭으로 공격이 온다.
지금 있는 필드의 유형을 확인하고 올바른 회피 위치로 찾아가는 것이 2페이즈의 핵심 기믹.

"피할 수 있다면 알아서 피해보세요!"
원초의 해방 좌측 혹은 우측 180도 장판 공격 3회. 거울필드에 서있다면 공중에 보이는 전조와 바닥에 보이는 전조가 서로 반대이며, 이 경우 바닥의 징조를 기준으로 보고 피해야 함.
원초적 분쇄 탱크버스터. 맞은 위치에 반대쪽 필드로 넘어가는 워프가 생성
"이쪽일까 저쪽일까⋯."
원초의 파멸 5연속 쉐어. 막타가 가장 강하며, 막타를 거울필드에서 맞을 경우 도트뎀 디버프가 추가.
압도 광역기.
원초적 분쇄 탱크버스터. 이번에는 워프가 생성되지 않음.
전장의 함성 필드 이동 포탈을 원점으로 넉백. 동시에 무작위 4명의 발밑에 원형 장판 설치를 넉백 이전에 한 번, 넉백 직후에 한 번 진행함.
"떨어져 있더라도 한 몸이 된 것처럼 협력할 수 있을까요⋯⋯?"
원초의 파멸 5연속 쉐어. 막타가 가장 강하며, 막타를 거울필드에서 맞을 경우 도트뎀 디버프가 추가. 이번 쉐어에서는 탱근 or 원힐을 반대쪽 필드로 날려보냄.
원초의 해방 상단의 원초의 해방과 동일한 스킬. 좌측 혹은 우측 180도 장판 공격 3회. 거울필드에 서있다면 공중에 보이는 전조와 바닥에 보이는 전조가 서로 반대이며, 이 경우 바닥의 징조를 기준으로 보고 피해야 함.
"좋네, 좋아! 이렇게 잘 싸우는 상대는 흔치 않아⋯⋯!"
혼돈 회오리 아래의 전장의 함성과 같이 옴. 시전은 혼돈 회오리가 먼저지만 발동은 혼돈 회오리가 더 나중. 모든 인원의 머리 위에 집결 마크가 뜨고 같은 필드의 사람들끼리 모이지 않으면 원딜 즉사급 데미지가 들어옴.
전장의 함성 직전의 전장의 함성과 동일한 스킬. 위의 혼돈 회오리와 같이 온다. 필드 이동 포탈을 원점으로 넉백. 동시에 무작위 4명의 발밑에 원형 장판 설치를 넉백 이전에 한 번, 넉백 직후에 한 번 진행함.
원초의 격진 넉백 없이 모든 인원한테 개별 원형 장판이 온다. 탱근은 리베리 가까이에, 원힐은 리베리 멀리에 서서 서로가 겹쳐맞지 않도록 기믹 처리.
"이제 슬슬⋯⋯ 죽어⋯!"
뿌리치기 5연속 광역기. 막타에 피격되면 모든 인원이 원초필드로 모임.
이하 hp가 0이 될 때까지 기믹 반복.


5.1.2. 극 난이도


5.2. 잡담방에서 풀린 설정


리베리우스 외관 situplay>1597053994>275

▶ 본문 내용  리베리 정면 전신리베리 후면 전신
 리베리 좌측리베리 후방
 리베리 우측리베리 정면

 Q. 이게 뭔가요?
 A. 리베리우스 얼굴과 비늘 사진입니다. 저기에서 본인 기준 왼쪽 뿔이 반절로 뚝 부러졌다고 생각해주세요.

 Q. 이거 찍으려고 역극방 잠수 타고 게임 하다가 오셨나요?
 A. ...... 네.

도마뱀 리베리 situplay>1597053994>432-433

▶ 본문 내용  (@리베리우스 도마뱀이라고 놀리면 무슨 반응하나요)

 평상시~진지한 상황이면 아무 반응 없이 그냥 넘어갈 확률이 높고요
 좀 장난치고 싶을 때면 아우라한테 그런 말을 하다니 혹시 인종차별주의자이십니까? 라고 해요

친구관 situplay>1597053994>746-747

▶ 본문 내용  리베리의 친구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녀석이 있는데요
 걔가 이런 놈이에요
 
 https://i.postimg.cc/WbDLtY9d/7490c77efa1b7d2c8feb01ac2a3f85b6.jpg
 https://i.postimg.cc/1zQLCmyF/image.jpg
 https://i.postimg.cc/sXfbzTQD/images.jpg
 ㄴ 이미지 내 욕설 있어요 놀라지 말아요
 
 머릿속에 든 게 싸움밖에 없는 녀석이 "벗이여... 싸우자..." 하고 오랫동안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바람에 리베리의 친구 개념이 평균적이지는 않게 됐어요. 싸우자고 달려들고 죽이려고 달려드는 정도는 해야 친구라는 거지?? 까지 온 상태입니다. 참고로 리베리의 뿔을 부러뜨린 것도 얘에요.
 
 친밀한 관계끼리 가질 수 있는 호감과 친밀함을 못 느끼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정을 꽤 쉽게 퍼주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감정에 우정이라고 이름을 붙이거나 친밀함을 느끼는 상대를 친구라고 부르는 게 낯설고 어색해요. 자기가 알던 것과 많이 다르거든요.
 
 덧붙여 가족을 제외하고 리베리가 가장 애정을 느끼는 상대는 리베리의 동료들인데, 이쪽은 "친구가 아니라 동료"예요. 친구보다 더 깊이 좋아하고 친애하지만 친구는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뭐다? 톡방 친구들 모두 저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우리... 친구지...??

 +) 리베리의 친구가 저런 녀석이었던 것과는 별개로 싸우는 거 좋아하고 전투를 계속 권유하는 건 리베리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친구끼리는 싸워야지?하고 권유하는 게 아니라 그런 의도 1도 없이 그냥 싸우고 싶어서 싸우자고 하는 것...

가위바위보 situplay>1597053994>861

▶ 본문 내용  @그러니 리베ㄱ 전투할 때 가위바위보로 하자고 해서 지면 어떤 반응을 보이나요(인터뷰 마이크 꾹)
 
 1. 전투 중간에 가위바위보하자고 함: 높은 확률로 안 듣습니다. 대련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면 지옥의 주둥아리도 놀려요.
 2. 어찌어찌 가위바위보를 해서 짐: 잉...... 하다가 결과에 승복하고 꼬리가 축 처진 채로 터덜터덜 돌아갑니다.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선물 situplay>1597053994>892

▶ 본문 내용  @유딩일때 캐들이 원했을 크리스마스 선물
 뭘까요
 귀엽겠다
 
 엄마아빠가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
 이었어요
 (가정학대나 뭐 그런 게 있던 건 아니고 하도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많이 해대니까 공부하기 싫어서 입니다)

situplay>1597053994>917-925

▶ 본문 내용  @근데 리베 키 몇인가요
 
 남우라 최대키니까 210일 거예요. 소수점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이야...
 모델이구만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모델보다는 문짝을 더 추구합니다!

 @리내보다 23센치나 더 크네요
 무릎 좀만 굽혀주세요

 어유 그럼요 꿇어드릴 수도 있어요!

최고 관심사 situplay>1597053994>948-955

▶ 본문 내용  @리베리는 최고 관심사가 뭔가요
 교육부장관(?)

 최고 관심사요...? 어... 어... 어...... 뭐... 뭐가 있죠? 뭔가 관심있는 건 폭넓게 많은데 깊게 몰두하는 게 없다는 느낌이라...
 어...... 우선 개인 차원에서는 "내 영혼을 모두 불태울 수 있을만한 전투를 다시 한 번 겪고싶다" 고요
 사회 차원에선 "난민 구제와 삼대주 전역의 보통교육 실현" 정도일 거예요
 둘 중 더 중요한 건 없어요. 둘 다 리베리가 리베리답게,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만드는 가치라서요. 교육쪽을 왜 이렇게 강조하는지 과거사를 풀어야 하는데 쓰고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뭘 먼저 쓸지 결정을 못 하겠... (ノдヽ)

 사실 리베리도 한창때에는 30초에 한 번씩 "하... 그냥 싹 다 밀어버리고 내가 왕 할까..." 하는 생각 많이 했었대요
 그런데 지금 자신은 무력을 사용한 강제 통합밖에 못 시키니까 꾹 참았다고 해요

첫사랑 situplay>1597055535>198-201

▶ 본문 내용  (situplay>1597053994>145)
 1. 첫사랑 알려달라고 했을 때 리베리가 얼버무린 이유는 사실... 인겜 npc와의 연애드림을 적용할지 안 할지 아직 결정을 못 했어서 그래요... 사실 지금도... ( ´ㅅ` ) 우리 아이가 과연 사랑이란 걸 알까요. 개봉박두.

 ^ 이거 아직 결정을 못 했어요...! 아마 연인드림은 안 하는 쪽으로 갈 것 같긴 한데...
 참고로... 이제는 말할 수 있는데, 저 드림캐가 제노스인 거 맞습니다.

 연인 드림을 안 하게 된다면, 리베리는 "사랑? 그게 뭐죠? 꼬리에 기름칠이나 해주시죠" 가 될 예정이에요.
 친구가 뭔지도 모르는데 사랑을 알 리가. ꒰ ´͈ω`͈꒱

 
 첫사랑 알려달라고 했더니 토의 주제를 끌고 오는 리베리우스의 모습이다.

의상 취향 situplay>1597055535>204

▶ 본문 내용  의상 취향......
 본인은 "입을 수만 있으면 된다"라고 하긴 하는데, 사실 꽤 까다로워요. 기장이 긴 옷을 좋아한다든지 소매가 부푼 실루엣이면 싫어한다든지 와이드한 핏보단 딱 달라붙는 핏을 선호한다든지. 그래서 옷을 꽤 잘 입는다는 설정입니다.
 덧붙여 탱커를 하려면 갑옷을 입는 게 좋은데 아무래도 갑옷을 입으면 덩치도 더 커보이고 위압적으로 보여서... 웬만하면 철갑옷 말고 다른 걸 입으려고 합니다.

전투직업 situplay>1597055535>211-219

▶ 본문 내용  탱커: 전사(주직, 만렙) 암흑기사(만렙) 나이트(90~만렙) 건브레이커(8~90)
 힐러: 점성술사(주~부직, 만렙) 학자(만렙) 현자(70~80)
 근거리딜러: 용기사(만렙) 리퍼(80) 사무라이(50)
 원거리딜러: 기공사(만렙) 음유시인(30)
 마법사: 소환사(만렙)
 ... 정도!입니다. 채집과 제작 직업은 올만렙이고요.

 @혹시 리베가 유난히 자기랑 잘 안맞는데 어거지로 하는 직군이 잇나요

 저어기 맨 밑에 마법사 직군에 소환사 보이시죠
 그 직업이 힐러의 학자랑 레벨을 공유하는 직업이거든요
 학자를 만렙찍어서 소환사도 같이 만렙 찍은 거지 리베리는 소환사를 잘 못 한답니다.
 그 외에는... 찍먹해보고 자기랑 안 맞는다 싶으면 드랍해서 특별히 없네요.

노래 실력 situplay>1597055535>211

▶ 본문 내용  @리베리 음유시인 낮은거 넘귀여워
 노래 못하나요

 실력과는 별개로 부끄럽대요!
 리베리의 노래 실력: .dice 1 100. = 25

 리 베 리 노 래 완 전 못 한 대 요

 아 즐겁다 음치 설정도 새로 넣어야지(?)

잠옷 situplay>1597055535>261

▶ 본문 내용  잠옷... 잠옷... 리베리우스 잠옷... 그러게요 뭐 입지?
 한창 동료들하고 같이 다닐 때면 모르겠는데 혼자 사는 지금은 그냥 굴러다니는 아무 면티랑 반바지 주워입을 것 같아요

 리베리 잠옷 안 입고 벗길까? 하다가 그럼 집에서 톡방할 때도 웃통을 벗고 있다는 뜻이 되어서 황급히 입혔어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잠옷을 따로 마련한다...라는 개념을 어색해할 것 같기도 하고...?

귀신을 봤을 때 반응 situplay>1597055535>326

▶ 본문 내용  리베리: (많이 봄.)(은은한 미소.)

 별개로 귀신으로라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많을 것 같기도 해요. 안 보는 게 나으니까 참고 있는 거지.

주직 선택 이유 situplay>1597055535>349-351

▶ 본문 내용  리베리 tmi
 독백으로 풀어야 할 내용인데 썰로 푸네요 이히히 하루종일 캐릭터 썰이나 풀며 놀고 싶다.


 리베리우스의 힐러 주직이 점성술사인 이유?
 => 이건 과거사와 연관이 큰데요, 점성술은 리베리가 유년시절을 보낸 나라인 샬레이안에서 유래한 직업입니다. 리베리도 샬레이안에서 점성술을 배운 뒤 다른 대륙으로 넘어갔어요. 모험가 생활의 시작을 점성술사로 시작했었고 그게 꽤 오랫동안 지속이 되어서 지금도 점성술사를 힐러 직업 중에서 가장 잘 다룹니다. (인게임에선 시작부터 점성을 쓸 수는 없지만 동인적 허용으로...)
 참고로 샬레이안에서 유래된 힐러는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건 어릴 때 배우지 못 했었대요. 캐릭터 컨셉이랑도 안 어울리고.

 리베리우스의 탱커 주직이 전사인 이유?
 => 캐릭터 외적으로 보면... 파판14의 전사는 직업 컨셉이 다른 게임의 버서커에 가까워요. 내면의 동물적 야성을 끌어올려 원초의 힘으로 전투를 하는... 본능을 제어하지 못 하면 전투와 피에 취해 계속 도끼를 휘두르게 되는... 그런 설정. 히히전투조아가 메인 컨셉 중 하나인 리베리랑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서 주직으로 삼았습니다.
 캐릭터 내적으로는... 모험 중간에 원래 있던 동료들과 대부분 떨어지고 머나먼 나라에서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파티 구성원 중에 방어를 맡길 정도로 믿음직한 사람이 없었대요. 에라이 드러워서 내가 하고 만다는 심정으로 처음 도끼를 들었습니다. 근데 그게 의외로 잘 맞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하네요.

 @샬레이안 유래 힐러면 나머지는 현자던가요?
 판넬 쏘면서 다니는 리베리... 좀 멋있을지도(?)

 네 맞아요~ 난까오버테크놀로지한칸지
 사실 저도 간지때문에 현자랑 고민하긴 했었어요. 근데 역시 리베리는 과거사 때문에 샬레이안 출신 뭐시기를 그다지 안 좋아할 것 같아서...

해시태그 모음 - 1 situplay>1597055535>437

▶ 본문 내용  #자캐는_귀엽고_무해한_사람을_해할_수_있나
 해야 한다면 해야죠 뭐... 단, 무죄인 사람을 해치지는 않습니다.

 #자캐가_케이크를_먹는다면_무슨_맛
 주는대로.
 골라야 하는 상황이면 가장 추천하는 메뉴로.

 #어린시절의_자캐가_상상한_성장한_자신의_모습은
 딱히 미래를 상상 안 하고 살았어서 특별히 없습니다. 막연히 샬레이안의 현자가 되어서 연구하고 밥먹고 사는 걸까... 생각하긴 했어요.

 #자캐의_행복의_기준은_무엇인가
 형이상학적 논의로 들어간다면 되게 길게 얘기해주긴 할 텐데, 간단히 보자면 "행복하다고 느끼면 행복한 거다"라는 입장입니다. 리베리가 생각하는 행복의 형이상학적 정의를 듣고 싶으시다면 언질을... 절대 없겠지만...

 #자캐가_불신하는_사람의_유형은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을 직감적으로 안 믿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본능을 의식적으로 바꾸다보니 되게 잘 속아넘어가요. "구라같은데... 아니 그래도 사람이 하는 말인데 믿어야지..." 하는 스타일입니다.

뿔을 만지면 situplay>1597055535>509

▶ 본문 내용  리베리우스의 위쪽 뿔 두 개를 만지면 어떻게 되나요?
 => 여기는 뿔이 아니고 뿔처럼 생긴 보조 기구인데, 전정 기능과 연결되어 있어서 잘못 만지면 어지러워해요. 까딱 실수하면 대수술을 해야 하게 될 수도 있어서...

 리베리우스의 아래쪽 부러진 뿔을 만지면 어떻게 되나요?
 => 단면을 만지면 파열음 비슷하게 매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다른 데는 그나마 괜찮아요.

 리베리우스의 아래쪽 멀쩡한 뿔을 만지면 어떻게 되나요?
 => 요철은 오돌토돌하고 평면은 매끈매끈합니다.

12월 31일의 리베리 situplay>1597055535>595

▶ 본문 내용  >지금 뭘 하고 있나요?
 -> 동료들이랑 같이 파티를 빙자한 술잔치를 하기 위해 해돋이 장소에 가고 있을 거예요.

 >새해 목표는?
 -> 잠시 중단하고 있던 학당 선생님 업무에 복귀할까 고민 중이라고 하네요!

선생님 리베리우스 situplay>1597055535>601

▶ 본문 내용  >@리베리 선생님... 밑에서 공부하면 어떨까

 학당 = 유치원~초등학생 수준이면 화도 안 내고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대요. 원래 일하던 학당에서 나올 때는 아이들이 리베리 붙잡고 가지 말라고 울었대요

 그 이상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샬레이안(=리베리 고향)으로 보내는 편이에요.
 그리고 빨간맛이 난이도가 아니라 사상(크흠)이면... 아마 조금씩 조금씩 섞어서....

나나곰 픽크루 situplay>1597055535>644

▶ 본문 내용  

 픽크루 원본 링크: https://picrew.me/ja/image_maker/2033441/complete?cd=HPYar5paMH#google_vignette
 아우라 비늘뿔 자료 링크: https://x.com/N0WHEREHER0/status/1841509489935331334

바퀴벌레 situplay>1597055535>728

▶ 본문 내용  @리베리 방에 바퀴벌레 들어왔을때 반응이요

 자기 집에 들어왔으면 생포해서 자연에 방생합니다. 위생 관리가 중요한 작업실이 지하에 있어서 바퀴 있으면 큰일나요.
 여관 방같은 곳에서 외박할 때 나왔으면 자기 몸에 올라오는 게 아닌 이상 신경 안 씁니다. 자기 몸에 올라오면 탁 잡아서 휙 버려요.

#자캐는_자신이_나쁘다는_사실을 situplay>1597055535>735

▶ 본문 내용  @ #자캐는_자신이_나쁘다는_사실을

 알고는 갱생하려 한다
 ...라기보다 리베리는 생각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아서 잘못이 아닌 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샬레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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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누가 봐도 오수 처리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을 법한 샬레이안에서 살다가 오사드 대륙으로 자아찾기 여행 떠난 뒤에 위생적으로 큰일이 날 것 같은 고향마을 생활상에 충격 먹는 리베리씨(약 15세)
 ??: 개혁... 개혁을 일으켜야......

 
 누가 봐도 오수 처리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을 것 같이 생긴 샬레이안(a.k.a. 물의 도시)
 리베리가 자라고 대학까지 다닌 도시인데 리베리는 샬레이안을 치를 떨며 싫어해요. 학문의 중립성을 중시해서 지식이 정치적으로 사용되는 걸 경계하고 도시인의 외부 유출도 엄격히 통제하는데... 리베리는 이걸 두고 바깥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죽음을 맞이하건 자기들의 고귀함만 지키면 끝인 족속들이라고 평가합니다.

좋아하는 도시 situplay>1597055535>834

▶ 본문 내용  @그럼 리베리가 특별히 좋아하는 도시는 잇나요)

 <참고로 리베리는 웬만한 도시를 다... 싫어합니다. ㅋㅋㅋㅋ...... 지금 살고 있는 그리다니아도 개중에서 좀 낫다 뿐이지 썩 좋아하진 않아요. 그래도 좋아하는 도시를 꼽자면

 1. 크리스타리움: 도시 구성원 모두가 절망에 순순히 무릎 꿇지 않고 자신의 삶을 직접 개척하려는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든대요. 세상 사람 모두가 크리스타리움 사람들 같다면 좋겠다고 자주 말합니다.

 2. 라자한: 도시 지도자가 정치적으로 잘못된 수를 두는 것도 본 적이 없을 뿐더러 그가 도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눈에 보여서 좋다고 합니다. 라자한만의 화려한 활기도 좋아하고요.

샬레이안의 음식 situplay>1597055535>836

▶ 본문 내용  @샬레이안 설정보니 음식이 맛이 없군요
 리베리도 싫어하나요

 ㅋㅋ ㅋㅋ ㅋㅋ ㅋㅋ ㅋㅋ ㅋㅋ
 샬레이안의 주식인 현인빵 설명이 이렇습니다
 "검은밀 반죽에 생선가루와 야채가루를 섞어 만든, 영양학적으로 뛰어난 빵."
 샬레이안 사람들도 이걸 맛으로 먹지 않아요 살려고 먹지
 리베리가 좋아하겠습니까?

운명에 따라 세상을 구하세요 situplay>1597055535>903

▶ 본문 내용  참고로 리베리한테 "당신은 영웅의 피를 가졌습니다.... 운명을 따라 세상을 구하세요" 하면 ?? ^^;; 하면서 그 사람의 모든 말을 한 뿔로 듣고 한 뿔로 흘리기 시작합니다. 도가 지나치다면 내가 영웅 일 하는 건 내가 하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거지 핏줄 따위로 설명하려 들지 말라고 직접 말할지도.

어울리는 노래 situplay>1597055535>903

▶ 본문 내용  그럼 저도 혼자 신나서 노래 올릴래여 리베리한테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파판14 브금이에요
 가사: https://jaicy.tistory.com/1031

배방구 situplay>1597055535>903

▶ 본문 내용  @애들 배방구하면 반응 주세요

 도끼자루 근처에서 손을 움찔거리다가 다음부터는 그러면 안 된다고 말로 타이른대요

고양이 귀꼬리 situplay>1597057268>577

▶ 본문 내용  리베리는 고양이 귀꼬리 생기면...
 ... 지금 있는 뿔꼬리 위에 새로 생기는 걸까요
 습관적으로 꼬리로 바닥 탁탁 치려다가 도마뱀 꼬리 돌기에 고양이 꼬리가 찔려서 새끼발가락 장롱에 찧었을 때처럼 아파하는 리베리씨

언어 situplay>1597057268>613-619

▶ 본문 내용  리베리가 사는 파판14에는 공용어 설정이 있는데 게임적 허용이라는 느낌이 커서 가끔 아쉬울 때도 많아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껏 존재조차 불확실했던 신대륙에까지 에오르제아 공용어가 통용되는 건 에바가 아닌가...... 그치만 게임이니까......

 그와는 별개로 공용어 외의 언어는 존재한다는 묘사가 꾸준히 존재합니다. 리베리의 원 부족인 파호드 부족도 독자적인 언어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덧붙여 파호드 족은 문자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창 파호드 마을에 있을 때 부족 어른들이 자기네 언어로만 대화하면 리베리는 사이에 끼어서 .o(뭐라고 하시는 거예요......) 하고 있었을 거예요.

 사용하는 언어가 어떤지와는 다른 차원으로, 리베리한테는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어내고 또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아마 어느 차원에 떨어져도 의사소통 자체는 무리없이 가능할 거예요. 많이 피곤한 게 문제지...

 @ㅋ ㅋㅋ ㅋ ㅋ ㅋ ㅋ ㅋㅋ리베리 귀여워... 리베리 파호드 문학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하고 그러지 않나요

 아쉽게도 리베리가 문학에 관심이 없는 바람에... 그렇지만 특징적 문화나 가치관이나 역사같은 건 남기고 싶어했어요.

암흑기사 리베리우스 situplay>1597057268>985

▶ 본문 내용  리베리: (암흑기사 소크 체인지)
 리베리: (영웅의 그림자 소환)
 리베리: 안녕하세요, ███.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하나 들었거든요.
 그림자: ......
 리베리: 저희 그 때처럼 다시 한번 대련해볼래요?
 그림자: ......
 리베리: 나 자신과의 싸움, 재미있을 것 같잖아요. 그쵸?
 그림자: ............ 당신은...... ...후우......
 그림자: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씻으러 가기나 하세요. (스르륵 사라짐...)
 리베리: ... 해줄 줄 알았는데.
 리베리: (힝구)

리베리가 교수가 된다면 situplay>1597057676>76-96

▶ 본문 내용  뒷북이지만... 리베리가 교수가 되면...

 @교수님이 학장님이랑 싸우세요
 @교수님이 데모 나가신다고 휴강을 하세요
 @교수님이 자기랑 현피 떠서 이기면 성적 올려주시겠대요
 @교수님이 의회 대표님한테 총 쐈어요

 이런 말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학부생한테는 친근하고 좋지만 성적은 깐깐한 그런 스타일의 교수님인데 대학원생부터는 이런 것도 못 하다니 가엾게도 돌머리구나... 스타일로 대할 것 같죠

 학교 건물에 대자보 붙인 학생 손에 참 자랑스럽다고 핫초코와 함께 아주 우연히 천이 꽂힌 꽃병을 들려주고 가는 교수님일 것 같아요

 @에ㄹㅋ 교수님 왜 안 잡혀가심
 익명1
 그... 잡아갈려고 했는데... 무력으로 못이겼대

 난 나보다 약한 자들의 체포는 응하지 않는다

 @아니 근데 대학원 교수님 리베리 너무무서운데
 상처받앗어요

 이제 가장 무서운 건 리베리의 태도보다도 그거죠
 리베리가 구속되는 바람에 졸업논문 심사가 늦어짐

도플갱어? situplay>1597057268>613-619

▶ 본문 내용  @캐들은 다른 차원의 도플갱어 만나면 무슨 반응하나요

 멀뚱히 서 있는 리베리가 둘이 될 뿐이랍니다
 똑같은 삶을 살아왔다고 치면 딱히 궁금해할 게 없을 것 같은데... 이런 사태가 일어난 이유에 대한 고찰 정도...?

제노스와 다시 만난다면 situplay>1597058097>240-247

▶ 본문 내용  리베리는 >>68(CoC 후기 독백)에서 저렇게 제노스를 그리워하고는 있습니다만
 만약 제노스가 다시 돌아온다면 빵긋!!하고 웃으면서 제노스와 누구 한쪽 죽을 때까지 개싸울 거예요
 그리고 그 뒤에 아... 여행가자고 말했어야 하는데... 하고 지 혼자 궁상 떨 겁니다

 @리베주가 캐해한 제노스라면 만약 리베리가 여행가자고 했을때 따라가주나요

 지금 시점이라면... 앞뒤 상황에 따라 갈리겠지만 확률 반반이라고 봐요

아버지 situplay>190>952

▶ 본문 내용  덧붙여 리베리(217cm)는 양아버지(90cm)랑 눈을 마주보려면 무릎을 꿇어야 해요

해시태그 모음 - 2 situplay>208>419

▶ 본문 내용  자캐를_새에_비유한다면
 올빼미...?
 맹금류이긴 한데 맹하게 다니는

 자캐의_웃음버튼
 동료들? 이려나요
 사실 평소에 계속 웃고 다녀서

 자캐는_원칙주의vs융통성
 본성은 융통성에 가까운데 일부러 원칙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해요
 근데 살다보니 융통성 있는 선택을 할 때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이름의 유래 situplay>208>529

▶ 본문 내용  에르킨 & 리베리우스 : 둘 다 이름 뜻이 '자유'로 같아요. 서사 내적으로는 후자가 모험가를 시작하며 새로 지은 활동명이라는 설정이 있네요.
 활동명을 왜 새로 지었느냐: 본명으로 활동했다가 제국인 귀에 들어가면 귀찮아질까봐... 그래서 처음에는 무기도 냉병기로 안 들었어요
 다무: 미들네임인데요 양아버지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파호드: 부족명이에요. 리베가 주워질 때 소지품 중에 '에르킨 파호드'라고 적힌 쪽지가 있었대요

동물의 숲 situplay>225>42

▶ 본문 내용  처음에만 조금 당황하고 나중 가면 엄청 잘 적응할 것 같아요
 집은 계속 텐트인데 박물관 올클했을 듯요

 스타듀밸리도 아마 비슷함...
 npc들하고 연애... 안 함...
 호감작... 안 함...
 맨날 새총 쏨...

#일어나보니_커뮤에서_일어난_모든_일이_꿈이었다면_자캐는 situplay>225>533

▶ 본문 내용  #일어나보니_커뮤에서_일어난_모든_일이_꿈이었다면_자캐는
 리베: ? 그렇군요
 (다시 터벅터벅 세상 구하러 감)

좀비 아포칼립스 situplay>234>265

▶ 본문 내용  생존자 무리가 도망치게 하기 위해서 희생했다가 나중에 완전 짱 쎈 보스급 좀비로 나타날 것 같아요

서로의 싫어하는 부분을 말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 situplay>234>804-809

▶ 본문 내용  @: 대판 싸우고 서로의 싫어하는 부분을 말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에 갇힌 드림
 대판 싸우는 부분은 이미 조우한 시점에서 해결이 될 거고
 리베리가 먼저 "내 말을 하나도 안 들어처먹으면서 쌈박질만 하자고 설치는 꼴이 마음에 안 든다" 라고 말하면
 제노스가 "무슨 짓을 해도 나한테만 집중해주지 않는다" 라고 말해서
 리베리가 이마 짚고 화 삭이다가 도저히 못 참겠어서 2라운드 들어갈 거예요

 전에 한 번 지금 리베리가 제노스를 만나면 일단 죽인 다음에 아 여행 가자고 할걸... 이라고 청승떤다는 썰을 푼 적이 있는데요
 여행 가자고 먼저 말 못하는 이유가 이미 한번 여행가자고 말했었는데 까였어서...

애착 유형 situplay>234>822-834

▶ 본문 내용  오은영쌤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
 리베리가 아마 원래는 회피형 애착 유형이었을 건데 성인 되어서는 안정 애착 유형으로 서서히 바뀌는 중일 거예요. 지금은 그 잔해가 약간 남아있는 정도고...?

 @근데 별로 치료가 많이된거같진안아요

 아 웃기다 근데 저렇게 "힝 싫어요 나 제노스랑 있을래요"라는 걸 표현하는 게 의외로 많이 나아진 거예요. 저렇게 떼써도 동료들이 자기를 싫어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아서 떼쓰는 거니까...
 한창 인겜스진 할 때였으면 전혀 안 드러내려 했을 거예요. 제노스한테 호감을 품은 걸 알면 혈맹에서 탈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국 무너뜨릴 때까지는 계속 붙어있으려고.

 (정병)표현형

제노스가 무료로 복사 situplay>250>105-112

▶ 본문 내용  @리베리는 제노스가 복사(?)되면 어덯게 반응하나요

 뭘 어케 해요 그냥 죽이겠지...
 아니다... 복사된 사실 숨기고 한 명은 살려두거나 시체 빼돌려서 지하실에 보관해두려나

 제노스가 복사된다고 치면 전투 중에 분신술 써서 양쪽에서 공격하는 것밖에 생각이 안 나요

 @등 맞댔는데 자기 분신이 아니라 제노스일때

 아악싫어

발데시온 분관 situplay>250>249

▶ 본문 내용  리베리가 (발데시온 위원회 분관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이유
 1) 샬레이안이 싫음
 2) (약스포)지금 있는 곳이 발데시온 위원회 분관의 휴게실인데 여기 회의실에 아빠가 붙여놨던 메모가 그대로 남아있는 게 기분 이상해서
 3) 밥 맛없음 환자식이라 더 끔찍함

실패톡방 리베리우스 situplay>250>689

▶ 본문 내용  파판14에는 고대인이라는 종족?이 있어요. 말 그대로 고대시대에 살았던... 공룡같은 존재인데...

 196은 고대인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리베리의 전생입니다. 리베리 공룡 버전.
 그런데 이제
 
 
 
 (여기서부터 파판14 본편 내용이랑 크게 관계 없음 오리지널 설정임)
 
 
 
 리베리의 전생인 196이 무언가를 저질러서 다른 평행우주의 무수히 많은 자신들도 인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한참 미래에 있는 리베리도 인식할 수 있게 됐고요. 리베리 말고 다른 평행우주의 빛전(=리베주의 다른 빛전 친구들)도 인식하고 있고...
 리베리들 중 '실패한 리베리'도 196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네요.
 실톡에는 그 자격으로 들어온 거고.

 오리지널 리베리도 엄밀히 말해 196인 위원회 소속이긴 한데 본인한테 자각은 없고 196들도 리베리 정도 되는 위치에 있으면 위원회가 맞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는 의견이 중론입니다. 이쪽도 저쪽에 관심 없고 저쪽도 이쪽에 관심 없어요.
 뭐 그래도 언젠가는 오리지널 리베리랑 흡사한 196인 위원회랑 대화할 수도 있었겠죠? 실톡방 친구들이?

 아무튼 뭐랄까
 '리베리랑 같은 영혼 가진 사람들의 집합'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은 제가 생각하는 '실패한 리베리' 데려오려 하다가 스포 너무 세다고 판단해서 컷하고 얘를 데려왔다는 비하인드가.


 196이 리베리의 실패가 맞긴 하느냐? : 196의 궁극적인 목적이 성공한 버전이 리베리니까 그 여집합도 성립한다고 봅니다 (떨리는 목소리)
 이 글로 설명이 다 안 되는 거 같다 : 196을 오리지널 톡방에도 등장시킬지 말지 고민하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미안합니다...

쌍둥이 아빠랑 situplay>268>279

▶ 본문 내용  리베리 동료 중에 알피노랑 알리제라고 쌍둥이 남매가 있거든요? 리베리가 엄청 좋아하는?
 걔네 아빠가 샬레이안 의회장인데 리베리가 쌍둥이 아빠한테 쌍둥이 앞에서 총 들고 협박한 적 있어요
 진짜로 쐈다고 할지 말지 아직 고민중이긴 합니다

자녀교육 situplay>268>297

▶ 본문 내용  진지하게 적자면...... 리베리는 육아 하면 애정 100%인데 가정 교육도 엄하게 할 것 같고 그렇습니다
 혁명은 아이한테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는데 어느 날 보니까 따라하고 있더라고요

리베리 한복 situplay>268>727

▶ 본문 내용

 이히히
 낮에 애들 한복 입히면 예쁘겠단 말 듣고 빨리 지르고 왔어요...

#자캐가_자신의_무력함을_자각했을_때의_상황과_반응 situplay>268>112

▶ 본문 내용  #자캐가_자신의_무력함을_자각했을_때의_상황과_반응
 상황: 무력감에 집중해보자면 아마 누군가가 희생해서 목숨을 잃는 걸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특히 본인이 노력을 엄청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희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왔을 때라든지.  반응: 감정적으로 보자면 그 당시에는 일단 눈 앞에 놓인 일을 처리해야 하니까 반응을 미루고... 다 끝난 뒤에는 다 끝났으니까 그 때의 기쁨이나 해방감 등을 느껴야 하니 미루다가... 시간이 많이 지난 어느 날 불현듯 자기 안의 공허를 깨닫지 않을까 싶어요.
 대처 방안으로 따지자면 일단 무력한 건 무력한 거고 지금 내 힘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좋으니 일단 뭐든 하자! 가 아닐까 싶네요. 가만히 앉아있지는 않습니다.

왼손잡이 situplay>290>63

▶ 본문 내용  리베리는 원래는 왼손잡이인데 교정을 받아서 지금은 양손잡이일 것 같아요

제노스와 자잘한 썰 situplay>290>259

▶ 본문 내용  리베가 온천 갔는데 우연히 같은 온천 온 제노스랑 만나는 거 보고싶어요
 제노스가 온천을 갈 리가 없지만.

 그냥 리베리랑 제노스랑 길 가다가 만났는데 리베리는 길거리에서 소란을 피울 수는 없으니까 먹금하고 지나가는데도 제노스가 계속 싸우자고 따라다녀서 긁힘 게이지 점점 오르는 리베리가 보고싶어요

 제노스는 왜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npc가 아닌 것인가.

 제노스 펫처럼 데리고 다니고 싶어요
 리베리는 극혐하겠지만

 제노스 입닥치고 있으라고 제노스 입에 군것질거리 계속 물려주는 리베리

뽀로로 situplay>290>385

▶ 본문 내용  뽀로로 집중해서 흥미진진하게 보는 리베리우스씨

리베리 팔라딘 situplay>290>518-520

▶ 본문 내용  @리베리가 신일때... 보시는 팔라딘은 무슨 혜택이 있을까요

 ...... 그러게요
 신한테 대들어도 하하 바람직하네요 하고 징벌 안 주기?

 리베리 휘하의 팔라딘들은 이게 성기사야 버서커야 싶을 것 같아요

연령 포지션 situplay>290>719

▶ 본문 내용  @리베리는 동료들 중에 연장자 느낌인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최연장자는 아니지만 완전히 연장조예요
 동료들끼리 식당 갔는데 테이블을 나눠야 하면 어른들 쪽으로 가서 같이 술 시켜먹어요

 @독백에서 동료들 중 몇몇을 아이들이라고 칭하길래 물어봣어용 감사합니다

 아이들...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은 보통 정해져 있어요. 알피노&알리제 쌍둥이입니다. 왜냐면 얘네가 새벽 내의 유이한 10대라서 그래요. 객관적으로 아이인 편.
 그 외에는 아이라고 하는 경우가 없으니 헷갈리실 때 참고해주세용

안경 situplay>580>122-126

▶ 본문 내용  @아맞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리베가 안경을 끼기 시작한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리베를 만들어놓고 보니까 지가 알아서 안경을 끼고 있더라고요 (안 정했다는 뜻)
 방금 생각난 걸 추가하자면 14살 때 대학 입학했을 때 아빠가 축하 선물로 사준 게 처음 아닐까요?

 @그 이후로 안경 직접 만들엇다든가

 채택하겠습니다

스포츠물 situplay>580>170-174

▶ 본문 내용  우마머스메 리베리씨 좀 끌리긴 해요 친구랑 극장판 본 것밖에 지식이 없긴 한데  여기는 달리기에 미친 게 디폴트같아서 리베리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거란 게 개큰호감포인트네요  리베리우스가 선두! 리베리우스가 선두다아아앗ㅡ!!

 판타지 요소 없는 스포츠물에 떨어진 리베리씨도 본편만큼 행복하게 잘 살지도

 파판14의 리베리: 대련하실래요?
 하이큐의 리베리: 배구하실래요?
 슬램덩크의 리베리: 농구하실래요?
 카게구루이의 리베리: 도박하실래요? (?)

케이크 situplay>580>170-174

▶ 본문 내용  밤새서 연구하다가 당 채우려고 홀케이크 가져와서 퀭한 얼굴로 푹푹 퍼먹는 리베리씨 보고싶어요

인간다움 situplay>580>223-226

▶ 본문 내용  @이건 저번 실패톡방 때도 약간은 본편 리베리랑 비슷한가?라고 느낀거면서 또 이번 독백을 보고 든 생각이지만 어떻게보면... 물론 탐구심도 전투광적인 기질도 있지만 진짜 리베리의 본질(이자 제노스와의 중대한 차이점)은...역시 '내가 쫌만 더 고생해서 내 옆사람이 덜 불행해질(혹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고생을 감수하겠다.'라는 그러한 선의도 포함되어있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치도 못 한 관점인데 듣고보니 그렇네요. 개인적으로는 말씀하신 부분이 '인간다운 삶'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간다움'을 주요 키워드로 결정한 두 캐릭터한테 그런 면모가 드러난 게 아닐까 싶네요. 감상 고마워요 소나주한테 무한 절하기

캐줍 situplay>854>321

▶ 본문 내용  리베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자기 차원으로 거둬가고 싶어한답니다

동료를 죽인 situplay>854>386-392

▶ 본문 내용  @꿈애서 자기 손에 동료들이 다 죽은 상황을 보는 리베리
 저런 다음 저게 너의 본성이지 않느냐 하는 제노스식 외침 첨가하기

꿈에서 본 거라면... 한동안 밖에 안 나오고 어딘가에 숨어서 처박혀 있을 거예요

제노스 닮은 리베리 situplay>854>390-394

▶ 본문 내용  제노스처럼 자란 리베리가 동료가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죽이는 걸 보는 본편리베리
 만약 리베리가 혁명!!!!!쪽으로 좀 더 가치관이 기울었다면 원작의 ㅇㅂㄹㄷ처럼 ㅈㅅ테러를 했을 거고
 도덕 교육을 받지 못 해 본성이 강하게 발현되었더라면 대륙을 떠돌아다니다가 훨씬 어린 나이에 토벌되었을 거예요
 여러모로 지금의 리베리가 여러 행운을 안고 완성된 사람인 셈이죠...

DnD식 성향 situplay>854>412

▶ 본문 내용  리베리는 중립선~질서선 뜨네요
 그럴 것 같더라니.

포켓몬 엔트리 situplay>854>555-556

▶ 본문 내용  소드실드를 안 해봐서 자시안이 어떤 이야기를 가진 포켓몬인지 잘은 모르는데요... 우선 추천받았으니(?) 자시안을 엔트리에 넣으면
 (자시안 +) 루카리오 + 삼삼드래 + 입치트 + 클레피 + 가재군 (+ 누오)
 정도 되지 않을까요?
 타입 상성 고려 안 하고 그냥 어울리는 포켓몬 넣은 거긴 해요()

 참고로
 입치트: 사나운 포켓몬이라 하지만 귀여워서
 클레피: 원작스포적인 이유와 더불어 귀여워서
 가재군: 짱 귀여워서
 누오: 귀여워서
 데리고 다닙니다

 앗 누오 옆에 토오 붙여줘야지
 뿔은 못 참지 ㅋㅋ

 삼삼드래는
 자아가
 진화 순서에 따라서
 1개-2개-1개 거든요

가상 보이스 캐스팅 situplay>854>650

▶ 본문 내용  성우 얘기가 잠깐 나왔어서 말입니다만 저는 리베리 목소리를 이 영상의 자주색머리 캐릭터처럼 저음의 미성 보이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상 보이스 캐스팅...정도까진 아니지만요

영상 보면서 깜짝 놀랄 수 있으니까 주의하세요... 무서운 영상은 절대 아닙니다만 캐릭터가 이상해서............
회귀리베리 situplay>854>686-689

▶ 본문 내용  요즘 회빙환 웹소를 자주 읽어서 그런지 16살로 회귀한 리베리가 보고싶어졌어요

 회귀 리베리가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요...
 애기 제노스를 앞에 두고 이걸 지금 죽일 수도 없고 어쩌지 하면서 착잡해하는 (짭)애기 리베리...
 가치관 형성도 덜 됐으면서 고집은 완전 강한 제노스 보면서 뒷목 잡는 리베리...

 @내 알맹이는 어른이니까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제국군 참모총장 되어있는 리베리

 우와 리베리 정신적 사망 루트다

송충이 situplay>854>707

▶ 본문 내용  - 벗이여
 - 왜
 - 송충이 받아라
 - 대체 왜
 - 내 송충이를 받았으니 나와 싸우자 벗이여
 - 그니까 왜냐고

회귀 제노스 situplay>854>712-719

▶ 본문 내용  이거 반대로 제노스 혼자 회귀한 다음에 리베리를 자기 입맛대로 키워내려고 하는데 아무리 시도해도 제노스의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것도 보고싶고 그러네요
 좀 더 일찍 회귀하지 그랬어 (※제노스가 리베리보다 연하임)

 첫만남 시절로 돌아간다면 본편에서처럼 절망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서 리베리를 자신과의 싸움에만 몰두하게 만들려고 할 텐데
 이 시점 리베리는 이미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기쁨을 알아버린 상태라 제노스 말고 다른 곳에 자꾸만 눈을 돌리지 않을까 싶어요
 제노스가... 충분한 양보를 배워야 하는데

 리베리가 제노스한테 100% 집중하려면 다른 사회적 맥락을 삭제시켜버리면 되는데 회귀 제노스한테 가능할 것 같지가 않으니............ 제노스한테 암울한 미래만 기다리겠네요 알아서 잘 살아남으렴

멸망의 원인 situplay>854>738

▶ 본문 내용  ............ 리베리 얘도 세계구급 참사를 내버린 if에서는 사태 수습 끝까지 한 뒤에 죽는 게 공설이라 얘한테 물으면 큰일날 것 같은데에에엑

메이드복 situplay>854>774

▶ 본문 내용  리베리는 메이드복 입는 거 자체에 큰 유감은 없는데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 크면 여러가지로 부담이어서 입기 싫어한대요
 반대로 보는 사람들이 무덤덤하면 메이드복같은 치마류도 잘 입어요

#자캐를_완벽하게_파멸시키는_방법은_무엇인가 situplay>854>785

▶ 본문 내용  그냥 파멸 << 까지만 생각한다면 리베리랑 친해진 다음에 배신때려서 리베리 동료들을 전부 죽이기만 하면 되는데요
 완벽하게 << 이거까지 고려하면 세상의 모든 선한 사람을 치워버려야 해서 실현 가능성이 없네요. 착한 사람을 보면 그래 그래도 인간의 가능성을 믿어야지... 하면서 재기하거든요
 의외로 회복탄력성이 뛰어난 리베리씨입니다

회복탄력성 situplay>854>806-812

▶ 본문 내용  @사실
 리베리 넛케랑 전투하는 거 서술 보면서
 오... 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 회복탄력성이 믿음직한 회복탄력성인가 하고 있긴 한데 일단 멋진빛전. 하는걸로

 혹시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치유사의 페르소나를 뒤집어썼다는 부분이요
 그 전에 우당탕 싸우던 때랑 대조해서 보니까 오- 하는 느낌이 있었다고 할까요

 아하 감사합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자아의 면모를 내보일지 선택하는 것이 능숙하다는 게 잘 전해진 듯해서 기뻐요
 뭐... 그리고 그걸 선택할 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회복?이긴 하지 않?을까요?

하찮베리 situplay>854>838-840

▶ 본문 내용
 리베리이잉


 리이이이이이이이베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대학 학장님 situplay>854>845

▶ 본문 내용  뜬금없는 썰
 샬레이안 대학 학장님은 리베리우스를 긍정적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토론을 아주 잘 하는 걸 보니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대요
 (=수업시간에 선생님한테 질문을 빙자한 시비를 자주 털었다는 뜻)

자기파괴 성향 situplay>960>2-3

▶ 본문 내용  뭐랄까 고민을 좀 해봤는데요
 리베리의 자기파괴 성향은 "음 여기선 내 몸 갈아넣는 게 제일 쉽고 간편하니까 그럼 날 쓰자" 라는 방향성이면
 데이브의 자기파괴 성향은 "음 내가 다 잘못했군 내가 제일 쓰레기야" 라는 방향으로 가서
 거기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리베리가 이해를 못 하는 거고
 아주 납작하게 말하자면 t적 자기파괴와 f적 자기파괴 (())

리베리 사진 situplay>960>57

▶ 본문 내용  문득... 리베리가 사진기를 가져왔으니 언젠가 미래에는 리베리가 실물이 기록된 최초의 빛의 전사로 남을 거라는 생각이.
 조금 듀...해졌어요

저희 싸울래요? situplay>960>319

▶ 본문 내용  좀 뻘한데요
 리베리가 자꾸 사람들한테 저희 싸울래요?하고 물어보고 다니는 거요
 마지막으로 제노스와 싸웠을 때같은 쾌감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서 찾아다니는 거라는 설정이 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는 이상 절대 불가능하단 걸 리배리도 알고 있으니 못 먹는 감 찔러보는 셈이긴 합니다

독먹은 리베리 situplay>960>361-364

▶ 본문 내용  리베리가 톡방에서 경계 좀 풀고 있을 때 독먹은 썰 풀어달라고 하면 별 생각 없이 얘기해줄 거예요
 하다가 기득권층한테 화내는 쪽으로 빠지겠지만

 혁명!
 빛의전사가 독살과 엮이는 게 생각보다 꽤 많아서 자기 빛전한테 남이 주는 음식 못 먹는 설정 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사실 리베리한테 넣을까 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까 이미 톡방에서 먹을 걸 너무 많이 받았더라고요
 리베리는 생각 없이 다니는 걸로.

애장품 경매 situplay>960>413

▶ 본문 내용  리베리는 애장품 경매 한다고 하면 자기가 만든 리베리 자동인형(*타겜의 펫같은 거) 가져올 것 같아요
 애장?은 아니지만 아무튼 레어템이긴 함

전투와 새벽 situplay>960>422-426

▶ 본문 내용  tmi
 동료들이 리베리와의 대련을 걱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리베리가 과거에 많이 다쳤어서'만 있지는 않습니다
 하아안참 전에 떡밥을 놓긴 했었는데 눈치채신 분이 있으실지는......

 @리베리가 전투 중 추구미가 뭔지 알아서(?

 그것도 뒷목 자주 잡는 포인트 중 하나긴 해요
 새벽 애들이 작전 짤 때 하는 루틴 중 하나로 "쳐들어가서 무력으로 해결하죠" 하는 리베리 의견 무시하기가 있어요

이미지 동물 situplay>960>477-479

▶ 본문 내용  도마뱀이에요
 당연함
 도마뱀임 (※아닙니다)

 진지하게 적자면 아마 맹금류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대한 독수리라든지

아르버트 situplay>960>662

▶ 본문 내용





죄책감 situplay>960>683

▶ 본문 내용  리베리가 이전에도 죄책감을 아예 안 느끼는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죄책감이랑 스트레스를 받아서 심장이 뛰고 머리가 어지럽고 하는 걸 리베리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인식하지 못 했어요. 내면과 감정 성찰을 하기엔 주변 상황이 개판이었어서요.
 저 무렵 리베리는 지금 내 동료들이랑 내 사람들이 고통받는 거 내 책임 아니야 내가 도와주는 것만 해도 난 충분히 잘 하고 있는 거야 << 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었는데요,
 자신과 거의 비슷한 입장에 있으면서 책임감과 죄책감으로 움직이는 인물을 마주해버려서...
 "아 저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저 감정이 옳은 거구나?"
 하고 (무의식적으로) 학습해 버렸습니다.
 그 이후로는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120% 잘 지각하게 되어버렸대요.

노빛전 if situplay>960>686-687

▶ 본문 내용  @새삼스럽지만 리베가 어릴때 재노스도 안만나고 평범한 애들처럼 자랐으면 어떨까 싶네용 왕도용사였으려나

 그러려면 아마 리베리가 출가를 안 하고 샬레이안에서 계속 지냈었겠죠? 이 루트라면 리베리는 지금쯤 현인 칭호를 따고 대학 조교수로 일하고 있었을 거예요. 영웅은 안 될 것 같네요 이쪽 리베리는 섬 밖으로 나가는 걸 무서워할 것 같아서...

손주 situplay>1105>55

▶ 본문 내용  리베리네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 지금쯤 손주 보고 싶다고 리베리 앞에 누워서 뗑깡 부렸을 것 같아요
 옆에서 리베리 어머니가 "어휴 (아빠이름)도 참 ㅋㅋ 그래서 에리야 결혼은 언제 한다고? ^^" 하며 거들고
 리베리만 기 빨린 채 가만히 웃고만 있는.........

초톡방 인상 situplay>1105>270-273

▶ 본문 내용  @초톡방 이용자들 인상이 좀 바꼈나요

 1-(1). 개별 인상은 물론...! 소통을 이어오면서 첫인상에서 여러가지로 바뀐 사람들이 많습니다.
 1-(2). 초톡방 전체적인 인상은 그다지 바뀐 게 없네요. 연구할 가치가 있는 타 차원의 거주민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보면 긍정에 가깝습니다.

초월하는 힘 situplay>1105>270-273

▶ 본문 내용  @리베리의 초월하는 힘으로 초톡방 이용자들의... 것도 볼 수 있나요

 2-(1). 마음에 대해: 문자로만 소통하고 있을 때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없습니다. 마음을 읽는 경우는 제 기억이 맞다면 음성으로 소통할 때만 발동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직접 만나서 대화할 때는... 어... 제 뇌내설정으로는 "초힘이 발동되어서 언어가 달라도 서로 소통하고 있는 거겠구나!" 하고 있습니다만 상대분이 곤란하다고 하시면 그냥 시적 허용 비슷한 걸로 소통되는 거네요 하고 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
 2-(2). 과거에 대해: 이 쪽 또한 문자로만 소통하고 있을 때는 발동할 수 없을 거예요. 메커니즘 상 타 차원에 갔을 때는 과거를 읽는 능력 자체가 봉인될 가능성이 높네요.
 그렇다고 해서 만약 읽을 수 있다면 리베리가 읽었을 것이냐? 라고 여쭤보신다면 아마 그렇지 않을 거라고 대답드릴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능력이 리베리의 의도대로 발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제로 situplay>1105>271-281

▶ 본문 내용  @쓸데없는 궁금증인데(혹시 스포있을지도 모르니...)
 리베리 제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하... 씁... 이게... 그...
 ... 원래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땐 리베리 시점을 6.0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이 친구가 나오는 시점이 6.1 이후다보니까 이게... 좀... 7.0 스토리를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리베리가 이 친구를 만났다고 할지 못 만났다고 할지가 좀 애매합니다. 슈뢰딩거 상태예요.
 아마 만났다고 해도 그렇게 큰 인상은 없었을 거예요. 오- 귀여운 사람- 정도렸으려나요.
 그래도 리베리 보고 너 제노스 친구 아니냐?? 했을 땐 좀 짜증을 내긴 했었을 거예요. 제로가 아는 게 많이 없다보니까 본격적으로 화를 내진 않았을 테지만요. 제로 보면서 뭔가...... .o(잘못된 걸 학습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뭐가 잘못된 건지 못 짚겠다...) 정도로 생각했을 것 같은.

빛전 사칭 situplay>1105>281

▶ 본문 내용  다만 '빛의 전사를 사칭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경우 리베리는 웃으면서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하다가 민간인한테 피해가 생기거나 동료를 사칭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슬그머니 나설 겁니다. 사칭범을 제압해서 근처 군인들한테 가져다 준대요.

첫 눈에 반하다 situplay>1105>414-432

▶ 본문 내용  리베리가 '첫눈에 반한다'라는 경험을 하는 거 보고싶어요
 일단 제가 커뮤나 이런 데에서 잘 안 치이는 돌심장이라 무리이긴 한데

 하... 어쩔 수 없다 리베리 마음속에 있는 두 명 어서 나와라 리베리랑 사귀어라
(안사귑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거 사랑때문에 가슴 뛰는 거랑 싸우고 싶어서 가슴 뛰는 거랑 구별을 못 해서 그냥 상대방한테 "우리 싸울래요?" 할 것 같아서 제 마음이 차게 식었어요 네가 그렇지 뭐

 @뭔가 첫눈에 반해도 어라...? 하다가 다른 사람보다 더 신경쓰는 자기 모습 보고 뒤늦게 어?? 하는 그런 거

 뭔가 리베리는... 짝사랑 상대한테 "(대충 누가 봐도 Like가 아닌 Love라는 게 확실한 증상들 줄줄줄 나열하기) ... 그런데 이게 다른 사람한테 느끼는 감정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저한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말해서 상대방이 .o(이거 고백인가 아닌가) 헷갈리게 할 것 같죠

빡친 리베리 situplay>1105>478

▶ 본문 내용  리베리는 (몇 번 표현을 하긴 했었는데) 아주 살짝만 신경에 거슬려도 바로 공격성이 자극됩니다. 그래도 보통은 상황에 맞춰서 이성으로 억누르기에 겉으로 표출되지는 않아요. 리베리에 대해 피상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리베리를 발화점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예요.
 쉽게 자극되는 주제에 잊는 건 아주 힘듭니다. 뒤끝이... 굉장히 길어요.

과자 situplay>1275>209

▶ 본문 내용  리베리는
 빅파이: 오, 과자.
 초코파이: 오, 과자.
 몽쉘: 오, 과자.
 오예스: 오, 과자.
 ...네요!!

 얘는 감자칩도 오, 과자. 할 것 같아요...... 그 날의 기호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연회 situplay>1557>809-812

▶ 본문 내용  아마 리베리가 명문가나 왕실같은 데에서 주최하는 무도회나 연회에 참여한 적은 있을 텐데요 그런 자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치질 위에 덮어둔 위선이나 허례허식에 숨막힌다고 느꼈을 듯

 그래도 톡방 친구들이랑 한다고 하면 기쁘게 참석할 것 같네요 거기는 재밌을 것 같으니까

 방금 생각났는데 얘 연회 참석했다가 (스포)당한 적 있어서 그 때 이후론 그런 자리 안 갔을 것 같네요

프레이 situplay>1557>92-94

▶ 본문 내용  아무튼 그래서... 저희집 프레이랑 리베리는

 프레이: 자... 따라해보세요. "하기 싫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리베리: 하... 하... 하지만 조금 정도는 도와줘도 되지 않을까요?
 프레이: 하........................

 이런 관계입니다

 .o(사실 저희집 말고 다른 집 프레이를 만나도 거의 비슷하긴 할 거예여 디테일만 조금씩 다르고)

프레이(2) situplay>1557>170-178

▶ 본문 내용  @아
 궁금한거
 그럼 지금 시점에서 프레이는 다시 얌전한가요

 음............................ 모르겠어요
 우선 128이를 포함한 톡방 전체에 대해서는...
 저희집 프레이도 리베리는 리베리라 감정 명명에 서투른 건 마찬가지라
 .o(뭐지? 존나 개꼬운데? 개같은데?)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이게 리베리한테 양보할 정도인지 자신이 나서야 할 정도인지 긴가민가해 하고 있대요

 네모+케르에 대해서는...
 자기네 주인이 저렇게까지 해줬는데 아무것도 안 바뀌었다는 것에 대해 ㅈ같음을 느끼고 있는데...
 그렇다고 리베리가 다시 한번 저 두 사람의 사이에 물리적으로 끼어드는 건 원하지 않는다는...
 그런 상태입니다

 간을 보고 있다는 게 맞을지도

 아마 한 번 더 리베리가 다쳐가면서 초톡방 사람들을 위해 나설 때가 온다면 그 때는 본격적으로 나설지도
 뭐 근데 그럴 일이 있겠어요? (플래그)

 @뭔가 128이 일도 그렇고 리베리가 감정적으로 물렁... 해진 면모가 보여서 그럼 프레이랑은 괜찮아진건가 하고 있었거든요
 아니였군용

 숨기지 않아도 괜찮다! 랑 감정적으로 괜찮다! 슬프거나 화나지 않는다! 는 다르니까요
 근본적 목표는 한참 멀었지만 1차적 목표는 달성했으니 일단은 참고 있는다... 라는 느낌입니다

 아마 평생 가도 프레이가 100% 원하는 건 안 이루어질 거지만요 ()

 저희집 프레이는 그래서 리배리한테 항상 져주고 있습니다......

수호신 situplay>1557>486

▶ 본문 내용  진짜 아무도 안 궁금해하는 티미 풀어야지
 리베리의 수호신은 태양과 심판의 신인 아제마입니다
 끝입니다.

발 사이즈 situplay>1557>489

▶ 본문 내용  졸려서 정신 없으니까 바나나껍질 아무렇게나 막 던질 거지롱요
 리베리 발 사이즈는 310mm입니다

안약 situplay>1557>554

▶ 본문 내용  리베리는 그 뭐지 거기 그거 코 쪽에 있는 거기에 두세방울 떨어뜨린 다음에 눈 깜박여서 안약 넣는대요
 그런데 파판14에 안약이 있을까요
 치유마법 받거나 정 필요하면 포션 먹을 것 같아요

현자 문신 situplay>1557>604

▶ 본문 내용  퇴근길 심심한 티미
 리베리우스한테 이름도 없던 시절... 이 아이의 컨셉트 중 하나는 "샬레이안 문신에 흉터가 새겨진 캐릭터"였습니다
 나루토의 탈주닌자 서클릿처럼요
 그런데 제노스랑 엮으려고 이것저것 서사를 넣다보니까... 도저히 현자 직위를 딸 틈이 나오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문신과 흉터는 눈물을 머금고 빼버렸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아쉬워지곤 해요. 현자문신 위의 흉터... 멋있을 텐데......

짜장면 리베리 situplay>1557>634-643

▶ 본문 내용  리베주가 짜장면 시켰으니까 짜장면 먹는 리베리 보고싶어여

 발톱 깎는 아버지들 뒷모습마냥 앉아서 한손에 그릇 들고 후루룩후루룩하는 리베리씨...

 숨쉬는 걸 포기하면 원샷 가능할 것 같은데

 리베리는 남 주는 음식에는 정성 많이 쏟는데 자기 먹는 건 간편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같은 거 즐길 것 같고 그렇죠

 하씨 이거 생각해보니까 현인빵(※밥 먹는 시간 낭비하지 않으려고 개발된 샬레이안의 주식이자 괴식) 발명 원리랑 똑같은데 리베리 현인빵 욕할 자격 없는 거 아닌지

 네 안에 있는 현인빵에 대한 사랑을 받아들여야 해

배신당한 리베리 situplay>1557>658-666

▶ 본문 내용  고민해봤는데 독백으로 쓸 만큼의 내러티브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설명하면요
 (이하 파판14 강력스포)
 >>84 의 초반에 나왔던 여왕 시해 누명 사건이 동료의 배신으로 벌어졌던 사건이었어요
 '어제까지만 해도 어깨를 나란히 했던 병사들'이 왕국 병사가 아니라 배신한 동료들입니다

 @초창기 리베리라 동료의식 없었던 거 같다는 캐해석

 동료의식은 없었는데 배신한 그 친구가 알라미고=갈레말 식민지 출신이라서 동지 의식은 컸대요

제노스랑 동거 situplay>1557>838-845

▶ 본문 내용  출근길 tmi?
 제노스랑 리베리랑 같이 살면 서로서로 .o(저놈은 자기 의견 절대 안 굽히니까 내가 봐주면서 살아야지...) 할 것 같아요

 @의외로 평범하게 괜찮은 동거생활을 하는 타입이네용 이제 가끔가다 제노스가 벗이여... 목숨이 다할때까지 싸우자...할것 같긴 하지만

 그럴 타이밍에는 보통 리베리도 때가 되었다...... 하면서 도끼날 갈고 있을 거예요
 한... 보름에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의외로 생각보다 건전한 생활이네용 뭔가 이미지로는 일주일에 두세번은 그럴것 같았는뎅

 일주일에 두세번은... 동거 초기에 그러다가... 우리 몸이 남아나질 않겠다 빈도를 줄이자 라고 합의(를 빙자한 리베리의 강요)를 거쳤을 것 같죠

#자캐의 말중 진담과 농담의 비율 situplay>1557>882-884

▶ 본문 내용  출근길 tmi?
 진:농 = 5:5에서 4:6 정도 되지 않을까요?? 진심을 기반으로 농담을 할 때도 많아서

 이와는 별개로 톡방 내 리베리의 농담 비율은 전체의 80%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퍼스널 스페이스 situplay>1557>927

▶ 본문 내용  뻘티미
 리베리는 동료 포함한 타인이 자신의 심리적 영역 안에 들어오면 "어우 ㅅㅂ 뭐야 왜 오세요?" → "음 근데 님은 여기 있어도 괜찮음 허락해줄게 히히" 이런 단계를 거칠 것 같은데
 제노스... 만나자마자 싸우자고 하지 않는 제노스에 대해서는 "어 왔음? ㅎㅇ" → "... 근데 ㅅㅂ 오지 마 꺼져!!" 의 단계를 거칠 것 같아요










티엠아이 제목 situplay>854>650

▶ 본문 내용  여기에 내용 작성








6. 독백


시간대순 정리
열람을 희망하는 독백을 클릭하면 해당 위치로 이동합니다.

  • 과거 : 원작 스토리 시작 전의 이야기.
  • 신생 : 원작 기준 1레벨 ~ 50레벨 까지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2년 전부터.
  • 창천 : 원작 기준 50레벨 ~ 60레벨 까지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1-2년 전부터.
  • 홍련 : 원작 기준 60레벨 ~ 70레벨 까지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1년 전부터.
  • 칠흑 : 원작 기준 70레벨 ~ 80레벨 까지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1년 전부터.
  • 효월 : 원작 기준 80레벨 ~ 90레벨 까지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부터.
  • 황금 : 원작 기준 90레벨 ~ 100레벨 까지의 이야기. 25/03/03 기준 현재 시점.

과거 ▶ click! 이것은 리베리우스가 아직 리베리우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전의 이야기이다.
과거 ▶ click! 에르킨은 제노스의 얼굴을 눈에 새기고 있었다.
과거 ▶ click! 아니, 사실, 그 전에 저 자식의 대가리를 한 대만 후릴 수 있으면 원이 없을 것 같다!
과거 ▶ click! 제국으로 인해 가족도 고향도 잃어버린 자신이, 제국의 황자와 보내는 시간을 재밌어 했다고?
신생 ▶ click! 계단을 오르는 신발 밑창에는 여전히 모래 알갱이가 버석버석 밟혔다.
창천 ▶ click! "이렇게 살아야만 내가 인간이 될 수 있겠더라고⋯⋯."
창천 ▶ click! "아무도 죽지 않고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홍련 ▶ click! 위협을 물리치고 평화를 가져와 대륙을 구한 영웅은 결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홍련 ▶ click! 에르킨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제노스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홍련 ▶ click! "저 새끼한테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칠흑 ▶ click! 쿠루루가 지금 읽어낸 리베리우스의 감정은...
칠흑 ▶ click! 이것은 내가 리베리우스와 함께 겪었던 이야기이다.
효월 ▶ click! 이놈의 황궁은 납치될 때마다 개같은 기억만 한가득 안겨주는구나.
효월 ▶ click! 제노스는 지금 이 모든 게 리베리우스를 위해 저지른 짓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효월 ▶ click! "너라면 내 말을 듣지 않을 테지만."
효월 ▶ click!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기하게도,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효월 ▶ click! "이 곳에 타인이란 없다. 오로지 너와 나, 둘 뿐이다."
효월 ▶ click! 어쩌면, 이제는 포기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효월 ▶ click!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내가 다시 여기로 돌아오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효월 ▶ click! 빛의 전사와 직통으로 연결된 링크셸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효월 ▶ click! "나를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황금 ▶ click! 그렇다면 타인을 지키는 암흑기사는 누가 지켜주는가?
황금 ▶ click! "0번째 "내"가 캐릭터 특성창을 열었어."




6.1. Main: 리베리우스


어그로가 날뛰는 김에 적기 시작했던 독백로그 과거 잡담방 링크
본문 링크

▶ 본문 내용
 이것은 리베리우스가 아직 리베리우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전의 이야기이다.
 미래에 리베리우스라 불릴 소년, 에르킨 다무 파호드는 십수 년 만에 파호드 부족으로 돌아왔다. 젖먹이었던 시절 그의 양친이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제국군의 침략에서 도망친 이래 처음이었다. 당연히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고, 그 어린 아이가 산간 마을에 오고 싶어하리라 예상했던 사람도 없었다. 실제로 마을 어른 중 한 명은 에르킨한테 왜 마을로 돌아왔느냐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묻기도 했다. 좋은 나라에 입양갔으면 그곳에서 등 따숩게 살 수 있지 않느냐면서.

 에르킨도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에르킨은 그 정갈하고 엄숙한 도시에서 살 수 없었다. 매일같이 숨이 막혔다. 본인조차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었으나, 사실이 그랬다. 에르킨은 차라리 영원히 정착하지 아니한 채로 돌산을 떠도는 파호드 부족이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여기라면 제대로 숨을 쉬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평온한 나날은 길게 가지 않았다. 갈레말 제국군 중대가 기어코 능선을 넘어와 오지에 거주하던 토착 민족한테까지 총부리를 겨누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그러나 계속해서 항전한다면 씨도 남기지 않고 몰살시키겠다. 중대장의 전령이 그렇게 말했었다.

 "어르신, 난 당최 이해를 못 하겠소. 저쪽에서 목숨은 살려주겠다 하지 않았소?" 언젠가 에르킨한테 치즈덩이를 나눠주었던 어른이 말했다. "저들의 무기가 나무를 불태우던 걸 생각해보시오. 우리의 창대로는 상대조차 안 될 게요. 내가 똑똑히 보아 알고 있소!"

 마을에서 가장 넓은 천막집 내부는 수많은 말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침착하게 주장을 펼치는 토론가는 차라리 양반이다. 지레 겁먹어 때 이른 절망에 빠진 사람도 여럿이며 어른들의 분위기에 그대로 노출된 아이들은 말을 잃거나 말이 너무 많거나 둘 중 하나를 택했다. 에르킨이 사랑했던 산바람은 유독 그날 밤에만 잠잠했다. 바람 없이도 자애로운 달이 없는 밤공기는 충분히 서늘했다.

 마을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 부족장이 목소리를 내었다.

 "아지즈야, 너도 알지 않더냐, 가만히 고개를 숙여서야 어찌 우리가 긍지 높은 파호드족이라 할 수 있겠느냐. 저들이 우리한테 치욕을 주더라도..."
 "그 놈의 긍지가 우리 목숨까지 살려준단 말이오? 카키모라족이 어떻게 됐는지를 생각해 보시오. 거대한 철덩이가 불을 뿜자 그 이름난 전사도 맥을 못 추리고 쓰러지지 않았소이까! 난 그런 전쟁터로 우리 아들딸은 못 보내오."
 "입 조심하시오! 듣자듣자하니 안 되겠군, 차라리 여섯 살 난 자네 딸이 더 용맹하겠소! 시작하지도 않은 싸움을 벌써부터 두려워해서야 어쩌자는 게요!"
 "그렇지만 아지즈의 말이 틀리지는 않잖소. 그들을 이길 계책이라도 있는 게요?"
 "수로만 봐도 우리가 질 게 뻔히 보이는 것을..."
 "다른 부족들이랑은 뭐 이길 걸 알고 싸웠나..."

 말. 말. 말이 많다. 에르킨은 머릿속에 점점 짜증이 쌓이는 걸 느낀다. 경청의 방법도 모르는 것들이 자신의 발언만 옳다며 득달같이 달려들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고 에르킨은 생각했으나 아무것도 못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상태가...

 "아저씨! 그거 아니에요! 잘못 알고 계세요!"
 "도마국을 떠올려봐요! 누나는 거기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봤잖아요!"
 "제국에는 절대 가면 안 된다니까요!"

 ... 아무리 소리를 질러봐도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열다섯밖에 되지 못 한 소년은 성인 남성은 물론이고 웬만한 성인 여성보다도 키가 작았다. 게다가 마을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되는 신세이기까지 한데, 아무리 까치발을 들고 팔을 올린다 해도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너무 답답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학교에서는 적어도 다들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척이라도 했었는데!

 "다 조용히─!"

 부족장이 지팡이를 세게 내리찍었다. 지나치게 흥분하여 시장바닥처럼 떠들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차츰 잦아든다. 에르킨은 부족장한테 사회자의 역할을 기대하며 그를 바라보았고, 이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채 부족장은 마른 기침을 몇 번 했다.

 "한 사람씩 좀 말 해라, 이것들아. 여전히 쓸데없이 팔팔하니 이 늙은이가 기쁘기야 하다만 도가 지나치지 않느냐. 너무 시끄러워서 뿔이 다 아프다. 한 명 씩, 돌아가면서, 잘 알아먹었느냐?"

 부족장은 지팡이로 옆 사람을 가리켰다.

 "네가 먼저 말해보거라."

 염원하던 발언 기회가 에르킨한테 찾아왔다. 그가 제일 배운 사람이어서도 아니고, 그가 존경받는 위치여서도 아닌, 그저 우연히 부족장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얻은 기회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에르킨한테는 큰 기회다. 그는 말할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부족 사람들을 설득시킬 자신이 있었다.

 에르킨은 떨리는 손을 가슴 앞에 그러모았다.

 "여러분, 제 말을 잘 들어주세요. 제국이랑 싸워도 괜찮아요. 군인들한테서 도망쳐도 괜찮아요. 하지만 절대로 저들한테 항복해서는 안 돼요. 그것만은 반드시 피해야 해요."

 심장이 바쁘게 뛰어 가쁜 숨을 정돈했다. 그 틈새로 부족 어른 하나가 말을 끼어들었다.

 "도망치는 거나 항복하는 거나 뭐가 다른지 나는 모르겠구나."
 "아직 말하고 있잖느냐."

 부족장이 지팡이를 바닥에 찍으며 질책했다. 에르킨은 그 부족민과 눈을 마주했다.

 "... 오사드 대륙 안에서는 동방 연합이, 그리고 대륙 바깥에서는 알라미고가 갈레말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어요. 알라미고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아세요? 노예가 된 것마냥 착취당하는 데다가 인간만도 못 한 취급을 받으며 모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고요. 도마국 사람들은 여기 사람들도 아는 분들이 많을걸요? 다들 보셨었죠? 그게 사람 사는 꼴이 맞아요? 다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을 거 아녜요!"

 적절한 어투, 적절한 손짓, 적절한 표정을 곁들여가며 에르킨은 열변을 토했다. 어렵게 만난 고향 사람들이 제국의 손에 넘어가는 것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막고 싶었다. 어쩌면 자신이 샬레이안에 가서 지식을 배워온 것도 이 사태를 막길 바라는 하이델린의 뜻이 아니었을까? 에르킨은 오만하게도 그렇게까지 생각했다...

 에르킨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부족민 하나가 입을 열었다.

 "그게 뭐가 나쁘다는 거냐?"
 "...... 네?"
 "도마는 갈레말과의 전쟁에서 졌잖아. 알라미고라는 나라도 똑같을 거 아니냐? 약한 자는 강한 자를 따라야 하는 법, 거기에 따르는 것 뿐.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에르킨은 할말을 잃었다. 자기 부족이 침략당하기 일보 직전인데 저런 말이 나올 수가 있나?

 "도, 도의적으로 그래선 안 되는 거잖아요.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사익을 위해서 함부로 대하는 건......"
 "얘야. 네가 바깥물 먹어서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 아우라 젤라는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단다. 싸우고, 다치고, 피흘리고, 지키고, 버려지고, 그러면서 이 바위산에서 살아남은 거다. 파호드가 다른 부족은 안 잡아먹었을 것 같더냐? 내 증조할머니는 지금은 없는 부족 출신이셨어!"

 ...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껏 저런 논리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에르킨의 이성은 저 말이 잘못되었다고 경종을 울렸으나 구체적으로 어디가 잘못됐는지 집어낼 능력이 그한테는 없었다. 푸른 눈이 바르르 떨리는 사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술은 곳곳에 있었다.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부정해선 아니되긴 하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치욕스럽게 살아야 한단 말입니까? 다들 그러길 바라요?"
 "그러니까 도망가자고 저 아이도 말하는 게 아니겠소. 나는 에르킨의 말에 찬성이오."
 "아니지. 사람답게 살지 못 할 바에야 끝까지 긍지는 지키자는 말이잖아. 이대로 그냥 도망이나 치자고? 다들 자존심도 없어?"
 "저, 저기요."

 어른들은 이미 에르킨한테 관심이 없었다. 이러려던 게 아니었다. 좀 더 멋지게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줄 알았는데. 에르킨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고 부족장의 지팡이 소리는 여전히 거대하게 뿔을 울렸다.

 "말 한 마디 할 때마다 하나하나 말대꾸하지 좀 말아라! 애송이들이 혓바닥에 기름칠은 아주 잘 했구나! 자, 다음!"
 "저 아직 다 안 했..."
 "솔리하가 말해보거라."

 에르킨의 기회는 허망하게 넘어갔다. 다음 타자가 자신만의 말을 파호드의 언어로 말하고, 다른 부족민들이 거기에 끼어드려 하고. 말로써 이어지는 난전이 계속되었다. 거기에 에르킨의 자리는 없었다.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에르킨은 이것이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걸 안다. 눈 앞이 새하야면서 동시에 벌겋기도 하다. 이대로 간다면 애먼 사람한테 화풀이를 해버릴 것만 같아, 에르킨은 누구한테도 꼬리 끝 하나 닿지 않고 천막을 뛰쳐나왔다. 어디든 좋으니 저 인파로부터 멀리 떨어져야 했다.

 첨벙.

 강물을 한가득 퍼올려 세수를 한다. 손끝이 아릴 정도로 세수를 해도 열이 식지를 않아 아예 머리를 강물에 담갔다. 숨방울이 보글보글 피어오른다. 수십 초가 지나고 머리를 들어올리자 푹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줄기가 쏟아진다. 노기를 채 다 버리지 못 한 두 눈은 굳게 감겨 있다.

 "진정해...... 참자. 내가 참는 거야."

 상황이 마음에 안 들게 흘러가거든 폭력부터 쓰고싶어지는 건 에르킨의 고질적인 나쁜 버릇이다. 이걸 고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수고를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에르킨은 지금 무조건 참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각고를 다 한다.

 에르킨은 본인들이 처한 상황을 잘 모르는 듯한 마을 사람들한테 화가 났다. 당장 내일이면 침략당해 존엄이고 뭐고 다 없어질 사람들이 약육강식의 논리나 들이밀고 있다. "인간이 되어서는 그딴 말이나," 아니, 아니다. 분노의 방향을 잘못 정해서는 안 된다. 에르킨이 화를 내야 할 대상은 무력정복을 꾀하는 제국이어야 하지 죄없는 부족민이어선 안 된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자. 냉정한 머리로 이성적인 생각을......

 "...... 아니 근데 저 새끼들이 먼저 멍청하게!!"

 쾅! 나무 줄기에 주먹질을 하자 구멍이 커다랗게 패인다. 기둥 한중간을 반절이나 잃어버린 나무가 기어코 기우뚱 넘어진다. 강물 위로 넘어진 나무가 물보라를 일으키는 동안에도 에르킨은 여전히 이마에 열이 잔뜩 올랐다.

 에르킨도 알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은 교육다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불어 사는 사회란 어떤 것인지, 도덕을 논하기 이전에 공용어 문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도 절반을 넘지 못 할 것이다. 배우지 못 한 사람들을 어찌 욕할 수 있으리, 그러니 지금 느끼는 분노는... 설득시킬 능력이 없는 자신을 향한 것이 절반이요 옳지 못 하게 흘러가는 세상을 향한 게 나머지 절반일 터다.

 "............ 짜증나."

 이 울분은 세수 한두 번 하는 것만으로는 쉬이 풀리지 않으리라. 그렇다면 에르킨은 무엇을 해야 할까? 시한폭탄같은 성질머리를 이끌고 마을로 돌아가야 할까? 에르킨은 그러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갈밭에 던져놨던 호신용 외날검을 꼬나쥐고 비틀비틀 걸어간다. 방향은 산 너머, 제국군 중대가 진지를 쳐놓은 공터다. 피가 지나치게 쏠린 두뇌가 지극히 단순한 논리를 내놓았다. 부족민들 말대로 약한 자가 강한 자의 말을 들어야 하는 법이라면 자신이 대장 모가지를 쳐버렸을 때 모두가 자신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새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암살 대상으로 삼은 건 푸른 눈의 금발 남자아이. 자신보다도 나이가 적어보였지만 황태자라고 불렸으니 그 자가 저 중대 안에서 가장 높은 위치일 것이다. 선전포고를 하는 군인들을 보려고 몰려든 여러 부족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에르킨은 우연히 그 소년을 발견했었고, 그 또한 오랫동안 눈맞춤을 유지했었다. 누군가한테는 일생이 걸린 중대한 사태를 벌여놓고 이 모든 게 지루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년.

 "죽여버리겠어."

 그 얼굴을 떠올리자 다시금 짜증이 치솟는다. 지금 당장에라도 그 잘난 상판대기를 물어뜯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을 것 같다.

 별만이 빛을 더하는 가장 어두운 밤. 에르킨은 생애 첫 인간 사냥을 나섰다. 실패로 끝날 것이 예정된 싸움이었다.

독백2 과거 잡담방 링크
본문 링크

▶ 본문 내용
 에르킨은 억울하다. 이렇게 허접한 애송이한테 패배할 에르킨이 아니었다.

 갈레말 제국의 황자, 제노스 예 갈부스한테 그가 패배한 건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제국군은 다수였으나 에르킨은 혼자였다. 아무리 제노스를 실력으로 압도한다 한들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거의 성공할 뻔했던 암살 시도는 실패했고, 에르킨은 사지가 묶인 채로 포획되었다. 그 상태로 몇 개의 낮이 지나갔다.

 "......"

 파호드 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생존자가 남아 있을까. 차라리 마을에 남아 그들과 함께 끝까지 싸웠어야 했다는 후회는 굶주림과 더불어 깊어져 갔다. 답답함에 머리를 찧으면 뿔의 쓰라린 고통과 이마에서 흐르는 선혈이 남는다. 에르킨은 그것들과 며칠을 동거했다.

 아픔과 함께 달리던 수송 차량이 부드럽게 멈춰선다. 얼마 안 가 컨테이너 문을 열며 나타난 제국군 병사가 에르킨의 몸뚱이를 들쳐멘다. 도축당한 고깃덩이마냥 호송되는 에르킨의 꼴은 여느 식민지인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에르킨은 본인이 감옥이나 지하실 따위에 갇힐 거라 예상했건만, 병사가 그를 던져놓은 곳은 누가 봐도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진 방이었다. 마을의 천막 서너 개를 합친 것보다 훨씬 넓은 데다가 햇빛이 잘 들어오기까지 하니 적어도 자신같은 평민이 머물 법한 공간은 아니지 않나. 경계심에 눈동자를 굴리고 있으려니 갑옷 철판끼리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제노스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얌전하군."

 거리를 둔 채 멈춰선 제노스가 말했다.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던 짐승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할 정도로."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열세 살 애송이가 지껄이는 도발이 우습다. 에르킨은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놀린다.

 "마비독을 그렇게나 처발라놓고 쌩쌩하길 바랐냐. 네 대가리를 잘 못 쓰겠어?"

 발음은 어눌하고 속도도 느리다. 근육을 못 움직이게 만드는 독을 성으로 오는 며칠 간 계속 맞은 탓이다. 덕분에 자신의 부족을 침략한 적국의 핵심 인물이 눈 앞에 있음에도 가만히 있어야 하는 처지이지 않나. 독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달려들었을 거다. 눈에 힘을 부릅 주고 노려보는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제노스는 그런 에르킨을 말없이 내려다본다. 불현듯 허리춤의 검집을 빼낸다.

 "뭘......!"

 그리고는 검을 검집채로 에르킨한테 던진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에르킨의 눈앞으로 검집이 미끄러져 당도한다.

 "들어라. 다시 한 번 나를 죽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
 "아니면, 그렇게 땅바닥을 기는 상태로 죽고 싶나?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내가 직접 죽여주지."
 "... 하......"

 웃음이 나온다.

 "하하, 하...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 상황이 짜증나기 그지 없다. 실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꼬맹이가 자신을 얕보질 않나, 황자라는 자리가 존귀하기라도 한 양 명령과 하대를 해대질 않나. 그리고 거기에 맞춰야지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의 처지도 화가 난다. 그러나 이건 기회가 될 수 있다. 저것이 자신을 얕잡아볼 때야말로 반격을 성공시킬 수 있는 찬스다. 그렇다면 거리끼지 않고 써먹어줘야 하는 법.

 에르킨은 칼자루를 입에 물었다. 늑대가 사냥감의 목숨을 끊듯 머리를 털자 검집이 떨어져 나갔고, 그 상태 그대로 목만 돌려 팔목 밧줄 쪽에 칼날을 비집어 넣었다. 마비된 사지가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살갗에서 피가 흐른다. 하지만 괘념치 않는다, 자유로워진 손으로 발목의 밧줄도 잘라낸다. 바르작거리며 몸뚱아리를 겨우 일으키자니 오른손에 들린 칼이 사정없이 떨린다. 거친 숨을 내쉰다.

 "......"
 "그래. 그 눈이다."

 에르킨의 눈은 타오르는 듯했다.

 "그 눈이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 귀를 찢을 듯한 파열음이 울리고, 맞댄 두 검날에서 붉은 불티가 튀었다. 삐걱이는 대치 상태가 이어진다.

 "이런 감정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군. 뭐라고 명명해야 할지 아리송할 정도다... 희열, 쾌감? 아니면 해방감...?"
 "......"
 "확실한 건, 네놈은 나와 동류다. 맞댄 검을 통해 느껴지지 않나?"

 에르킨이 힘을 주어 제노스의 칼을 밀쳐냈다. 두어 걸음 물러난 제노스를 향해 칼을 힘껏 휘둘렀다.

 "뭐래 씨발!!"

 어서 저 입을 다물려야 한다, 그 일념 하에 이루어진 공격이었다. 한 합. 공방이 무사히 이루어진다. 두 합. 검을 내리치던 와중 에르킨의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태세가 무너지고 제노스가 들어올렸던 칼은 의도한 궤적 그대로를 따른다. 에르킨의 상체가 크게 베인다.

 "큭......!"
 "하지만 이래서야 죽이는 보람이 없군."

 어깨를 감싼 채 주저앉은 그대로 숨을 몰아쉰다. 이토록 짧은 공방이었음에도 지나치게 힘이 많이 들어갔다. 분하다는 감정을 가득 담아 자신한테 다가오는 제노스를 올려다봤다.

 당장이라도 저 녀석의 목을 따버려야 하는데.

 제노스는 에르킨의 목을 내리치지 않았다. 검 끝으로 턱을 들어올려 자신의 눈을 마주보게 했다.

 공교롭게도 제노스의 눈동자는 에르킨과 같은 푸른색이다.

 "사흘이다. 사흘 뒤, 나를 다시 찾아와라."

 제노스는 에르킨을 죽이기 위해 데려왔다.

 "그동안 몸을 충분히 회복시켜라. 그렇지 않다면 내가 너를 베어버릴 것이다."
 "......"
 "너무 쉽게 죽어버리면 시시할 테니."

 혹사당한 몸뚱이는 얄궂게도 때이른 수면을 급하게 청한다. 억지로 부릅 뜬 눈이 서서히 감기고, 피를 많이 잃은 몸뚱아리가 앞으로 쓰러진다.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도 에르킨은 제노스의 얼굴을 눈에 새기고 있었다.

 한 번 정한 사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력이 없어도 독백은 쓰고싶어 과거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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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퍽. 내 뒤통수로 돌멩이가 날아왔다. 뜨끈한 피가 뒷목을 적시고 등 뒤에서 낄낄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나한테 돌을 날린 군인들이다.

 "병신 새끼. 안 피하고 그대로 맞는 것 좀 봐."
 "안 피하는 게 아니라 못 피하는 거 아니냐? 야만족 새끼가 그럼 그렇지."

 '죽일까?' 살인 충동이 습관적으로 목젖을 치고 올라왔다. '1분 안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불타는 감정의 맛을 꽤 오랫동안 음미하다가 군인들한테서 시선을 피했다. 지금은 아니다, 나 혼자만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노역장에 혹사당하는 노역꾼들이 아주 많았다. 내가 보복을 했다가 괜히 다른 사람들한테 불똥이 튀면 안 된다. 이걸 두고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느냐고.
 무시하자, 무시. 짜증나는 군인들을 무시하며 포대기들이나 마저 들처업기로 했다. 그러자 무리 중 몇 명이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야. 쌩까냐?"
 "⋯⋯."
 "귀가 안 달려서 소리도 못 들어? 이거 완전 덜떨어진 놈이네?"
 "실실 쳐웃고 있는 것 좀 봐. 대가리 쳐맞아서 맛 간 거 아니냐."

 왜 나한테 지랄이실까요들. 이라고 말하면 안 되겠지. 사실 유난히 나만 건들려 하는 이유는 대충 짐작이 간다. 안그래도 보기 드물고 이질적으로 생긴 아우라족인 데다가 여기에 입소했을 때부터 몸이 거의 반송장인 상태였어서 그럴 거다. 여기 끌려온 사람들이 어디 한 군데 성치 않은 거야 흔한 일이라지만 나만큼 심각한 부상을 달고 있는 건 또 드물다는 말을 들었다. 요컨대, 괴롭히기 만만해보여서 찍혔다는 거다. 지긋지긋한 갈레말인들.

 비속어를 속으로 삼키며 저들의 말에 나긋나긋하게 대꾸해준다. 적당히 맞다보면 알아서 떨어지겠지.

 "저한테 볼일이 있으실까요?"
 "이 새끼가. 다 들리면서 안 듣는 척 했네? 어? 우리가 만만해 보였나보다?"
 "짐승놈이라 그런지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는 모양인데⋯⋯."

 야만족인지 짐승인지 하나만 해줬으면 좋겠다.

 "멍청한 개새끼는 상하 관계를 똑바로 가르쳐줘야지."

 군인 무리 중 한 명이 칼자루로 내 배를 툭툭 찔렀다. 하필이면 얼마 전에 다쳤던 부위라 원하지 않아도 신음이 저절로 나왔다. 아마 알고서 일부러 상처를 때리고 있는 거겠지? 나쁜 놈들이라고 속으로 욕하면서도 그들의 욕구에 맞춰 아프고 약한 척을 해주었다.
 나와 같은 처지의 식민지 징용병들은 저마다 무거운 짐을 서너씩 들쳐업은 채 멀찍이 내 옆을 지나간다. 그들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마 저들은 나한테 눈길도 주지 않으려 할 거다. 괜히 군인들과 눈이 마주쳤다가 자신이 휘말려들면 당장의 목숨을 장담하기 힘들 테니까. 이런 상황이니 도움을 기대하는 건 옳지 않고, 적극적으로 괴롭힘을 없애기 위해 움직이기도 애매하다. 그저 이유 없는 괴롭힘이 멈출 때까지 내가 참을 수밖에⋯⋯.

 "눈 깔아."

 개머리판이 내 정수리를 친 것과 노역장 문이 열린 건 거의 동시였다. 노역장 이곳저곳에서 작은 소란이 일고, 나를 괴롭히느라 정신이 팔려 손님이 온 것도 모르고 있던 군인들이 뒤늦게 손님한테 반응했다.

 "헉! 제, 제노스님!"
 "제노스님께서 무슨 일로 이 곳에!"

 급하게 자세를 바르게 하고 경례를 하는 군인들 사이로 모습을 보인 건 덩치만 큰 갑옷을 입은 노란 머리 애송이, 제노스였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꼬맹이한테 다 큰 성인 장정들이 쩔쩔매는 게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노스를 노려보며 경계하는 가운데, 제노스는 근처의 군인들한테 눈길도 주지 않는 채 느긋한 어투로 말을 받았다.

 "내가 여기에 오면 안 되기라도 하나?"
 "아닙니다! 이 제국의 모든 대지가 제노스님을 위한 것입니다!"
 "헌데 내 말을 듣지 않는 자가 있는 듯 하군."

 제노스는 나를 보고 있다.
 망할.

 "몸이 다 낫거든 찾아오라고 하지 않았나?"

 미칠 듯이 물어뜯고 싶었다. 저 자식이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반박하고 물고 늘어져 토론이라는 이름의 싸움을 대판 벌이고 싶다. 아니, 사실, 그 전에 저 자식의 대가리를 한 대만 후릴 수 있으면 원이 없을 것 같다! 시간과 장소라는 걸 가릴 줄 아는 내가 힘겹게 분을 삭이느라 가만히 서있기만 하려니 간도 큰 말단 한 명이 제노스의 질문 아닌 질문에 대답했다.

 "하, 하지만 제노스님. 이 자는⋯⋯."

 멍청한 군인의 용기는 제노스의 눈빛 한 번에 사그라들고 말았다. 아마 내가 징용병이자 죄수인 입장이니 이 시간에는 노역을 하고 있어야 한다, 뭐 그렇게 말하려고 했었겠지?

 "⋯⋯ 그러고보니⋯ 이 자들한테 맞고 있더군."
 "⋯⋯."
 "겨우 잔챙이한테 당할 실력은 아닐텐데⋯⋯ 그 사이 솜씨가 녹슬기라도 했나?"

 제노스가 옆에 있던 군인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내 나한테 던졌다.

 "확인해보마. 검을 들어라."

 여전히 저 새끼는 싸가지가 없다.

 "제노스님, 제노스님과 검을 맞대기에는 저런 미천한 야만족은⋯⋯"
 "내가 싸우겠다고 누가 말했지? 싸우는 건 너다."
 "예?"
 "굳이 말로 해야 알겠나? 저 자가 나와 검을 맞대기에 충분한 자인지 자격을 확인하겠다는 거다⋯⋯. 네놈을 다섯 합... 아니... 세 합 만에 목을 벨 수 있는지 봐야겠어."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말을 더듬는 군인의 모습이 이제는 애처롭게까지 느껴진다. 저런. 그러니까 마음을 곱게 먹지 그랬어.

 얼결에 복수의 기회를 잡게 되었다. 물론 제노스는 나를 괴롭힌 놈한테 복수할 기회를 마련해주겠다는 기특한 생각 따위 전혀 갖지 않았을 거다. 초장에는 나도 살짝 의심을 하긴 했는데⋯ 보기만 해도 짜증이 솟는 저 낯짝을 보면 알 수 있다. 제노스는 정말로 내가 부상 때문에 싸울 수 없는 상태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거다. 내 뿔을 걸 수 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나는 저 꼬맹이가 마련해준 기회 따위 죽어도 받고 싶지 않다.

 "제노스님. 저를 향한 의심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제 곧 제노스님께서 감사하게도 마련해주신 대련을 수행해야 하는 바, 아직은 부족한 몸이 이번 전투로 인해 제노스님과의 일합에서 본 실력을 다 내지 못 할까 심히도 저어됩니다."
 "⋯⋯."
 "그러니 부디 넓은 아량을 베푸시어 명령을 거두어주시고 제노스님과의 대련에 온 신경을 쏟을 수 있도록 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실망할 일 없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제노스도 나름 황족이라니까 알겠지. 방금 한 말은 '응 안 해' 라는 뜻이다. 내 말 뜻을 알아들었는지 제노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왜 존댓말을 하지?"

 ⋯⋯ 못 알아들었냐?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왜 나한테 존댓말을 하느냐고 물었다."
 "⋯⋯ 제가 어찌 하늘과도 같은 갈레말 제국의 황자님께 무례를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마음에 안 드는군."

 어쩌라고. 내가 반말하면 여기서 바로 온몸에 숨구멍 나는 거 모르냐?

 "뭐, 됐다. 나도 이런 곳에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한 시라도 빨리 검을 맞대고 싶은 마음은 우리 둘 다 같은 듯 하니⋯⋯."
 "⋯⋯."
 "⋯ 따라와라. 이번에는 더 좋은 장소를 마련해두었다."

 갑옷 부위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제노스가 먼저 자리를 떠났다. 나는 주위의 눈치를 보다가 제노스의 뒤를 급하게 따라갔다. 아무리 눈치 파악이 느린 나라도 노역장의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진 게 느껴진 탓에 선뜻 움직이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번 사건 때문에 미래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복잡한 일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 그리고 바로 다음날부터 나는 노역장에 끌려가지 않게 되었다. 텅텅 비어 나 혼자 남은 감옥 안에서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 아무래도, 나, 제노스의 깔로 인식된 것 같지.

 "진짜 시발 다 죽여버려⋯⋯."

 제노스랑 엮이면 뭐 하나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이번에 생긴 습관적인 살인 충동은 오랫동안 품 속에 가지고 있었다.

독백3 과거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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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이후로 에르킨은 하루가 멀다하고 제노스한테 불려 나갔다. 에르킨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황자라는 놈이 원래 다 이런 건가? 귀하디 귀한 옥체에 흠집이 나면 천지가 뒤집힐 듯이 날뛰는 세습귀족과 제노스는 달랐다. 얼마나 부상을 입든 상관 없이 전투에 만전을 가하고는 했다. 마치 자신이 이 곳에서 죽어버려도 상관없다는 듯이.

 그리고 그건 에르킨도 마찬가지였다.

 "윽......!"

 척추를 훑고 지나가는 짜릿함이 있다. 이는 전투의 희열을 비유한 표현이 아니다. 죄수의 표현임을 증빙하는 초커에서 고압 전류가 단번에 방출되었고 에르킨은 속절없이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제노스의 부상이 일정치에 다다르거든 대련장을 감시하던 시종이 초커로 신호를 보낸다. 오늘의 대련은 여기서 끝이다, 라고.

 당초에는 전기를 맞든 말든 전투를 이어가려고 했었다. 죽을만치 아팠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 결과 에르킨은 전투 중간에 기절해버려 며칠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제노스한테 불려가서 또 싸우고 또 기절하고... 그것이 몇 번 반복되고서야 에르킨은 포기했다. 살짝 짜릿한 알람이라 생각하면 편했다.

 목에 겹겹이 쌓인 화상을 메만지는 에르킨을 제노스는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검집에 검을 집어넣는 행동에서 미련이 묻어나왔다.

 "또 부르지."
 "그러시겠지."

 에르킨이 습관처럼 비아냥거렸다. 이 정도로는 움찔하지도 않는 걸 알고 있다. 초커에 연결된 쇠사슬에 끌려 대련장을 나가는 에르킨한테 제노스가 말을 걸었다.

 "내일은 검술 수련을 받을 예정이다만 참석하고 싶나?"
 "수련? ... 어차피 나랑 치고박고 싸우는 거잖아? 나한테 선택권이 어디 있어."

 제노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검술 선생을 새로 하나 구했다. 나한테는 질이 낮은 교본밖에 없거든."

 '질이 낮은 교본'이라 할 때 제노스는 에르킨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감히 나한테서 칼 쓰는 법을 훔쳐가려 한 건가, 에르킨이 눈살을 왈칵 찌푸렸다. 어쩜 이렇게까지 건방질까!

 "그거 기대되는데...!"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꼬리를 한껏 찢는다. 이미 한바탕 싸우고 난 뒤면서도 당장 2차전을 시작할 것만 같은 기세다.

 "어디 한번 해봐. 날 죽일 실력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보자고!"

 효과는 발군이었다. 도마인 선생을 들인 이후로 제노스의 발전 속도는 날개를 단 듯 했다. (식민지에서 차출한 인력이라는 말을 듣고 에르킨은 혀를 찼다. 제국이란!) 에르킨의 수를 읽지 못 한 게 언제냐는 듯 칼을 맞받아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이제는 까딱 잘못했다간 공세의 주도권이 제노스한테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건 정말 놀라운 성장이었다! 웬만한 사냥꾼들도 에르킨한테서 우위를 점하기는 힘들었다. 그걸 지금 이 열네살 꼬맹이가 해낸 것이다.

 신체는 힘들었으나 정신은 괴롭지 않았다. 지하 감옥의 차가운 바닥도 버틸만 했다. 대련장에서 잔뜩 흘린 땀을 식히는 데에 돌바닥이 도움이 되는 면도 있었다. 산악지대에서 생포되었을 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곳 생활도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감옥 바닥에 몸을 옹송그리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제노스가 비책을 하나 생각해 냈다던데 그게 무얼까? 결정력이 약하다는 제노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일까? 아니면 특유의 추진력을 더욱 살리는 계책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 없었다, 에르킨은 양쪽 모두가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일 제노스가 어떤 걸 보여줄지 정말 기대된다.......

 "......."

 에르킨이 눈을 홉뜬다.

 내가 방금 뭐라고 생각한 거야?

 "...... 기대된다고?"

 제노스와 싸우는 것이 즐겁다고 했나? 내가? 제국으로 인해 가족도 고향도 잃어버린 자신이, 제국의 황자와 보내는 시간을 재밌어 했다고?
 내가 감히 즐거워할 자격이 있나?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입꼬리를 쓸었다. 어느샌가 입꼬리 끝이 슬그머니 올라가 있었다. 에르킨은 웃고 있었다. 제노스와 함께 있는 게 재밌다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아니야!"

 쾅.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아냐! 그렇게 느낀 적 없어!"

 다시 한 번 더. 아릿한 통증으로 벌을 대신한다. 제노스는 에르킨이 분노를 느껴 마땅한 상대다. 또한 분노를 느껴야만 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수탈과 탄압에서 이득을 얻는 침략자, 평화를 깨부순 잔해 위에서 영화를 누리는 족속, 이웃의 시체를 밟으며 걸어왔을 학살자...

 그런 상대와 싸우면서 희열을 느껴서야 마치 짐승과도 같지 않은가.

 "우... 웩,"

 한번 인식하기 시작하자 거부감이 파도처럼 밀려 들어왔다. 결국 참지 못 하고 속을 게워낸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불의를 멀리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인간처럼 살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자신 또한 자신을 거두어둔 그들처럼 선과 정의를 위해 살아갈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 에르킨은 짐승이 아니었으니까.

 "께헥, 흑."

 역겨운 자신을 밀어내기 위해 신체는 계속해서 내면을 밀어냈다. 간수 하나가 창살을 쿵쿵 치는 소리가 들렸다. 반복되는 강도 높은 노역에 밤새 앓는 식민지인은 많다, 저 간수도 곧 관심을 잃고 떠나갈 거다. 그리고 남은 자리에는 무엇 하나 성치 못 한 사람들이 사지를 널브러뜨리고 있겠지.

 심하게 떨리는 온 몸은 도통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에르킨은 양팔을 감싸안은 채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래, 에르킨은 저들과 함께 해야 했다. 제노스같은 타도해야 할 악이 아니라.
 
 
 ---
 
 
 다음날, 제노스의 방으로 다시 불려갔을 때. 지난날의 다짐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소식을 하나 들었다.

 "그 남자는 죽었다."

 손바닥에 유난히 심한 상처가 나있길래 그에 대해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이렇다. 제국인이 선천적으로 쓸 수 없는 '검격'을 따라하기 위해 손에 에테르 크리스탈을 박아넣었고, 그 결과 검술 선생을 이길 실력을 갖추게 되어.

 그래서 죽였다고 했다. 제노스가 이길 수 있었으니까, 죽었다.

 "...... 죽일 필요까지 있었어?"

 검날을 햇빛에 비추어보던 제노스는 날에 반사된 에르킨의 상을 눈에 담았다. 몇 날 며칠을 함께 한 상대에 대한 정이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어리석은 질문이군. 죽일 이유가 있던 게 아니라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뿐."
 "...... 죽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나는 그 자와의 싸움에 목숨을 걸었다. 넘지 못 할 벽을 뛰어넘기 위해 말 그대로 온몸을 갈아넣었지. 죽을 각오로 전투에 모든 걸 쏟아부었고 그 결과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다... 당연한 결과 아닌가."
 "......"

 제노스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놈이라면 이해하고 있을 텐데."

 이해할 수 있었다. 결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에르킨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턱은 아래로 잡아당겨졌고 오랫동안 자르지 못 한 머리카락은 그의 두 눈에 음영을 드리웠다. 느릿한 속도로, 그는 검집을 잡았다.

 "...... 제노스."

 검은 검집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허리춤을 벗어난 검집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에르킨의 손을 벗어난 검을 빤히 바라보던 제노스는 이내 시선을 에르킨의 얼굴로 돌렸다.

 "나는 너와 싸우지 않을 거야."
 "... 검을 들어라."
 "너와 싸우지 않겠다고 말 했어..."

 에르킨이 힘없이 팔을 늘어뜨렸다. 제노스가 칼을 빼들었다. 날카로운 금속질 소리가 선연하다.

 "무기를 들어라, 에르킨 파호드."

 에르킨은 움직이지 않았다. 칼끝을 겨눈 제노스가 돌진해올 때조차도, 그저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나와 싸우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

 푹. 살덩이를 관통하는 불쾌한 감각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럼에도 에르킨은 신음 하나 내지 않았다. 깊이 가라앉아 도리어 굳게 굳은 눈동자만이 제노스를 향할 뿐이었다.

 "그럼 죽이든가. 검술 선생님한테 그랬던 것처럼."
 "... 이해할 수가 없군. 그 자의 죽음이 네놈이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지?"
 "내 눈앞에 있는 게 갈레말 제국의 황자인 이상 관련이 없을 수가 없을 거야."

 칼을 털어내듯 빼내자 옆구리가 크게 베인다. 후두둑, 피가 비오듯이 쏟아진다. 에르킨도 사람인 이상 고통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어, 저도 모르게 비틀거리며 두어 걸음을 물러난다.

 "그따위 시시한 것에 연연하지 마라. 신분이니 정치니 하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저 허울에 불과하단 말이다......!"

 어금니가 뿌득 갈린다. 고통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다. 눈앞이 시뻘개지는 걸 고스란히 느끼며 에르킨이 배에서부터 소리를 끌어올린다.

 "그렇다면 버려보든가...! 네가 나를 옆에 둘 수 있던 것도, 강해지기 위한 수단을 고르고 쓸 수 있었던 것도 전부 다 잘난 황자라는 직위 덕분이잖아! 어디 한번 그걸 모조리 버리고 흔적도 없이 불태워 보라고! 보나마나 시도도 못 할걸!"
 "... 상대할 가치도 없는 말이군."
 "왜냐하면 너희가 탐욕에 찌든 짐승이니까──!!"

 크게 치켜든 검이 에르킨을 길게 찢는다. 검의 궤도, 칼날의 각도, 힘의 세기가 모두 속속들이 읽혔지만, 에르킨은 그저 밀쳐지는 대로 넘어지기만 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믿었다. 피웅덩이가 에르킨의 옷을 서서히 물들여갔다.

 천천히 에르킨의 머리맡으로 걸어온 제노스는 검끝을 에르킨의 눈 앞에 겨눴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무기를 들고 나와 싸워라."

 에르킨의 푸른 눈이 제노스를 응시한다. 무언가를 열망하는 눈이었으나 그것이 코 앞의 피냄새는 아닐 터였다.

 "... 내 말대로 해준다면 얼마든지."

 네 특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면 죽여라. 말에 담긴 속뜻을 제노스 또한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치를 먼저 그만둔 쪽은 제노스였다. 한참을 가만히 서 있던 그는 말없이 발을 돌렸다. 얼마 안 가 시종 몇 명이 방에 들어와 에르킨을 끌고 나갔다. 그 날의 만남은 그것이 끝이었다.

 한동안 제노스는 여지껏 그랬던 것처럼 에르킨을 자주 불러세웠다. 그리고 그 때마다 제노스는 칼을 들었으며, 에르킨은 바닥에 누웠다. 언젠가는 외압에 의해 억지로 쓰러졌던 에르킨이었으나 이제는 다르다. 에르킨은 스스로의 의지로 싸움을 그만두었다. 그저 제노스가 자신을 죽이지 않는 이유를 의아하게 여기기만 하며, 모든 욕망 추구의 행동을 멈춰버린 것이다.

 그런 날이 반복되자 호출 빈도는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 한 달에 한 번으로, 그것이 분기 별로 늘어졌다.
 제노스를 모시는 시종들에겐 그것이 참으로 골칫거리였다. 다른 죄수들처럼 노역으로 부려먹자니 제노스의 눈치가 보이고, 이전처럼 가만히 놔두자니 제노스가 가지고 노는 횟수가 적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계륵같은 입장이 되어 에르킨은 살아갔다.

 그것이 수 년이었다. 오래토록 이어질 것 같았던 생활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끝이 났다.
 지상으로 추락한 붉은 달, 제7재해가 찾아왔다.

새내기 시절 리베리우스는 지금보다 더 싸움꾼이었습니다 신생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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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리우스는 천구의를 집어넣었다. 어딜 가나 질 낮은 양아치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괜히 다툼이 커지기 전에 무사히 해결되어서 다행이었다. ... 다행이라기에는 리베리우스의 속은 부글부글 끓는 중이었지만.

 "저, 저기. 덕분에 살았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억울하게 시비가 걸렸던 행인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에 리베리우스는 웃는 얼굴을 가장해냈다. 죄 없는 사람 앞에서 화내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겉치레 인사가 몇 번 오가고 싸움 구경을 왔던 인파와 함께 여성은 가던 길로 사라졌다.

 보람이 느껴지나? 잘 모르겠다.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감상 뿐이 남았다.
 사막 도시 울다하의 공기에 리베리우스의 한숨이 더해질 무렵이었다...

 "또 한 건 해결했구나!"
 "안녕~!"

 싹싹한 휴런*과 까칠해 보이는 라라펠*²이 리베리우스한테 아는 체를 하며 다가왔다. 리베리우스는 그들의 목에 있는 문신을 흘금 보았다.
 ( *휴런: 현실의 인간과 가장 비슷한 종족.)
 ( *²라라펠: 평균 신장이 100cm가 안 되는 난장이 종족.)

 "누구시길래 저한테 말을 거십니까?"
 "또 그런다. 우리랑 같이 몇 번 싸워보기도 했었잖아? 그리다니아에서!"

 휴런 여성이 짐짓 상처받은 체를 하며 과장되게 손을 흔든다. 그녀의 목, 그리고 라라펠 남성의 목에는 붉은색 문신이 있다. 샬레이안에서 인정받은 지식인만이 수여받는 현인의 문신이다. 그 말은 두 사람이 리베리우스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와 동시에 리베리우스가 반길 필요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란 뜻이기도 하다.
 리베리우스가 환하게 미소짓는다.

 "전혀 기억나지 않네요. 이제 우리 서로 갈길 갈까요?"
 "대체 왜 이렇게까지 우릴 고깝게 보는 거야? 우리 너한테 뭐 했어?"

 어이없다는 듯 눈썹을 들썩이는 라라펠한테 웃음 지은 침묵으로 대답을 돌려주었다. 저 사람들 입장에서는 리베리우스의 샬레이안 기피가 부당한 차별로만 보일 것이다.

 "... 뭐, 아무튼 이야기 좀 들어봐. 너한테도 나쁜 제안은 아닐걸?"
 "제안이라고요."
 "네가 가진 능력인 '초월하는 힘'. 네가 지금껏 봐왔던 '환상 말인데...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아?"
 "......"

 리베리우스의 입꼬리가 굳었다. 이들 앞에서 휘청이는 모습을 보인 게 패착이었다.

 어머니 크리스탈의 환영을, 수없이 쏟아지는 유성우를 보고난 뒤부터 리베리우스는 환상을 자주 보고 있었다. 저 라라펠이 말했던 대로. 아니, 그것을 환청이라고 불러도 될까? 찢어질 듯한 두통과 함께 눈 앞이 뒤집어지고 나면 실제로 벌어졌던 과거를 마치 지금 체험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여다보곤 했다. 방금 전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써 시비가 걸렸던 행인의 무고를 밝힐 수 있던 것도 이 '정체불명의 힘' 덕분이었다.

 약점을 잡고 자신을 쥐어 흔들려는 건가? 그렇게 리베리우스가 경계하는 모습을 본 휴런 여성이 쾌활하게 웃었다.

 "긴장하지 마! 우린 그저 너하고 같은 힘을 가진 사람을 소개해주고 싶을 뿐이야. 겸사겸사... 그 사람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계획을 도와주면 더 좋겠지?"
 "네가 힘을 빌려준다면 대신 우리는 네가 모험가로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도 있어. 지금부터 모험가 길드에 보고하러 갈 거지? 모래늪에 있는 모모디한테 얘기해 뒀으니, 관심 있으면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
 "우리는 비밀조직 '새벽의 혈맹' 사람이야. 정의의 사도 비슷한 거라고나 할까!"

 두 팔 활짝 벌려 활기차게 말하는 휴런. 그를 보며 리베리우스는 참 웃기다는 듯한 웃음을 흘렸다.

 "비밀조직이면 이런 곳에서 큰 소리로 존재를 밝히면 안 돼요."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도시의 광장 한복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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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베리우스는 그들의 아지트에 찾아갔다. 지원이라는 말에 뿔이 솔깃했기 때문이다.
 라라펠 접수원을 깜짝 놀라게 해 뒤로 넘어뜨리는 작은 사고가 있기는 했지만 무사히 안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건조한 사막 지대에 위치한 '모래의 집'은 실내 바닥을 딛어도 모래 알갱이가 버석버석 묻어나왔다. 들이마시는 숨에 까슬함이 느껴지는 것도 같아 깔끔함을 좋아하는 리베리우스한테 썩 기분 좋은 공간은 아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이곳 사람들이 자신을 반기는 게 눈에 보였다. 리베리우스는 그것이 참 생소했다.

 "아, 자네가 그 유명한 리베리우스로군! 우리 맹주님이 기다리고 계시네."

 문지기가 새벽의 방 문을 열어주었다. 리베리우스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 곳에는 간부처럼 보이는 인물들 여럿과 맹주 자리에 서 있는 여성 한 명이 모여 있었다. 그들 모두가 리베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금발을 틀어올린 여성이 두 팔을 벌려 리베리우스를 환영했다.

 리베리우스는 습관처럼 그들의 목덜미를 훑었다.

 "당신이 소문으로만 듣던 그 모험가로군요? 나는 민필리아예요. '새벽의 혈맹'을 이끌고 있죠. 기다리고 있었어요."
 "......"

 미소만 지은 채 입을 다물고 있으려니 자신을 민필리아라고 소개한 이가 눈웃음을 지었다. 일방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새벽의 혈맹은 에오르제아를 수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여러 '벽'을 초월할 수 있는 '초월하는 힘'을 가진 자들이 새벽의 혈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에오르제아가 당면한 문제인 야만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

 "사실 나도 당신하고 똑같은 힘... '초월하는 힘'을 지닌 능력자예요. 우리가 가진 '초월하는 힘'은─"
 "그래서 나에 대해 알고 있었군요."

 민필리아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가 하는 말이 별 영양가가 없다는 태도다.

 "초월하는 힘에 대해 그렇게 자세히 아시는 걸 보면 발데시온 위원회에서 온 사람같은데..."
 "......"
 "아버지께서 저에 대해 말하던가요?"

 제 팔을 감싼 모습에서 경계와 불쾌함이 여실히 느껴진다. 민필리아는 당황을 눈꺼풀 뒤로 숨기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짐작하신대로, 새벽의 혈맹은 발데시온 위원회와 깊은 인연이 있어요. 물론 당신의 아버님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었고요. 아버님께서 아드님을 많이 그리워 하시더군요."
 "이상하네요. 내 이야기를 아버지께 들었다면 내가 이 모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건 짐작하셨을 텐데요. 아버지께서 나를 지나치게 많이 포장해주셨나?"
 "리베리우스...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줘요."
 "샬레이안의 현인들을 이렇게 바글바글 모아두고 이야기하면 내가 기뻐할줄 알았나봐요."

 모험의 시작부터 만났었던 두 명의 불청객을 포함해, 이 곳에 모인 다섯의 간부는 모두 빠짐없이 현인의 문신을 달고 있었다. 리베리우스 또한 샬레이안의 대학에서 공부를 했던 적이 있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북해를 나와, 동방 대륙을 여행하고, 에오르제아의 실태를 듣고 느끼며 생각한 바로는... 리베리우스는 샬레이안을 좋아할래야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었다.

 "샬레이안에서 독수공방하던 늙은이들이 이제서야 좀 사람을 움직일 생각이 들었나보죠? 지금껏 안전한 곳에 틀어박혀 있다가 그 잘난 에테르 측정기를 들여다보고는 이거 좀 위험하겠단 예감이 드니까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려고요?"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리베리우스가 왼손으로 관자놀이를 규칙적으로 두드린다.

 "야만신 문제. 그래요. 에테르를 심각하게 고갈시켜서 환경을 비가역적으로 파괴한단 점에서 문제가 맞다는 걸 인정해요. 하지만 에오르제아가 당면한 문제가 그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훨씬 더 시급한 문제가 산재하지 않았어요? 일례로 난민 문제는 어떻고요? 알라미고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나라인 그리다니아가 난민을 받지 않아 돌고 돌아 더 먼 울다하로 이동하고 있어요. 탈출 과정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은 적절한 처치를 제 시간에 받지 못 해 목숨을 잃고, 겨우 울다하로 도착한다 하더라도 그곳은 이 이상의 난민을 받아들일 여력이 되질 못 하죠."
 "... 그것 또한 가슴 아프며 또 해결해야 할 문제예요."
 "이 에오르제아 대륙에서 실시간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시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인간 개개인한테 무슨 도움이 되는지...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심정은 이해해요."
 "시혜적인 시선은 집어치워요. 당신들이 정녕 에오르제아를 위한다면 심정만 이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위하란 말입니다."

 시야 구석에서 몇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 게 보였다. 리베리우스는 그 휴런 여성한테 신경을 기울이지 않았다. 위선적이며 또 오만한 샬레이안 사람을 만나면 하고싶었던 말을 다 쏟아내느라 여력이 없었다.
 그가 하는 말 또한 시기적절하지 않은 말이다. 본인이 이미 시인했던 대로 야만신 문제 또한 누군가가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였으며 대의를 가진 이한테 어째서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느냐 따지는 건 논점을 벗어난 투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베리우스는 이를 스스로 깨닫지 못 했다. 세상 곳곳의 삶을 봐온 입장으로서 지식의 수호만을 외치는 전형적인 샬레이안인을 용서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 그래요. 인정할게요. 당신의 관심사가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한 수일지 모르고, 어쩌면 우리는 정세의 핵심을 짚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민필리아, 그 말은...!" 라라펠 남성이 맹주를 질책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새벽의 혈맹은 당신의 모험길을 돌봐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당신 또한 우리한테 힘을 빌려준다면 우리는 함께 서로가 원하는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리베리우스가 환하게 미소짓는다.

 "내 말을 어디로 들었는지 모르겠네요. 나는 우리가 가는 길이 다르다고 이야기를 한 거예요."

 민필리아가 눈꼬리를 휘어 웃는다.

 "서로 가는 방향이 다르더라도 발걸음을 응원해줄 수는 있잖아요?"

 맹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민필리아는 리베리우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손익 계산을 거쳐 결론내려진 실리적인 판단일 것이라고 리베리우스는 추측했다. 사실이 어떻든 간에 민필리아는 제 뜻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리베리우스를 동료로 받아들이고 싶어했다.

 "당신의 혜안이 새벽의 혈맹을, 더 나아가 에오르제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부디 우리 새벽의 혈맹과 함께 해주겠어요?"
 ".........."

 리베리우스는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뭐어, 솔직히 인정할게요, 당신들이 줄 수 있다는 '도움'이라는 데에 흥미가 있긴 해요. 나를 감시해왔으니 잘 알겠지만 지금은 무력도 자산도 없는 일개 모험가일 뿐인지라..."

 잠깐의 휴식.

 "... 판단할 근거가 필요해요. 너희가 이 상황에서도 본국에 처박혀있는 엉덩이 무거운 놈들이랑 질적으로 다른 족속이란 걸 납득해야 함께 하건 말건 할 것 같네요."
 "그걸 위해서는 한동안 우리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겠네요. 안 그래요?"
 "부정하진 않을게요."
 "그렇다면 마침 딱 좋은 안건이 있어요. 울다하 총사령부 '불멸대'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왔었는데..."
 "벌써부터 사람을 부려먹으려고 하시네."

 리베리우스가 비꼬는 말을 못 들은 척 하는 민필리아.

 "울다하 담당자인 산크레드와 함께 다녀오는 걸 제안할게요. 그 전에 아직 여기 모인 사람들에 대한 소개를 안 했었죠? 이 쪽이 이번에 함께 하..."
 "필요 없어요.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인 현인이겠죠. 내 동행이나 위쪽으로 올려보내세요."

 리베리우스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려 새벽의 방에서 빠져나왔다. 문이 닫히는 사이, 문틈 너머로 자신에 대한 불평의 말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으나 리베리우스는 괘념치 않기로 했다. 이 사람들에 대한 불만을 내놓고 싶은 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다.

 계단을 오르는 신발 밑창에는 여전히 모래 알갱이가 버석버석 밟혔다.

독백은 아니고 이 사이 서사 정리 신생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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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이후로 리베리는 새벽의 혈맹과 '협력 관계'를 유지합니다. 혈맹에 들어가지는 않고 요청을 받으면 손을 보태고 보수를 받는 형식이죠. 같이 다니긴 하지만 동료는 아니라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그러면서 제국의 군단장 하나를 뚜샤뚜샤하기도 하고... 어둠(ㄹㅇ)의 세력을 뚜까뚜까하기도 하고... 그렇게 이름을 알리며 에오르제아의 영웅이 되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의 독백에서도 언급됐었죠? 새벽의 후원 조직인 발데시온 위원회가 적의 공격으로 궤멸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본부가 있던 발 섬은 소멸했고 위원회 사람들은 사실상 사망이나 마찬가지인 실종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리베리의 아버지는 발데시온 위원회 소속이었어요.
 이 이후로 리베리는 한동안 샬레이안 본국과 에오르제아를 왔다갔다 하면서 정신없이 살아갑니다. 여차하면 본인의 이름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남긴 채 자리를 비웠고, 야만신 토벌 의뢰를 받았을 때에만 잠시 들렀다가 다시 샬레이안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에오르제아 상황은 거의 살피지 못 했어요.
 그러다가... 새벽이 음모에 휘말리면서 리베리가 에오르제아 연맹국 중 하나의 왕을 시해했다는 누명에 씌이게 됩니다. 이 사건으로 새벽은 뿔뿔이 흩어지고, 동료 몇 명은 (결과적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리베리는 비전투원 하나와 열여섯 꼬마만을 옆구리에 낀 채 설국으로 망명을 갑니다.
 이 시점에서 리베리는 자기성찰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본인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동료들이 희생하지 않았어도 된다고 자책을 정말 많이 했어요. 이전까지 정치 관련된 일은 새벽한테 맡기다시피 해왔었기에 본인이 잘못했노라 크게 반성을 합니다.
 선두에 서서 전장을 살피겠다는 각오로 무기를 도끼로 바꾸고, 앞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무렵...
 이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독백4 홍련 잡담방 링크
본문 링크

▶ 본문 내용
 갈레말 제국은 붉은 달을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알데나드 대륙 전역을 초토화시킬 목적의 대규모 작전이었다.
 불길이 치솟는 카르테노 평원은 아주 먼 거리에 떨어진 일사바드 대륙의 갈레말 제국 수도의 하늘 또한 붉게 물들였다. 솔 황제의 궁으로 피랍된 알데나드 출신인들은 때아닌 밤에 붉어진 하늘 방향으로 통곡했다. 저 곳에 우리 고향이 있다고, 신들에게 사랑받는 땅이 어찌 저런 시련을 겪을 수 있느냐고. 대지의 에테르가 시시각각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생명이 순식간에 꺼져감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울부짖음은 아무런 힘을 갖추지 못 했다.

 망향의 울음 외엔 모든 것이 고요한 그 성에서 암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탄에 빠진 자들은 움직이지 못 할 것이요 비극을 탄생시킨 자들은 붉은 달에 온 신경을 쏟을 테니 발을 움직일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 수가 적다.

 그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앞서 걷는 자들이 길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뒤따르는 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묵묵히 다리를 빠르게 놀릴 뿐이다.
 성을 빠져나가고자 하는 이들은 오사드 대륙의 각지에서 차출된 식민지 인력이다. 감시의 눈길이 없는 사이 핍박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친다.

 "찾았다! 저기 있─"

 성을 지키던 제국 병사 하나가 도망자 무리를 찾아냈다. 그러나 성과가 무색하게도 그의 목은 무딘 칼날에 강하게 꿰뚫렸다. 목구멍이 구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체 몸뚱이가 쓰러지는 소리는 밤의 어둠이 집어삼켰다.

 에르킨은 허리춤에 검을 넣으며 무리의 맨 뒤편으로 합류했다.

 '같이 가요. 청년.'
 '... 제가요.'

 그는 여러 해 동안 참으로 애매한 위치에서 살아왔다. 태자의 총애를 받는다기엔 무관심 속에 있으나 멸시받기엔 태자의 시선이 열렬하다. 때문에 에르킨한테 함부로 부역을 시킬 수 있는 간이 큰 간수가 드물었다.

 '솔직하게 말하리다, 청년의 무력이 있으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내보낼 수 있을 거예요. 어린 아이들만이라도 이런 지옥 말고 바깥에서 살게 해야죠, 응?'
 '......'

 몇 년 동안 특혜 아닌 특혜를 일부러 무시했던 에르킨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것을 십 분 활용하기로 했다. 본인이 피난 무리의 가장 뒤에 있으면 제 사정을 아는 제국군이 잠깐이라도 머뭇거릴 수 있겠지. 그 찰나의 순간은 더 많은 사람이 도망치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 무기가 필요해요. 뭐라도 좋아요.'

 하여 에르킨은 기꺼이 검을 들었다. 누군가를 수호하기 위한 검은 아무 걱정 없이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붉은 빛을 받은 황궁이 보였다.

 "............"

 밤바람이 에르킨의 머리카락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간다. 그는 힘들게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들의 뒤를 좇는다. 수도 바깥으로 통하는 하수도가 코앞이었다.


 ---


 사람들은 그 날의 사변을 제7재해라고 명명하였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을 상흔이 알데나드 대륙에 새겨졌다.

 갈레말 제국을 탈출했던 소수의 피난민들은 몇 개월의 행군 끝에 알데나드의 검은장막 숲에 자리를 잡았다. 숲의 모든 걸 관망하는 정령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불가에 몸을 뉘이고, 열매와 물고기를 먹었으며, 얼마 안 가 집을 세우기 시작했다. 고향을 향한 사람은 촌락을 떠나고 머무를 곳을 찾는 피난민이 무리에 합류하자 그럴듯한 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름없는 피난민 마을에는 분명히 삶이 존재했다.

 "싫어!!"
 "어이쿠, 하나... 선생님이 이제는 진짜로 가봐야 해요."
 "싫어!! 싫다고!!!"

 에르킨 또한 그 곳에 머물기로 결정했었다. 몇 년에 걸친 피랍생활로 상한 몸을 보살펴준 마을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었다. 어른들이 일을 하러 나가거든 크지 않은 나무집에 어린 아이들을 불러모아 글자 읽는 법과 셈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바쁜 어른들 대신 아이를 돌봐주기를 몇 년, 이제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에르킨을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썩 나쁘지 않은 호칭이다.
 에르킨의 꼬리에 매달린 이 아이 또한 에르킨이 기른 아이 중 한 명이다. 수업 내내 열심히 집중해주고 말썽 한 번 안 부리던 착한 아이었는데.

 "선생님 가지 마!! 하나랑 계속 같이 있어!!"
 "하하... 미안해요, 에르킨 선생님. 하나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서..."
 "어유, 괜찮아요 어머님. 하나는 씩씩하게 선생님이랑 안녕~할 수 있는걸요. 그렇죠? 하나?"
 "싫어!!!!"

 아이가 와앙-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에르킨이 정말 곤란하다며 웃었다.

 어느 집단이나 돈은 필수불가결하다. 마을이 정착하고 운영이 본 궤도에 오르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생존에서 자금 확보로 바뀌었다. 숲에서 채집한 열매 따위로 장사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농사를 짓자니 해결하기 까다로운 여러 문제가 산재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시름에 빠져 있을 차에 에르킨이 하나 제안을 했다. 요즘 그리다니아 본국에서 모험가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으니 본인이 모험가가 되어 돈을 벌어오겠다. 의뢰를 잘 받으면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알고 있다고...

 그렇다. 눈가가 벌개진 어린 아이한테 배웅을 받는 이 사람은 원래 돈을 벌기 위해 모험가가 됐었다. 그 중에서도 치유사는 희귀한 직종이라고 하니 수요가 많을 것이란 낙관적인 예측을 해보았다. 흐릿한 기억을 되살려 조악한 천구의를 만들고, 오랜만에 체내에 에테르를 순환시켜 별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손에 익지 않은 천구의를 든 새내기 모험가가 세계의 영웅이 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적어도 마을 사람들 중에선 없었을 것이다. 검은 비늘의 모험가가 에오르제아에서 제국 군단장을 몰아냈단 소문이 기어코 마을까지 도착한 날, 촌장은 까무러쳐 뒤로 넘어갔다.

 리베리우스의 이름으로 모험가가 된 그는 많은 신의 목을 떨어뜨렸다.
 제국의 군대를 에오르제아에서 퇴각시켜 평화를 되찾았다.
 용의 분노를 사그라뜨려 천 년 간 이어진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나만 이루어도 영원히 화자될 업적을 수 년만에 산처럼 쌓아냈다. 도끼날에는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리베리우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졌으며 발걸음 한 발조차 조심해서 내딛어야 했다. 리베리우스는 멈추지 않았으며 또 멈출 수 없었다. 세상이 그를 원했다. 별의 의지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힘을 가진 자는 사람들의 부름에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렇게 그는 메마른 황야에 당도한다. 제국에 지배당한 나라, 알라미고가 위치했던 땅이다.

 "거점을 정찰할 필요 없이 바로 무너뜨리면 되지 않아요?"
 "관둬. 선전포고라도 할 셈이야?"
 "농담이에요, 알리제."

 피로가 짙게 내려앉은 눈을 한 채 농담이라고 해봐야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알리제는 리베리우스를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가지 않을지 경계하는 눈치다.

 "... 진짜 농담이라니까요. ...... 치러 갈 때는 알리제도 같이 데려갈게요."
 "됐어! 누가 같이 데려가달라고 이러는줄 알아? ...... 나 두고 가면 재미없을줄 알아."
 "하하!"

 유쾌한 웃음을 참지 못 하고 크게 터뜨리자 저 앞에서 걷던 알피노가 두 사람을 돌아본다. 들킬 수 있으니 조용히 하고 작전에 집중하라는 눈치다. 알리제와 리베리우스는 두 눈을 크게 떠 모르쇠를 하며 서로한테서 고개를 돌렸다.

 카스텔룸 벨로디나는 기라바니아 평원에 위치한 갈레말 제국의 보급 기지다. 알라미고 해방군의 거점과 맞닿아 있어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세력이기도 하기에, 리베리우스를 위시한 '새벽의 혈맹' 일동은 보급 기지의 동향을 살피기 위한 정찰을 나선 참이었다.
 정찰 결과에 별 문제가 없다면 내일모레에 카스텔룸 벨로디나를 공격할 것이다. 저 기지가 무너지는 소리는 알라미고 해방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리라.

 "...... 답지 않게 마음이 들뜨네요. 제국에 반격을 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거든요."
 "동감이야. 에오르제아의 나라들은 자기 잇속만 챙길 줄 안다고 생각했던 날이 엊그제같은데. 조금은 다시 보게 됐어. 알피노가 그랬듯이 에오르제아 연맹도 변화한 걸까?"
 "변화... 그러네요. 다들 좋은 방향으로 성장했어요."

 리베리우스는 기지 건물보다 조금 더 먼 곳을 눈으로 좇았다.

 "다들... 앞으로 나아가고 있네요."
 "... 리베리우스?"

 위화감을 느낀 알리제가 그를 불러세웠다. 자리에 멈춰선 리베리우스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 때였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대포 소리가 울려퍼졌다. 깎아내리는 절벽 너머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저 방향은 알라미고 해방군의 거점이 위치한 방향이다.

 "저기 봐! 랄거의 손길 쪽에서 연기가 나고 있어!"
 "이런... 링크펄 통신도 연결이 안 돼!"

 먹통이 된 링크펄을 알피노가 몇 번이고 연결을 시도해보는 사이, 리베리우스는 고민 없이 뿔피리를 불었다. 동물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듣고 몇 마리의 수송용 가축이 달려왔다. 자신 몫의 초코보에 올라타며 리베리우스가 외쳤다.

 "작전은 중단합니다, 랄거의 손길에서 동료들과 합류합시다!"
 "알겠네!"
 "그래!"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그들은 황야를 가로질렀다. 해방군 거점에 가까워질수록 매캐한 연기와 청린수 냄새가 지독해져 갔다. 좁은 언덕길을 지나자마자 제국군이 해방군을 베어 넘기는 모습이 보였다. 제국의 선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막사의 앞쪽,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칼을 크게 휘두른다. 리베리우스를 포함한 사람들이 비명같은 외침을 내지른다.

 "야슈톨라! 리세!"
 "알피노, 빨리 치료하자!"

 전투도끼를 꺼내든 리베리우스가 초코보의 등을 박찼다. 크게 도약해 아래로 내려찍는 공격은 투구를 쓰지 않은 한 병사 ─ 장교급인가? ─ 한테 막혔다. 리베리우스의 괴력을 견디지 못 한 칼은 튕겨나가고 본인의 다리는 주춤거렸지만, 이내 기세를 정돈하고 달려든다.
 리베리우스가 시선을 잡은 사이 알피노와 다른 치유사는 포로를 구출하러 달려갔다. 칼을 맞댄 상대가 눈을 굴렸다.

 "이런, 포로가!"

 어금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이어지지 못 했다. 가장 화려한 투구를 쓴 자가 두 사람한테 다가와서 말했다.

 "포르돌라, 물러나라....... 너는 병사를 인솔해라."

 리베리우스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투구 속의 저 목소리는 분명 기억에 있는 목소리였다.
 포르돌라라고 불린 장교가 물러나자 도끼날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겨우 손에 힘을 주려니 떨림이 척추서부터 온몸으로 번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분노 때문인지 다른 감정이 원인인지 리베리우스는 알지 못 했다.

 "호오.... 이런 곳에서 그리운 얼굴을 만날 줄은 몰랐군."
 "...... 너, 설마...!"

 제노스가 커다란 검집에서 칼 하나를 빼든다.

 "이번에야말로 나를 즐겁게 해주겠지? 에르킨 파호드."

 쾅 소리와 함께 주위의 전투 인력이 쓸려나간다. 에르킨은 갑옷 흉곽이 움푹 패인 채 기나긴 선을 남기며 먼 거리를 밀려났다. 뒤켠의 호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박아넣었던 도끼를 다시 들어올린다. 그러면서도 에르킨의 동공은 닫힐 줄을 몰랐다. 온몸의 모든 세포는 저 자와 싸워야 한다고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주위에 피냄새가 너무 많았다.

 "왜 그러지?"

 제노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이 겨우 해낼 수 있는 전부였다. 제노스를 저지해야 한다는 건 안다. 그가 이끌고 들어온 제국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동료가 너무 많다. 우리가 흘린 피가 이렇게나 많단 말이다.

 "아직도 나와 싸울 생각은 없는 건가?"

 그런데도 내가 제노스와 싸워서 기쁨을 느낀다면 어떡하지?

 "여전히... 의미 없는 사상에 빠져 있나."

 손이 떨린다. 팔이 떨린다. 이빨이 부닥친다. 위협을 물리치고 평화를 가져와 대륙을 구한 영웅은 결함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해방군의 정신적 우상이 사실은 적국의 총독과 다를 바 없는 인간말종이었다고 알려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겨우 잡은 해방과 독립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리베리우스는 약점을 보여져는 안 된다.

 아니, 그 이전에, 에르킨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져버리고 싶지 않았다......

 "...... 시시하군."

 참격 한 번에 리베리우스는 무릎을 꿇었고 다시 일어나지 못 했다. 일어나, 아직 싸울 여력이 있잖아. 리베리우스는 자신을 다그쳤으나 다리가 제 말을 듣지 않았다. 흥을 잃은 제노스가 병력을 이끌고 퇴각하는 뒷모습을 이를 갈며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지원 병력을 이끌고 온 아군 장교가 본인의 상태를 살피는 게 느껴졌다. 그는 리베리우스가 무릎을 꿇은 것이 압도적인 무력 차로 인한 부상이 원인이라 생각하는 듯 해서... 리베리우스는 피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는 여전히 열여섯 그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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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 어디 가는 건가?"
 "... 알피노."

 리베리우스가 우뚝 멈춰선다. 고개만 돌려 뒤를 보니 머리카락에 가려져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두른 분위기는 알피노한테 늘상 보여주던 친애의 감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노스를 습격하러 가나?"
 "이미 잘 아시면서 굳이 여쭤보시네요."
 "리베리우스...... 자네."

 날카로운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알피노는 자기가 해야 할 말을 다 한다.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었다.

 "랄거의 손길에서 제노스와 맞선 이후 자네의 상태가 평소와는 다르네. 마치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이 조급해하고 있어. ... 왜 그러는지 물어봐도 되겠나?"
 "조급해하는 이유요."
 "그 날의 패배가 자네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이는 아무도 없네. 자네가 원한다면 적절한 시기가 찾아왔을 때 다시 맞붙을 수 있을 걸세. 그 날의 설욕을 되갚아줄 수도 있을 테고. 그러나... 고우세츠와 다른 이들이 말했듯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닐세. 자네 또한 잘 알고 있을 테야."

 앞머리 아래의 푸른 눈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알피노는 그 눈동자를 직시하고자 노력했다.

 "자네가 지금 이렇게 서두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모든 게 괜찮을 거라는 뜻일세."
 "......"

 리베리우스의 머리가 원래 가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당장이라도 출발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제 말을 시작한다.

 "... 그동안 내가 너무 안일했어요. 제국과 정면으로 맞붙겠다고 다짐했다면 언젠가 제노스랑 마주하게 될 날도 오리라고 미리 예상을 해뒀어야 하는 건데. 나는 그럴 각오가 되어있지 않았고, 그 날에 도끼질 한 번조차 제대로 하지 못 했어요."
 "누구라도 그럴 수 있을 걸세. 자네의 탓이 아니었어."
 "내 탓이 맞아요. 그리고 실수는 바로잡아야만 해요."

 리베리우스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알피노와 더 나눌 말이 없음을 몸짓으로 알린다.

 "리베리우스! 서두르지 말게!"
 "알아서 살아돌아올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요."

 알피노를 향해 손만 팔랑팔랑 흔들어 보인다.

 "제노스를 죽이고 돌아올게요."

 '그 때 그렇게 말했었지.'

 리베리우스가 지난 전투를 회상한다.

 '결국 못 죽였지만.'

 도마 도읍지의 암살 시도는 불발로 끝났다. 이유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리베리우스의 무기가 암살에는 적합하지 못 했던 점, 그의 실력이 제노스를 완벽히 압도할 정도는 되지 못 했던 점, 그리고 뜻을 같이 했던 동료가 제노스를 상대하기에는 약했다는 점. 보호를 업으로 삼은 리베리우스는 동료한테 과도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에 많은 신경을 쏟았다. 제노스는 그걸 알고 처음에는 동료를 먼저 제거하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싸움이 재미가 없다며 칼을 집어넣었다.

 그 때 제노스가 뭐라고 말했었더라. 조금 더 실력을 갈고닦아서 본인의 피를 끓게 만들만한 사냥감이 되라고 했던가.
 그러면 본인은 이 지루하고 하찮은 세상에서 자신을 사냥하는 낙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던가.

 "건방진 새끼!"

 까앙! 리베리우스의 도끼가 제노스의 검 한 자루를 쳐냈다. 저것이 제노스한테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자루였다.

 제국이 점령한 알라미고의 왕궁. 총독이 점거한 왕좌. 그리고 그 앞에서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이 리베리우스다. 긴 시간동안 먼 길을 돌아 알라미고 탈환 작전은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리베리우스가 맡은 역할은 제노스의 수급을 가져오는 것.

 제노스가 비틀거리며 두세 발을 물러난다.
 열다섯 적부터 이어져오던 숙명에 종지부를 찍을 때였다. 리베리우스는 지금 후련한가? 행복한가? 본인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상대한테 오롯이 집중할 따름이다.

 언젠가 느꼈던 공포심은 휘발된지 오래였다. 전투에 휩쓸리고 또 빠지며 부채감은 눈녹듯이 사라졌으며,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자기 승화를 눈 앞에 둔 초극이었다. 이 곳 이 시간에 리베리우스가 살아있다. 그것이 유일하다.

 허리를 숙여 숨을 고르던 제노스, 불현듯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리베리우스는 흠칫거리며 제노스의 동태를 살핀다.

 "하하하! 좋아, 좋아. 제법 재미있는 짓을 하는구나! 사냥감이 이 정도는 돼야 사냥을 할 맛이 나지!"
 "내가 너 재미있게 하려고 싸우는 줄 아냐? 이 새끼가 아직도 자기 분수를 모르네?"
 "야만족의 마을에서 처음 다시 만났을 때에는 실망이 컸다, 한 때 나를 능가했던 실력자가 이렇게까지 이빨이 무뎌졌다는 사실에 한탄까지 나오더군. 그런데 싸움을 거듭하며 이렇게까지 발톱을 갈았을 줄이야...!"
 "너 내 말 안 듣지 지금?"

 제노스가 리베리우스의 말을 안 듣는 건 두 사람 모두한테 익숙한 일이다. 머리를 치켜든 제노스의 푸른 눈이 희열로 번들거린다.

 "지금의 너라면 내 목덜미를 물어뜯을 수도 있겠구나. 나는 바로 그런 자와 목숨을 내놓고 싸워보고 싶었다!"
 "............"

 리베리우스는 그 말에 대고 차마 나도 그렇다고 시인할 수가 없었다. 제노스와 달리 그는 도덕이 무엇인지 알았으며, 야성보다 자애가 중요한 가치임을 머리로 알고 있었다. 제노스가 나불거리는 말은 그를 향한 리베리우스의 경멸심만을 촉발시켰다.

 "너는 세상에 태어나서는 안 됐어."
 "흥. 그걸 네놈이 말하는가."

 제노스가 코웃음을 쳤다. 갑옷의 망토를 휘날리며 제노스가 뒤를 돌았다.

 "따라와라, 우리의 싸움을 이 정도로 끝낼 수는 없지. 최고의 결전을 시작하자!"

 리베리우스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 ...
 리베리우스는 마치 홀린 듯이 제노스의 뒤를 따라간다. 에오르제아의 영웅으로서 갈레말 제국을 막아야 한다는 계산은 들어있지 않았다. 전투로 인해 지나치게 피가 쏠린 두뇌는 그 정도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진행할 수 없었다.

 리베리우스가 공중 정원으로 발을 들인 이유는, 그저, 제노스가 그를 불렀기 때문이었다.

 "나의 공중정원에 온 것을 환영한다."

 계절에는 조금 늦되다 싶은 꽃밭이 왕궁 옥상을 수놓는다. 바람 위에 꽃잎이 올라타 하늘을 꾸미고, 한가운데에 떠있는 것은 거대한 용을 봉인해둔 마도구. 고국을 잃은 알라미고인의 집념이 탄생시킨 야만신을 제국의 뜻이 제 입맛대로 휘두르는 모습을 올려다본다.

 "이 짐승이 궁금한가? 아니, 짐승이 아니라 신이라고 해야 하나... 하하, 어쩌면 이것도 네가 날 위해 준비했다고 볼 수 있겠지. 복수에 눈먼 자를 몰아붙여 신을 부르게 한 데다, 그걸 막으려고 푼 병기가 신을 내 손에 넘겨줬으니까!"

 리베리우스는 고개를 내려 제노스를 노려다본다.

 "제노스... 넌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아."
 "이런...... 후후...... 말이 너무 많았나? 이해해다오. 살면서 이렇게 즐거웠던 적이 없거든!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면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귀기울여 듣고 싶은 마음까지 드는군."

 거짓말하지 말라고 비꼬고 싶었다. 제노스가 리베리우스의 말을 귀담아 들은 적이 얼마나 된다고? 리베리우스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줬다면 그들의 관계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그 부분에 관해선 리베리우스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였다.

 무어라 설득하는 말을 꺼내는 대신 리베리우스는 도끼를 꺼내들었다. 어차피 이제 저것을 풀어내 자신과 싸우게 시킬 셈이겠지.

 "잔말 말고 덤비기나 해. 신룡이건 뭐건 다 토벌해줄 테니까."
 "호오... 이걸 쓰러뜨리겠다고? 신을 사냥한 영웅이라 이건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반응이다."

 제노스가 쫙 벌린 한 손을 치켜올린다.

 "그런 태도로 일관하니 가진 능력을 제대로 쓰지도 못 했겠지...!"

 그리고 그 손을 꽉 주먹쥔다. 도취된 사람 특유의 활기찬 목소리가 중갑이 덜걱대는 소리를 대신한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한심하기 짝이 없어! 싸움이란 즐기기 위한 것이다. 살기 위해, 배를 채우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는 것은 짐승의 본성이지만, '사냥'을 즐기고, 싸움에서 쾌락을 얻는 것은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다!"
 "......"
 "이 거칠고 무자비한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하나뿐인 목숨을 불태우며 싸움을 즐기지 않으면 어떻게 살겠나!"

 힘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제노스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당장에 벌어질 싸움이 기대되고 또 설레어 몸을 주체할 수 없다. 열셋의 그 순간부터 지금 이 날이 찾아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던지!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나와 같은 부류니까."

 모든 이해관계를 초월한 전투의 순간, 오로지 나 자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끓어오르는 전신의 피. 그리고 그 전부를 겪고난 뒤에 찾아오는 기쁨이란! 제노스의 세상에서 그것을 아는 사람이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으며, 그것을 누릴 자격이 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래, 눈 앞의 사내 이외에는.

 "지금의 네놈이라면 평생의 벗으로서 곁에 두어도 좋을 것 같군."

 어리석게도 선험적인 특권에서 눈을 돌리고 아무 의미도 없는 세속적 가치에만 관심을 두던 자였다. 제노스는 그것에 실망하여 한때 에르킨을 향한 관심을 완전히 버렸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다시 그 때와 같은 투기를 몸에 지닌 에르킨이라면.
 다시 한 번 옛날처럼 평생을 함께 하며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어떠냐? 나와 함께 살지 않겠느냐?"

 ......
 에르킨은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제노스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큭큭... 그렇겠지.... 역시 넌 나와 똑같아....... 지금 네 머릿속은 마지막 싸움에서 어떤 쾌락을 얻을 수 있을지로 가득 차 있어....... 지금도 빨리 싸우고 싶어서 온몸이 떨리겠지? 나 역시 그러하다!"

 침묵을 해석하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자신과 똑같이 사고하는 벗이란 어떻게 이리도 아름다운지.
 제노스는 자신의 뜻대로, 에르킨의 뜻대로 검끝을 에르킨한테 겨누었다.

 "역시 너만이 내 유일한 벗이 될 수 있어! 알라미고의 패권 따위 어찌 되든 상관 없다. 그저 함께 즐겨보자!"

 검을 위로 휘두른다. 신룡을 가둔 마도구가 두동강이 나 바닥으로 떨어진다. 고장난 마도구가 곳곳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키고, 그 사이로 신룡이 눈을 떠 거대한 날개를 펼친다. 제노스는 그 거대한 신의 핵에 자신의 모든 것을 융합시킨다......
 그렇다, 제노스는 신을 굴복시켜 신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끝을 향한 싸움이 시작된다...!"

 노을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신룡. 그제야 리베리우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신룡의 꼬리를 좇아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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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결전은 하늘에서 이루어졌다. 알라미고 궁정은 두 사람의 싸움을 담아내기에 지나치게 좁았다.
 바람이 휘몰아친다. 작은 얼음 결정이 태양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빗방울처럼 추락하는 선혈이 신룡의 것인지 리베리우스의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하나 확실한 것은, 그 싸움의 승자가 리베리우스라는 점이다.
 리베리우스는 알라미고 왕궁에 오기 전부터 손으로 다 셀 수 없을 만큼의 신을 토벌한 전적이 있다. 제노스가 신과 융합한 그 순간부터 어쩌면 승패는 결정이 났던 걸지도 모른다.
 리베리우스가 신룡의 핵에서 제노스를 떼어냈다. 그들은 두 개의 유성이 되어 지면으로 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수도에 모여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최후의 결전이 막을 내렸음을 모두가 깨닫는다.

 제노스가 공중 정원으로 추락하고, 리베리우스 또한 그 옆에 착지한다. 충격으로 비산한 꽃잎들 또한 그들과 같이 팔랑팔랑 내려온다. 한들한들, 유유히.

 마지막까지 두 다리로 서 있는 사람은 리베리우스 한 명이다.

 "......"

 말없이 제노스를 내려다본다. 제노스는 미동조차 없는 것이 정신을 잃은 것 같다.

 "리베리우스! 괜찮아?!"

 추락으로부터 멀지 않은 시간 뒤에 리베리우스의 동료들이 공중 정원으로 달려왔다. 영웅이자 뜻을 같이 하는 동료를 치료하려는 심산일 것이다.
 허나 그들이 말을 건 것이 문제였는지 제노스가 정신을 차리고야 만다. 재빠른 몸짓으로 칼을 주워들며 몸을 일으키는데 끊임없이 토혈을 하는 모습이었다. 리베리우스의 곁으로 모여든 동료들은 다시금 일어선 제노스를 보며 전투 태세를 갖춘다.

 다만 리베리우스는 무기를 꺼내들지 않았다. 제노스가 숨을 고르는 모습을 내려다볼 뿐이다.

 "설마 내가 사냥당할 줄이야............."

 리베리우스가 방해하지 않은 덕에, 제노스는 자신의 심경을 가감없이 털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최고의 싸움이었어....... 이 정도로 시원한 기분은...... 처음 느껴본다......."
 "시원하다고?! 이렇게 큰 희생을 치르게 해놓고?!"

 알라미고인 동료가 제노스의 말에 격분해 소리를 지른다. 이해하지 못 할 반응은 아니다. 침략국의 지배 세력으로서 그가 방금 한 말은 용서받지 못 할 개소리에 불과하다. 자신이 아무 잘못도 없다는 저 태도 또한 규탄받아 마땅할 짓거리였고......

 "...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다....... 이렇게 대단한 싸움을 할 수 있었으니....... 하나뿐인 목숨을 걸 수 있었던...... 최고의 시간이었다......."

 리베리우스도 제노스가 싫었다. 그가 하는 언행 하나하나가 끔찍이도 거슬려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게 만족스럽다는 듯 후련하게 웃는 저 표정까지도.
 그래도, 지금 와서는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저도 그랬어요. 제노스."

 하늘을 올려다보던 제노스가 고개를 내렸다. 시선의 한중간에는 리베리우스가 있다.

 "당신과 싸울 수 있던 지금 이 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행복했어요."
 "자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그래서 저는... 당신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요. 그러기 힘들 거라는 건 알지만요. 학살과 유린의 책임자로서 마땅히 벌을 받아야겠고, 피해자들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평생동안 죄를 씻어야 할 거예요..."

 리베리우스의 손끝이 떨렸다.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지금의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 또한 만만찮은 공포를 수반하는 행위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개인의 기쁨과 인류의 정의는 함께 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언젠가 그 모든 죄를 전부 속죄할 때가 오게 된다면...."

 제노스가 리베리우스를 친구라고 불러주었으니까.
 이번에는 리베리우스가 먼저 손을 내밀기로 했다.

 "저와 같이 둘이서 이 세상을 둘러보지 않으실래요? 마음 내키는 대로 싸우고 먹고 자고 싸우기를 반복하는 여행, 분명 재밌을 거예요."

 리베리우스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의 이상이 공존하는 길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본인한테 내밀어진 손을 제노스는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

 선뜻 잡지도 아니하였고, 필요 없다며 내치지도 않았다. 그저... 바라보았다.

 "...... 나의 벗이여. 너는 여전히... 아직... 그런 말을 하는구나."

 그리고는 다시금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미 흘러가버린 어느 순간을 계속 좇는다.

 "나의 심장이 오랫동안 고대해온 최고의 싸움을 맞이한 이 순간에... 그런 말을 하는군. 그래... 잘 알았다."
 "......"
 "나한테 미래 따위는 있을 수가 없어."

 제노스가 칼을 경동맥에 가져다댄다.

 "잘 있거라. 내 처음이자 마지막 벗이여."

 제 때에 상황을 파악한 새벽의 혈맹 일원이 달려가봤지만 이미 늦었다. 날이 잘 벼려진 칼은 제노스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제노스는 순식간에 대량의 혈액을 잃었으며, 힘을 잃은 몸뚱아리가 꽃밭 위로 쓰러졌다.

 쓰러진 시체 앞에 서 있던 리베리우스한테 핏방울 몇 방울이 튀었다. 핏자국이 남은 얼굴로 웃음을 지으니 허탈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저 새끼한테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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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월하는 힘의 여파가 가신 뒤에는 편두통이 으레 뒤따른다. 이 능력에 익숙하지 않은 초창기에는 비틀거리거나 쓰러지기도 몇 번 했었지만, 어느 정도 모험가 경력이 쌓이고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한 뒤로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인내하는 것만으로 넘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다만 아무리 경험을 많이 한다 해도 타인의 과거 기억을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지각한다는 건 유쾌하지 않다. 약간의 구토감이 올라오는 것을 리베리우스는 마른침을 넘겨가며 꾹 눌렀다.

 눈꺼풀을 서너 번 깜박여 시야를 정돈하니 갈레말 제국의 황궁에서 혈맹의 아지트로 풍경이 바뀐다. 자신처럼 초월하는 힘으로 과거를 본 동료가 한 명,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동료가 한 명, 그리고 제국의 현 상황을 보고하기 위해 찾아온 옛 동료가 한 명. 습관적으로 일행의 안전을 확인한 리베리우스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여기에는 청린수 특유의 코를 찌르는 불쾌한 냄새가 없다.

 추레한 여행자복을 입은 창잡이 동료가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제국에 잠입했다가 막 귀환했던 그 사람이었다.

 "내 과거를 봤나?"
 "네. 에스티니앙이 잠입했다가 제국군한테 들켜서 도망치는 모습을... 그런데 당신이 쓰던 그 기술 알라 몬 맞죠? 드래곤족이 쓰던 거. 그걸 왜 당신이 쓸 수 있어요? 그것도 그렇게 물먹듯이 자주?"
 "참수를 그렇게 밥먹듯이 써대는 전사한테 듣고싶지는 않아."
 "천체강하 기술도 그렇게 자주 쓸 수 있으시고... 제가 체험해보니까 당신 몸에 흐르는 에테르가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나중에 한번 언제 한번 진짜 한번 제대로 해부하게 해주시면 안 돼요?"
 "이봐. 금고지기. 얘는 알라미고도 구하고 도마도 구했다는 놈이 왜 바뀐 게 하나도 없어? 정신머리 정도는 뜯어고쳐졌어야 하는 거 아냐?"

 혈맹의 금고지기가 리베리우스의 매력 포인트가 이런 점이라고 필사적으로 옹호하는 사이, 나머지 한 명의 동료가 리베리우스한테 걸어왔다. 초월하는 힘의 부작용인 두통이 아직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리비의 초월하는 힘은 이런 쪽으로 발달됐구나... 나는 너처럼 간접 체험을 할 정도는 아니었거든."
 "루루도 날 연구해보고 싶어졌어?"

 힘없이 웃으며 대꾸한 말에 쿠루루 또한 씁쓸하게 웃어주었다.

 "응. 언젠가는. ...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리비, 너도 나와 똑같은 걸 본 거지?"
 "......"

 리베리우스가 자신의 입가를 손으로 가렸다. 무언가 들키고 싶지 않은 게 있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할 것 같았는지 그의 고개가 서서히 아래로 고꾸라졌다.

 그러니까, 지금 리베리우스의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세계에 소환되어 어둠의 대마법사를 무찌르고 인류를 구한 용사가 된 뒤 원래 세계로 돌아왔더니 자결했던 친구가 되살아나서 제국의 황제인 자기 아버지를 존속살인 했다는데요?

 "괜찮아?"

 쿠루루가 걱정스레 올려다보며 하는 말들이 리베리우스로 하여금 현실 감각을 붙잡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표정이 겨우 원 상태로 돌아왔다는 확신이 들자 그제서야 리베리우스는 얼굴을 가렸던 손을 내렸다. 쿠루루의 눈썹이 팔자로 내려갔는데 리베리우스가 걱정되어 죽겠다는 마음을 초월하는 힘 없이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어."
 "리비... 제노스가 죽은 뒤로 네가 힘들어한 걸 알아. 그의 시체를 이용하는 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고. 그의 부활이 삼대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금은 확실치 않아, 하지만 적어도 너한테는 많은 영향을 주었겠지."
 "......"
 "그것이 긍정적인 방향일지 부정적인 방향일지는 잘 모르겠어... 모르니까 네가 걱정돼. 리비, 괜찮아? 버틸 수 있겠어?"

 아, 이건 안 되겠다. 리베리우스가 다시 제 얼굴 아래쪽을 가렸다. 쿠루루는 리베리우스보다 키가 한참 작기에 아래로 고개를 숙여봤자 얼굴이 더 잘 보일 뿐일 거라는 걸 알면서도 가슴 쪽으로 얼굴을 파묻는 걸 멈추지 힘들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던 창술사 동료가 대화에 끼어든다. 기가 찬다는 표정을 한 채다.

 "버틸 수 있겠느냐고? 그것만큼 내 파트너한테 아무 쓸모 없는 질문도 없을 거다."
 "무슨 말이야? 에스티니앙."
 "딱 봐도 보이잖아, 얘는 지금..."

 찰싹.
 리베리우스의 꼬리가 에스티니앙의 허벅지를 세차게 때렸다.

 "뭔데."
 "말하지 마요. 실례예요."
 "뭔데?"
 "아무튼 루루. 걱정해줘서 정말 고마워, 하지만 나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쓰러뜨려야 할 적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이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뀌지 않았잖아. 그렇지?"

 리베리우스가 웃는 모습은 여상했다.

 "나는 괴롭지 않아."

 아니다, 그걸 정말로 평소같다고 말할 수 있을까? 풀린 동공에 상기된 피부로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억지로 대화 상대한테 맞추려고 하는 모습이?

 단서가 눈에 들어오자 쿠루루의 초월하는 힘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진 초월하는 힘은 마음의 벽을 뛰어넘어 상대방의 감정을 읽는 데에 특화되었다. 그런 쿠루루가 지금 읽어낸 리베리우스의 감정은... 희열이다.

 "......"

 쿠루루는 방금 전 보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바리스 황제한테 검을 찔러넣은 제노스와 상처를 틀어쥐며 아들을 올려다보던 바리스. 아들한테 제국이 짊어진 사명을 네놈 따위가 짊어질 수 있겠느냐며 외치는 황제한테 제노스가 뭐라고 말했던가.

 '상관 없다. 나는 당신의 답답하고 지루한 사상 따위를 이을 생각이 없다. 갈레말 제국을 장악할 생각도 없어. 다만...... 방해꾼을 제거하러 왔을 뿐이다.'

 그는 자신 몫의 말을 읊으며 허공 한 점을 올려다보았다. 그리운 과거를 좇는 듯하면서도 희망찬 미래를 꿈꾸기도 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의 벗이 말하더군. 자신 또한 나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나의 벗을 붙잡는 장애물들이 너무 많아. 속죄니 처벌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어...... 그런 것들을 스스로 버리지 못 하겠다면 내가 직접 없애는 수밖에.'

 제노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칼을 치켜들었다.

 '지루한 전쟁, 보잘것없는 병기, 겨우 그런 것들에 내 사냥감을 빼앗길 수는 없지.'
 '넌...... 설마...... 고작 그런 이유로............?'
 '그 밖에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내 사냥을 방해할 셈이라면 여기서 죽어라.'

 그것을 끝으로 갈레말 제국의 황제는 절명했다. 쿠루루는 그 장면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리비도 제노스처럼............"

 차마 뒷말을 잇지는 못 했다. 리베리우스가 오라줄을 기다리는 죄인이라도 된 마냥 공손한 자세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할 말을 찾지 못 한 쿠루루가 아연해하고 상황을 파악 못 한 금고지기가 주위를 두리번거릴 무렵, 에스티니앙이 이 대화를 끝낼 말을 하나 뱉었다.

 "미쳤지."

 리베리우스의 꼬리가 에스티니앙을 다시 한 번 더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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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지가 무너지고, 피의 강이 흐르며, 문명은 불타오른다⋯⋯.
 제노스는 멸망해가는 한 때의 번영 사이를 걸어나간다. 비탄의 절규는 그한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 한다. 필요하다면 제노스 스스로 저것을 불러일으킬 수도, 어쩌면 심혈을 기울여 종식시킬 수야 있겠으나, 그 또한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임이 자명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운명에 절망하고 보답받지 못 하는 삶에 낙망하는 인간들한테 제노스는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 도시에 영웅은 찾아오지 않았다.
 제노스는 영웅이 되고픈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이 광경을 본다면 가장 먼저 달려나갈 사람이 있음을 알고 있다.

 "⋯⋯ 에르킨 다무 파호드."

 과거에서 온 집념이 만들어낸 백일몽 속에서 제노스는 단 하나의 이상을 입에 담는다. 제노스가 오로지 바라는 미래이며, 현재를 살도록 하는 원동력이자, 끝에서 마주할 단 하나뿐인 존재. 제노스는 늘상 그리는 벗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불타는 도시가 피부에 전하는 열기는 불쾌할 뿐이며 코끝을 스치는 잿가루는 그저 귀찮을 뿐이다. 겨우 이런 것에 너는 왜 그리도 관심을 쏟는가. 겨우 이런 것에 눈이 먼 채로⋯⋯

 "너 또한⋯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자임에도."

 윤리니 국가니 그런 것들 없이도 순수하게 자신과 마주하여 지고의 쾌락을 향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벗은 어려운 길을 돌아가기로 했다. 나약한 인간들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둔 울타리 속에 몸을 욱여넣고 그것이 행복이라 본인을 속이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부수어주마."

 에르킨이 자신을 가두는 울타리를 부순다면 그는 그 좁은 자리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찰나에는 격노와 울분이 제노스를 향하겠지. 그 순간에는 제노스만을 바라봐주겠지. 머나먼 옛날처럼 오로지 둘이서만 칼을 맞댈 수 있겠지⋯⋯.

 제노스가 낫을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불길의 환상은 걷혀 빛 한 점 없는 어둠이 돌아왔다. 그 어둠 속으로 제노스는 걸어간다.

 제노스는 영웅이 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영웅'을 마주할 이유가 있다.


 ---


 제국은 자멸했다. 그것을 진정으로 자멸했다고 봐야 하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형태만 따지자면 제국은 스스로 무너진 셈이다.

 제국의 적장자인 제노스 예 갈부스는 황제를 시해하고 황궁을 장악, 모든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거의 대부분의 백성들을 이지 없는 산송장으로 만들었다. 만년설이 쌓이는 한랭지에 위치한 제국 수도에 얼어죽거나 굶어죽은 시체가 점점 쌓여만 갔다. 그나마 그들은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제국의 믿음직한 기계병이나 세뇌당한 자신의 가족에게 살해당한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제국은 복수당할 기회를 주지 않고 하루아침에 멸망했다.
 그것을 애석하게 여기는 자들이 있었으니 그 중 하나가 리베리우스였다.

 "⋯⋯ 아무리 그래도 그걸 갈레말인 앞에서 대놓고 말하진 않을 거지만요⋯."
 "잘 생각했어."

 리베리우스의 푸념을 팔짱을 낀 채 듣고 있던 산크레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오르제아의 갈레말 제국인 기피 현상은 근 수십 년 새에 이미 뿌리깊게 박힌 참이다. 지배층이 정치적 스탠스를 하루아침에 바꾼다 하여 일반 백성들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태도를 바꿀 수 있을 리가. 크고 작은 잡음은 여지없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물며 우리의 영웅은 어떠한가? 제국의 피지배 지역 출신이며 몇 년 간 피랍 생활까지 하다가 가까스로 탈출한 과거가 있는 입장이다. 갈레말한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다. '그래⋯ 전두엽 빠개진 윗대가리들이 문제지 뒤통수 맞은 백성들한테는 기회를 줘야겠지⋯⋯.' 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 아니 근데 저새끼들이 먼저 개빻은 사상을 주장했다고!' 하면서 울컥울컥 화가 치솟는다.

 그리고 현재, 피구조민 하나의 정수리에 도끼날을 찍어버리고 싶은 걸 도저히 못 참겠다며 산크레드한테 비척비척 다가와서 퀭한 얼굴로 어깨를 붙잡고 울분을 웅얼웅얼 토해내는 걸 막 끝낸 참이다. 인적 하나 없는 자리로 끌고 와 어떻게든 의자에 앉힌 다음에 마시멜로우를 잔뜩 넣은 진한 핫초코를 타주자 얼굴이 조금 나아졌지만⋯ 표정만 평소의 옅은 미소로 돌아왔다 뿐이지 신랄한 말솜씨는 여전하다. (사실 이게 오히려 평소같은 말솜씨다.)

 "그치만 역시 우리쪽의 갈레말인분들 앞에서만 말조심을 하고 개X같은 말을 하는 갈레말인들만 있을 때는 쌍욕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기는 해요⋯⋯."
 "관둬, 네 입만 아프지. 수십년 동안 사상 세뇌를 당한 녀석들이야. 몇 마디 한다고 곧장 알아듣겠어?"
 "제일 빠른 방법은 도끼를 사용한 방법이지요⋯⋯?"
 "무력 정복을 할 게 아니면 그것도 그만 두자⋯."

 리베리우스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너희는 너무 착해요. 사람다운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을 그럼에도 인간이 맞다고 인정하는 것부터가 저한테는 너무 어려운걸요. 그리고⋯⋯."
 "그리고?"
 "⋯⋯ 구해줄 필요가 없는 죄인을 살리지 못 했음에 우리 쌍둥이들이 괴로워하는 걸 더는 보기 싫어요⋯⋯."

 산크레드 또한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한테 분노를 느끼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여겼다. 지금은, 그래, 새벽의 혈맹이 하는 일이 늘 그랬듯 완벽을 추구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뿐이었다. 산크레드는 리베리우스의 어깨를 억세게 다독여주었다. 자신도 리베리우스와 똑같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저 중에서 전범이 있다면 그들도 처벌을 받을 거야. 그렇게 되어야 옳고. 하지만 그건 우리 새벽의 혈맹이 아니라 동맹국 연합 측에서 판단해야 할 일이잖아?"
 "⋯⋯ 그렇죠. 사법 제재는 안 되니까."
 "지금은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는 데에 집중하자. 그 중에는 알피노와 알리제도, 그리고 너도 '구하길 잘 했다'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

 리베리우스는 금방 답하지 못 하고 킬킬거리는 웃음 소리만 냈다. 산크레드의 다독임은 마음이 따스해졌지만 그 뿐이었다.

 "쉽게 동의하지는 못 하겠는걸요, 그 말."
 "⋯⋯끙. 대충 넘어가, 나도 남을 위로하는 건 익숙하지 않다고⋯."
 "어라, 그 말도 동의하긴 어렵네요. 위장술과 잠입술로 먹고사시는 분이 화술에 능하지 않다고 말하면 어떡해요?"
 "어쭈. 이제 좀 견딜만 해졌나보네? 살맛 나니까 나를 놀리려 드는 거야? 영웅 나으리?"
 "아아악."

 산크레드가 리베리우스의 머리를 꾹 눌렀다. 리베리우스의 허리는 접히다 못 해 무릎과 코가 맞닿을 지경이 되었다. 리베리우스가 아픈 척을 하는 동안 산크레드가 뿔 가까이에서 조용히 말했다.

 "정 못 하겠으면 구호 작전에서는 빼달라고 할까? '종말의 탑' 진입을 대비하기 위해 휴식한다고 하면 말릴 사람은 없을 거야."
 "⋯⋯."

 아무한테도 표정을 보이지 않은 채 고민했다.

 "⋯⋯ 알리제와 알피노는 구조에 계속 참여할 거예요. 제가 그 아이들을 지켜야⋯⋯."

 말을 끝맺으려는 순간이었다. 불길한 에테르로 가득찬 폭풍이 전초지를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본능적으로 리베리우스가 꼬리 돌기를 바짝 세우고, 곧이어 '종말의 탑'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뿜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둘러 본대 쪽으로 달려나갔다. 구조되었던 갈레말인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으며, 몇몇은 짐승처럼 일어나 마물처럼 옆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세뇌당한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과 똑같았다.

 전초지이자 피난소에 세뇌당한 '적군'이 생기고 있다.

 "리베리우스!"
 "알고 있습니다!"

 산크레드와 리베리우스는 곧바로 인명 구조를 위해 흩어졌다. 세뇌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제 몫의 도구를 피구조민에게 나누어주고, 날뛰는 인원을 제압해 밧줄로 구속시켰다. 한 명이 제압됐다 싶으면 두세 명의 피세뇌자가 새로 나타난다. 미봉책만으로는 끝이 없을 것 같다, 리베리우스가 속으로 혀를 찼다.
 이럴 때일수록 영웅을 부르는 목소리가 커지는 법이다.

 "잠깐만요, 영웅님!"

 도움이 필요한가 싶어 리베리우스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곧장 달려갔다.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할 틈은 없다, 위기 상황에 상황 판단은 대처를 늦출 뿐이다.
 그런데⋯ 잠깐만, 리베리우스가 눈을 찌푸렸다. 저 얼굴은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 이라는 건 농담이고요!"

 리베리우스의 몸이 검은 에테르로 둘러싸였다. 그제야 리베리우스는 연합군복을 입은 저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냈다. 지극히 평범한 생김새라서 눈치채지 못 했다!

 "아씨엔⋯⋯!"
 "당신은 이쪽으로 오시지요. 전하께서 기다리십니다."

 아씨엔 파다니엘. 세계의 종말을 일으키기 위해 제노스와 손을 잡은 자.
 지금의 소동은 리베리우스를 납치하기 위해 벌인 소동이렷다. 그것을 깨달은 리베리우스는 뒤늦게 그한테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아씨엔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두 사람은 텔레포 마법에 올라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리베리우스가 사라진 빈자리는 소란스러운 적막이 메운다. 영웅의 실종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가니쉬. 식전빵. 샐러드와 스테이크.
 포도주를 넣고 끓인 수프 냄새를 맡으며 잠에서 깨어난다. 온몸을 지배하는 불쾌한 감각을 뒤로 하며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예스러운 식탁 전체가 시야에 들어왔고, 고개를 들었을 땐 식탁 너머에서 제노스가 스테이크를 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얄미운 상판데기에 관한 감상을 제대로 갖기도 전, 오른쪽 귓가에서 밉상궂은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자, 식기 전에 드시길."

 집사복을 입은 아씨엔 파다니엘이 부러 과장한 몸짓으로 요리 접시를 가리켰다. 제노스는 그의 시중을 받는 게 퍽 익숙한지 별다른 대꾸도 하지 않았다. 리베리우스는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이질적이고 또 불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힘들게 눈알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으려니 파다니엘이 깜빡했다는 듯 깜짝 놀라는 체를 하며 말했다.

 "아, 투구를 벗을 때는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아직 '그 몸'이 낯설 테니까요."

 꼬리가 없다. 꼬리 없이 균형을 잡는 감각이 괴상하기 짝이 없다. 머리 양쪽에 달린 납작한 살덩어리는 뿔만한 무게감이 없어 어색하고 또 징그러웠다. 옷감 안쪽으로 느껴지는 자신의 피부는 비늘이 하나도 없어 방패 없이 전장터에 나간 기사마냥 수치스러웠으며, 신장은 또 이상하게 작은 덕에 제노스의 눈을 노려보려면 기억보다 더 고개를 치켜들어야 했다.

 리베리우스는 생각했다. 이놈의 황궁은 납치될 때마다 개같은 기억만 한가득 안겨주는구나.

독백7-2 효월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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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리우스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라는 서술도 많이 너그럽게 서술한 것에 가깝다. 눈 깜짝할 새 적진 한가운데에 납치된 것도 모자라 신체까지 탈취당했다. 이성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과연 이런 상황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나 씹고 있을 수 있을까?

 "어떠십니까, 혼이 다른 몸으로 옮겨진 기분은?"

 그런 리베리우스의 상황을 꿈에도 모르겠다는 듯 집사복을 입은 어둠의 사도는 그의 옆에서 깐죽거리고 있었다. 예의바른 체를 하지만 저것 또한 일종의 놀이에 불과하다. 리베리우스는 파다니엘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짓씹듯 말했다.

 "무슨 속셈이죠?"
 "저런, 깊게 생각하지 말고 저녁이나 즐기시지요." 리베리우스가 보기 딱하다는 양 파다니엘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전하의 벗이잖습니까? 그렇다면 기왕에 근처까지 온 김에 벗으로서 식사라도 대접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렸단 말입니다."

 투구 아래로 눈알만 굴려 제노스를 노려본다. 그는 식탁 너머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기품 있게 식기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그랬더니⋯⋯ 글쎄, 대답이 없으시지 뭡니까?"
 "⋯⋯."
 "그래서 긍정으로 해석했죠!"

 마술사가 비둘기를 꺼내듯 양 팔을 활짝 펼치며 젠체하는 파다니엘. 리베리우스는 그를 향한 관심을 완전히 꺼뜨렸다. 이 상황의 원흉은 귀찮은 날파리가 아닌 눈 앞의 제노스일 터였다.

 "⋯⋯ 뭔 생각이야. 네녀석이 설마 진짜 밥이나 먹자고 나를 끌고 오지는 않았을 거고."
 "⋯⋯."
 "어쩌자는 거냐?"

 제노스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

 "⋯ 기껏 차려놓았건만 먹을 생각을 안 하는군. 메뉴가 마음에 안 드나?"

 자신을 살피는 제노스의 무심한 눈빛이 다감한 인간을 모방하는 것 같아 리베리우스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정확히는 리베리우스의 몸이 아니라 이름 모를 누군가의 몸이지만.)

 "너는⋯⋯ 너라면 이런 상황에 목구멍으로 밥이 넘어가겠냐?"
 "그런가⋯. 나도 그렇다. 내 벗을 앞에 두고는 무엇을 먹어도 허기질 뿐이다."
 "씨발 말이 안 통해!"

 리베리우스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외쳤다. 그가 자살한 뒤로 처음 만나는 자리건만 제노스는 하나도 바뀐 게 없다. 여전히 리베리우스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은 척을 안 한다는 뜻이다.
 제노스는 리베리우스의 짜증이 아무렇지도 않다.

 "이건 그저 흥을 돋우기 위한 전채다. 알라미고가 그랬고, 라자한이 그랬으며, 갈레말 제국이 그랬듯⋯⋯ 너라고 하는 영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해⋯⋯."

 그 말을 듣자 온몸의 피가 식는 듯한 기분이다. 무릎 위에 올려둔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이름 모를 사람의 신체는 장갑이 끼고 있어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한낱 도구에 불과했다고 말할 셈이냐."
 "진실이 그러하지⋯. 영웅⋯⋯ 그것은 절망과 비탄이 소용돌이치는 곳에 나타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자."

 제노스의 뒤에서 무언가가 그르렁거렸다.

 "그래서 이것저것 파괴해봤는데⋯⋯ 어땠느냐?"

 리베리우스의 시선이 제노스의 뒤로 옮겨갔다. 인간 중에서도 유달리 거대한 제노스보다도 갑절은 더 거대한 무언가가 그 곳에 있었다. 그것은 말라비틀어진 인간처럼 보이기도 했고, 사슬에 묶인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으며, 절망을 뭉쳐 반죽한 끔찍한 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파다니엘이 리베리우스의 뒤에서 의자 등받이를 두 손으로 짚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친구분의 아버님이 신경쓰이시는 거군요? 아버님께선 무뚝뚝한 아드님이 친구를 데려와 감개무량한 모양인데⋯⋯ 친구끼리 있는 자리에 부모님이 끼어들면 불편하기 마련이죠, 그럼요."
 "⋯⋯ 아버님, 이라고요."
 "갈레말 제국은 신앙을 일절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을 소환할 만한 강대한 존재를 떠올리지 못 할 거라는 인식이 있죠.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있잖습니까? 그들이 두려워하고, 숭상하고, 매달리는 존재⋯⋯ 그래요, 자신의 국가, 그 상징인 '황제' 말입니다."

 구두소리를 내며 파다니엘이 '황제' 쪽으로 걸어간다. 장대한 연설을 하는 듯한 그의 팔은 연극을 하듯 넓게 펼쳐졌다.

 "최근 들어 제국은 온갖 악재를 겪었습니다. 그럴수록 백성들은 바라기 마련이죠, 흔들리지 않는 강한 황제가 군림해주기를. 그 간절한 바람을 바리스 전하의 몸에 내려드린 겁니다!"

 희열을 견디지 못 하겠다는 양 목소리가 커지고 또 높아진다.

 "그렇게 나타난 존재는 그야말로 갈레말의 혼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
 "실로 그렇지 않습니까, 전하?"

 제 차례를 마친 파다니엘은 제노스를 향해 허리를 숙인다. 제노스는 그것이 전부 사실이라고 침묵으로 답했다. 한때 아버지였던 괴물의 울음소리를 배경음 삼아 제노스는 와인잔에 손을 가져다댔다.

 "마음이 동할 정도가 되었느냐?"

 마음이 동했느냐고. 충분하다 못 해 넘칠 정도로 동요했다. 가히 인간을 벗어났다고 칭할 법한 만행에 리베리우스는 빈 속을 게워낼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입가를 손으로 가렸으나 손가락 끝에 닿는 건 전면 투구의 차가운 표면이었다. 제노스는 와인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그 모습을 구경했다.

 리베리우스는 사베네어 섬의 토착민들이 저 울음소리에 하나둘 생기를 빼앗기던 장면을 떠올렸다. 리베리우스는 갈레말 제국 수도의 시민들이 시체가 되어 바닥에 쌓여있던 장면을 떠올렸다. 리베리우스는 이 곳에 오기 위해 자신의 동료들이 치러야 했던 희생을 떠올렸다.

 제노스는 지금 이 모든 게 리베리우스를 위해 저지른 짓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윽⋯⋯."

 눈 앞이 흐려지려던 차, 식기가 흐트러지고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어느샌가 제노스는 리베리우스의 앞에 와 그의 얼굴 아래를 커다란 손으로 덮어 잡아챘다. 덮개가 열린 하관에 제노스의 손바닥이 그대로 닿았고, 고개는 강제로 뒤로 젖혀져 복잡한 무늬의 천장 양식을 마주해야만 했다.

 "우으, 읍⋯⋯!!"
 "나의 벗은 비위가 참 약해⋯."

 제노스의 팔을 떨어뜨리기 위해 그의 손목을 두 손으로 긁었다. 하지만 제노스의 굵은 팔뚝은 꼼짝조차 하지 않았다. 손톱조차 드러나지 않은 뭉툭한 손끝이 얄궂다.

 "그것이 원망스럽기도 하나 지금은 순수하게 감사하군. 지금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져. 나를 향해 분노하고, 경멸하고, 투지를 불태우는 거다⋯⋯!"
 "읍⋯! 큭!"
 "⋯⋯ 하지만 아직은 부족해. 모든 분노를 쏟아낸다 해도 내가 바라는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 할 터. 그러니 내가 준비한 모든 장작을 불태울 때까지 기다려라⋯⋯. 너도 분명히 좋아할 거다."
 "으윽!"
 "⋯⋯ 이 쯤이면 진정됐겠지."

 토기가 가라앉은 것 같자 제노스가 손을 내렸다. 답답했던 숨을 고르기도 전, 곧바로 리베리우스는 제노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뺨을 타고 묽은 액체가 흐른다.

 "손 놓고 꺼져!"
 "⋯⋯."

 묻은 침을 느릿하게 닦아내는 제노스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 있었다.

 "내가 준비한 시간이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지? 벗다운 대접을 한번쯤은 해볼까 싶어 잠자코 있었건만⋯⋯. 역시 너와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던 모양이구나. 지루한 만찬에 초대한 것을 사과하마."

 제노스가 손을 놓자 연약한 휴런의 몸은 그대로 의자에 나동그라지듯 떨어졌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만 지금의 신체는 원래의 몸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약하다. 당장에라도 자신의 최대 무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초조함에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

 제노스는 등을 돌려 만찬장의 한쪽으로 걸어갔다. 파다니엘이 의아하다는 듯 뒷모습에 말을 건다.

 "이런, 식사는 벌써 끝입니까?"
 "⋯⋯."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제노스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촛불이 하나씩 켜진다.

 "벗이여⋯⋯. 나는 예전에 아씨엔에게서 이 몸을 돌려받기 전까지 다른 사람의 육체를 사용했다. 제법 배울 점이 많더군. 다른 체구로 싸워보니 나의 안 좋은 버릇이 보였어."

 그러더니 불현듯 걸음을 멈춰선다. 거대한 풍채의 그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리베리우스가 앉은 자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과연 강함은 혼에 깃드는 것인가, 육체에 깃드는 것인가⋯⋯. 그것을 자문할 기회를 네게도 주마."
 "⋯⋯."

 선득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이 생각을 진작부터 했어야 한다.
 나의 원래 몸은 지금 어디에 있지?
 나의 원래 몸을 가지고 무얼 하려는 거지?

 "⋯⋯ 제노스!!"

 불길함은 리베리우스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무력의 차이 따위 신경쓸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제노스를 멈춰야 한다. 평소보다 지독하게도 느리게 느껴지는 뜀박질의 목표 지점에는 섬뜩하게 웃는 제노스가 있었다.

 "자아⋯ 되찾으러 오너라."

 그 말을 끝으로 제노스가 앞으로 쓰러졌다.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힘없이 추락한 몸의 뒤로 숨겨져 있던 인간의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뿔, 얇은 꼬리, 단단한 근육과 새하얀 머리카락. 의자에 앉아 허리를 푹 숙이고 있는 저 사람은 틀림없는 리베리우스다. 정신을 잃고 기절해있던 그 신체가 고개를 든다. 리베리우스의 영혼이 그곳에 없음에도 몸뚱아리가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처진 눈두덩이 아래의 푸른 눈동자는 평소와 똑같았으나 리베리우스는 알 수 있었다, 저건 제노스다. 저런 눈을 할 수 있는 건 제노스밖에 없다.
 다급하게 팔을 뻗으며 외쳤다.

 "멈춰!!"

 그러나 제노스는 리베리우스의 외침을 듣지 않았다. 눈을 한 번 깜빡일 찰나의 순간, 리베리우스의 껍데기를 뒤집어쓴 제노스는 황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순간이동 마법이었다.

 "헉! 큰일났네요!!"

 텅 빈 의자를 보며 황망해하고 있을 새가 없었다. 리베리우스의 바로 옆에서 파다니엘이 허둥대는 척을 하며 새된 목소리를 낸다.

 "저 몸으로 당신인 척하고 전초지로 돌아가면 어떤 대참사가 일어날지?!"
 "이 새끼들이⋯ 이럴 목적으로⋯⋯!!"

 이를 박박갈며 외치는 게 파다니엘의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놀란 체를 한 게 언제냐는 듯 히죽 웃으며 허리를 숙이는 게 아닌가.

 "그럼요, 그럼요! 피바다가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어서 쫓아가셔야 할 겁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비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배웅해드리죠."

 만찬장을 뛰쳐나가던 리베리우스는 어느샌가 실외로 이동되어 있었다. 갑자기 밝아진 빛에 적응하기 위해 동공이 급하게 수축한다.

 눈보라가 치는 밤, 폐허가 된 수도 한복판, 무장한 병사가 돌아다님과 동시에 살육 병기가 하늘을 메운 내전지. 우뚝 걸음을 멈춰섰다. 공기에 가득한 청린수와 재 냄새가 지금처럼 무섭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지금의 신체로 이 곳을 평소처럼 돌아다닌다면 순식간에 죽어버릴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걸어서 가주세요. 안 그러면 전하의 뜻을 거스르게 되니까요?"
 "⋯⋯ 눈물나게 고마운 배려 감사하군요."
 "천만의 말씀을요. 이제부터 전하를 막으시러 가실 텐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지 않겠습니까. 얼른 쫓아가서 막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하실지⋯⋯ 어휴, 무서워라."

 파다니엘을 죽일듯이 노려본다. 아씨엔이란 이름이 붙은 놈들은 하나같이 짜증나는 놈들밖에 없다.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다니엘은 그저 웃을 뿐이다.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부디 힘껏 애써주시길."

 말 안 해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
 리베리우스가 익숙하지 않은 검을 빼내들었다.


 ---


 이 몸의 원 주인은 머저리가 분명하다. 자신의 손에 맞지 않는 크기의 검을 주 무기로 쓰면 어쩌자는 건가. 자꾸 흘러내리는 통에 검을 놓칠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허억⋯. 아윽⋯⋯."

 골목길 벽에 몸을 숨기며 옆구리를 움켜쥐었다. 방금 전 병사한테 걷어차였을 때 내상이 생긴 것 같다. 겨우 발길질 한 방에 속이 상한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았지만 현실이 그랬다.
 이렇게나 약한 몸으로 잘도 살아왔구나. 이제는 분노를 넘어 안타까움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지금 제일 걱정해야 할 건 본인의 안위였지만 말이다.

 "이⋯⋯ 약해빠진⋯⋯ 몸뚱아리⋯⋯!!"

 어금니를 꽉 물며 팔뚝에 자동주사기를 찔러넣었다. 전신 근육을 지배한 어마어마한 피로감과 고통이 조금은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방금 그가 자신한테 주사한 것은 길가에 널린 시체에서 주운 군용 약물이었다. 몇 번 시험해본 결과 이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탈출은 커녕 생존조차 힘들다고 판단했다. 겨우 말단 병사 하나 해치운 걸로 숨이 넘어갈 듯 껄떡댄다는 게 말이나 되나? 칼에 스친 고통이 이렇게나 괴로운지 오늘 처음 알았다. 자동화 병기들과 싸우는 건 꿈도 못 꾼다.

 리베리우스는 원래의 신체가 절실했다. 본 실력대로라면 이런 격전지따위 순식간에 정리하고 동료들한테 돌아갈 수 있었을 텐데.
 동료들의 곁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

 "⋯⋯."

 후들거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겨우 일어났다. 한시라도 빨리 동료들한테 가야 한다.
 이런 난장판을 순식간에 정리할 수 있을 능력을 가진 몸뚱아리로 제노스가 무슨 짓을 할지가 뻔하니까!

 "죽여버릴 거야⋯⋯!!"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살인 계획을 되새겼다. 비틀거리며 골목 밖으로 나가자 다 무너진 도심 사이로 이성을 잃은 병사들이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리베리우스는 그들의 시야에 들지 않도록 조심하며 지형지물 사이를 옮겨다녔다. 사방을 주의깊게 살피며 이동하려니 한 블록을 건너는 시간이 몇 년같이 느껴졌다. 다음 길목에는 병사들이 적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의 병사를 따돌렸을 무렵, 지근거리에서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군인 양반!"

 척추반사적으로 몸을 숨기려고 했다. 그런데 목소리의 주인을 살펴보니 그는 리베리우스를 해치려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마물의 공격을 막아내며 힘겹게 창을 찔러넣던 중 리베리우스를 발견한 듯 싶었다. 지쳐서 허덕이면서 시민이 다시 외쳤다.

 "제정신이면 좀 도와줘⋯⋯!"
 "⋯⋯."

 어떻게 해야 하지? 리베리우스의 두뇌가 바쁘게 돌아갔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생존자 무리에 합류한다면 혼자 다닐 때보다 조금 더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을 거였다. 어쩌면 그들한테 베이스 캠프로 가는 길을 물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칼을 빼든 채 마물한테 칼을 휘둘렀다. 약점이 훤히 보이는데도 몸이 따르지 않아 급소를 찌를 수 없다는 건 정말 답답한 경험이었다. 두세 명의 시민이 이미 힘을 많이 빼놓은 덕에 마물을 처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방비가 뚫린 도시를 습격한 마물이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크윽⋯⋯!"

 한 마리를 해치우면 한 마리가 더 달려들었고, 그 마물을 죽이면 두 마리가 더 기어나왔다. 방패로 녀석들의 움직임을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마물들의 주위를 병사들 쪽으로 돌림으로써 습격을 해결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리베리우스가 자신을 불렀던 시민을 향해 외쳤다.

 "생존자는, 윽,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입니까?"
 "적어도 같이 다니던 사람들은 우리가 전부야. 더 합류할 사람은 없어!"
 "그러면 후퇴합시다. 여기서 마물을 상대해봐야 힘만 빠집니다. 체력을 온존해야 합니다."

 리베리우스가 걸치고 있는 군복이 시민들한테 신뢰감을 준 걸까, 생존자 무리는 별 반응 없이 그의 지휘에 따랐다. 어쩌면 그들의 머리로 전략을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지쳤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그저 안전한 피난처로 돌아가는 것 외에는 관심사가 없었으며, 그건 리베리우스도 마찬가지였다.

 무리의 선봉에 있던 마물들이 정리가 되자 그들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다 같이⋯! 살아서 피난소로 돌아가자!"
 "⋯⋯."

 시민 중 한 명의 말에 리베리우스는 대답하지 못 했다. 심경이 복잡했다.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기도 전 비일상적인 소음이 난데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겁에 질린 생존자가 소리쳤다.

 "노, 놈들이 온다!"
 "무기 들어!"

 달려드는 병사를 방패로 막아내며 혀를 찼다. 상황이 안 좋다. 소대 한 개 정도의 수가 몰려들고 있었다. 시민들의 전투 실력은 처참할 정도이며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상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리베리우스의 뇌가 가열차게 굴러갔다.

 "일반병은 각자 한 명씩, 강화병은 두 명 이상이 맡습니다! 공격 범위가 겹치지 않도록 산개합니다!"
 "산개! 산개?!"
 "각자 떨어지라고!"
 "강화병 담당은 한 명은 방어, 한 명은 공격에─"

 쾅, 지근거리에서 포탄이 터졌다. 폭발에 휘말린 부분은 없었으나 강력한 충격파에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비틀거리며 흔들리는 시야를 어떻게든 다잡았다, 그러자 강화병의 몸이 새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자폭의 신호다.

 "─젠장, 전원 마도 아머 후방으로 숨습니다!"

 멀쩡한 사람들은 안전 지대로 달렸다. 그렇지 못 한 사람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거나 이미 쓰러져 명을 달리 했다. 그 짧은 대치에도 사람은 이렇게나 쉽게 죽는다. 그것을 슬퍼하는 것조차 누군가한테는 사치가 될 수 있었다.

 "우리가 왜 이런 꼴을──"
 "군인 나으리, 우리 살 수 있겠지요─"
 "집에 가고 싶──"

 강화병의 신체가 터지고 일전의 포탄과는 비교하기 민망한 화염이 일대를 휩쓸었다. 사람들의 한탄은 이렇게나 쉽게 묻히고 사라졌다. 안전지대에 있던 사람들은 이번 폭발에서 몸을 지킬 수 있었으나, 리베리우스는 발견하고야 말았다. 근처의 청린수 연료통들이 강한 열기에 자극되어 푸른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다들 연료통에서──!!"

 리베리우스의 외침은 늦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 뒤로 이어지는 폭발을 그 누구도 피하지 못 했다. 푸른 화염이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을까? 리베리우스는 알 수 없었다. 인간의 목소리 따위는 불꽃이 내지르는 울음소리 앞에서 제 힘을 떨치지 못 했다.

 폭발에 휘말려 한참을 밀려나던 몸뚱아리가 겨우 멈췄다. 리베리우스는 그을음 깔린 돌바닥 위를 낙엽처럼 굴러다녔다. 사지를 까딱일 힘이 없어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내팽겨쳤다. 새하얗다가 검어지기를 반복하는 시야는 멀쩡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 상태 그대로 놔두기로 했다.

 인정한다. 이번 폭발은 꽤 치명적이었다. 당장에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다. 이번에야말로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다⋯⋯.

 '⋯⋯ 포기할까?'

 달콤한 유혹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사람이라면, 생명이라면 응당 느끼는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편해지고 싶다. 이 정도면 많이 노력하지 않았느냐.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 했으니 그거면 됐지 않느냐.
 그런 속삭임이 리베리우스의 눈꺼풀을 자꾸만 내리눌렀다.

 "⋯⋯."

 그래도⋯ 리베리우스는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고 있기를 택했다. 죽음의 문턱에 선 몸뚱아리는 앞을 보는 것조차 그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리베리우스는 어떻게든 두 눈을 뜨기로 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반드시 동료들을 구해야 할 의무는 없다. 불의의 습격은 전쟁터에 들어온 이상 감수해야 할 리스크이며, 습격 대상이 리베리우스의 모습을 했다고 한들 이는 변하지 않는다. 동료들은 그들 나름대로 살아남을 것이며,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다.

 심장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린다. 주위에 살아남은 생명체는 없었으며 눈이 내려앉는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진다. 리베리우스 또한 다른 시체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도저히 일어날 힘이 없었다.

 세계를 구하는 사람이 리베리우스여야 할 이유는 없다. 리베리우스 이전의 '빛의 전사'가 그랬고 리베리우스 본인 또한 그랬듯, 앞선 영웅이 제 역할을 다 한다면 어디에선가 새로운 영웅이 나타날 것이다. 인간한테는 불의에 맞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 리베리우스 말고도, 영웅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넘쳐난다.

 팔뚝을 끌어당겨 앞으로 기어간다. 차라리 거북이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가 돌부리에 자꾸만 걸려 덜컹거렸다. 얕게 쌓인 눈밭에 길다란 자국을 하나 그린다.

 더 이상 싸울 수도 없고, 싸워야 할 목적도 없다. 어쩌면 이제는 리베리우스의 모험을 끝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베리우스는 앞으로 나아간다. 끔찍하리만치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나아가는 속도가 무섭도록 느리더라도, 여전히.

 나아간다.
 나아간다.

 나아간다.




 ---




 한 사람을 '그 자신'으로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영혼인가, 아니면 육체인가. 비늘이 뒤덮인 손을 죄암거리며 제노스가 생각했다.
 만일 질문에 대한 답이 후자라면 자신은 지금 리베리우스를 손에 넣은 거나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리베리우스의 몸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 허나 만족스럽지는 않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열망하는 강함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리베리우스를 압도적으로 초월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제노스의 심장은 여전히 허전했다. 알라미고 왕궁에서 그가 느꼈던 것과 비슷한 고양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제노스는 그것이 지금 벗과 싸우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힘을 겨우 얻었어도 뛰어넘을 장애물이 눈앞에 없어서야 보람이 없다.

 역시, 자신한테는 리베리우스가 필요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자신한테로 돌아올 것이다. 예정대로 계획이 진행된다면, 얼마 안 있어 곧.

 "뭐야, 돌아왔잖아!"
 "무사해서 다행이군."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자 제노스가 시선을 들어올렸다. 가설된 에테라이트가 보이는 걸로 봐서 자신은 벌써 전초지에 다다른 것 같았다. 실망스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리베리우스라면 여기까지 오기 전에 습격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었건만. 뭐, 상관 없다. 이렇게 됐다면 예정대로 전초지를 몰살시키면 될 뿐이다.

 걸어가던 속도에 변함을 주지 않고 제노스는 눈길을 따라간다. 영웅을 마중나오는 그의 동료들이 보인다. 머리 빨간 쪽은 기억에 없는 인물이지만 귀가 뾰족한 어린 여자는 이름이 아마 알리제였었지.

 "어서 와! 갑자기 없어져서 다들 엄청 걱정했어."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야. 무슨 일 있었어?"

 나의 벗이 아끼는 애완동물을 죽이면 과연 얼마나 격노에 차오를까. 제노스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그 웃음은 리베리우스가 귀애하는 동료들한테 평소 짓던 웃음과 크게 달랐다.

 "⋯⋯ 넌 누구지?"

 그라하─머리가 빨간 마법사 동료─가 알리제를 손으로 막아서며 물었다.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낀 모양새다. 그래도 상관 없다, 제노스는 암살같은 짓거리를 하지 않아도 이들을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에테르를 끌어올려 이계의 요마를 불러낸다. 불길한 기운을 뿜는 사신은 두 사람을 향해 낫을 휘두른다. 어렵지 않게 두 인간의 허리를 두동강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터였다.

 눈언덕 위에서 날아온 검 한 자루가 요마의 몸을 꿰뚫었다. 성긴 에테르로 이뤄진 요마는 금세 흩어졌다.
 무산된 공격에 놀란 제노스는 검이 날아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제국군 군복을 입은 사람이 힘겹게 중심을 잡으며 서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무겁게 머리를 들어올린다. 아, 드디어 도착했구나! 제노스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건들지 마, 제노스⋯!!"

 피가래가 들끓는 목소리는 심히도 가냘퍼 당장에라도 끊어질 것 같다. 익숙하지 않지만 늘 그리는 목소리에 제노스의 다리가 절로 리베리우스 쪽으로 움직였다. 그래, 역시! 리베리우스라면 그 역경을 뚫고 찾아올줄 알았다! 기대를 배신하지 않아준 리베리우스한테 기특한 마음이 들어, 때가 되지 않았다지만 기꺼이 무기를 들어주고 싶어졌다. 당장이라도 하나뿐인 벗과 싸우고 싶었다!

 성큼성큼 눈밭을 걸어 리베리우스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 사이를 참지 못 하고 리베리우스는 자리에 쓰러졌다. 머리를 부여잡고 영 가누질 못 하는 것이 몸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았다.

 제노스를 방해하는 장애물은 또 있었다.

 "네, 아쉽게도 두뇌 장악은 이걸로 끝. 각자의 몸으로 돌아가실 시간입니다."

 어느샌가 나타난 파다니엘이 두 번 박수를 치며 뭇 사람들의 주의를 끌었다. 능청스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제노스는 심각한 갈증을 느꼈다. 눈 앞에 둔 사냥감을 포기하라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부탁이었다⋯.

 하지만 기꺼이 인내해주기로 했다. 지금의 고통은 더 큰 쾌락을 위한 발판이 될 테니까.
 파다니엘이 새벽의 혈맹한테 선전포고를 하는 동안 제노스는 쓰러진 리베리우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투구 아래의 눈은 떠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힘에 부치는 모양이었다. 제노스는 리베리우스의 턱을 들어올려 자신과 눈을 맞추기 편하도록 배려해주었다. 작별 인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제, 노스⋯⋯."

 제노스가 입꼬리를 올렸다. 설원을 걸어오던 내내 채워지지 않던 심장이 이제야 겨우 뛰기 시작했다.

 "너의 동료도, 세계도 모두 갈가리 찢어주지⋯⋯."

 이 심장을 오롯이 채우기 위해서라면 제노스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나를 미워해라."

 리베리우스와 싸우기 위해서라면 세계 하나쯤 멸망시킬 수 있다.
 의식을 잃어 이제는 가치를 잃어버린 몸뚱아리를 바닥에 내팽개친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리베리우스의 몸에서 떠날 채비를 한다. 영혼을 잃어버린 리베리우스의 몸이 휘청이는 시야를 마지막으로, 제노스는 차디찬 설원을 뒤로 했다.

 다시 만나는 날에는 그 때와 같은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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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제노스의 계획은 무엇이었는가. 간단히 줄이자면 고대의 신을 깨우는 것이 목표였다. 잠들어 있는 어둠의 신을 불러일으켜 그를 흡수하고, 강대한 힘을 가진 채로 빛의 전사와 싸우는 것. 제노스는 그럴 작정이었다.

 파다니엘한테 배신당하지만 않았다면 아마 그렇게 됐을 것이다. 종말과 죽음을 입에 달고 살던 파다니엘은 계획의 막바지에 돌발 행동을 진행했다. 제노스가 어둠의 신과 융화되기 전 봉인된 구덩이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고대의 신과 하나가 된 사람은 파다니엘이었다. 그리고 리베리우스는 파다니엘을 방금 막 해치운 참이다.
 신이 잠들었던 장소, 하얀 달에는 옛 신의 잔해가 붉게 남아 비단실같은 궤적을 남기고 있었다. 인간이 한 번도 올 일 없었던 위성에서 자신의 고향을 내려다보며 리베리우스는 턱을 쓸었다.

 'X됐군.'

 어둠의 신이니 뭐니 부르기는 하지만 별의 이치를 움직이던 장치다. 없어지는 순간 별에 어떤 일이 생길지는 누가 보아도 자명하다. 리베리우스의 초월하는 눈은 행성 아이테리스에 벌어질 미래를 보았다. 에테르가 썩어가고 천맥이 고갈되는 모성을 보았다. 사람들이 비탄과 절망에 빠지는 광경을 보았다⋯⋯.

 '내 탓인가? 아냐, 어차피 파다니엘이 그대로 조디아크와 융합된 상태였으면 자기가 스스로 저걸 일으켰을 거야.' 리베리우스가 눈알을 굴린다. '능동적으로 X되느냐 수동적으로 X되느냐의 차이일 뿐이었어. 아직은 실제로 종말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한 게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해결 방법을 지금부터 찾으면 돼.'

 ⋯⋯ 그렇지만 해결 방법이 있기는 할까? 고대인들도 원인을 없애지 못 해 내놓았던 미봉책이 어둠의 신 조디아크였다. 에테르 함량이 현저히 적은 현대인들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는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발로 뛰어보고 진창에서 굴러보긴 해야겠지. 이대로 모두 다 죽을 때까지 가만히 놔둘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면 어디서부터 무얼 해야 하나⋯⋯.

 리베리우스가 머리를 굴렸다. 그 꼴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 하는 사람이 있었다. 검붉은 에테르 덩어리가 봉인터 구덩이에서 거세게 솟아올랐다, 당장이라도 낫을 휘두를 것만 같은 기세로 리베리우스 쪽으로 걸어온다. 무기를 뻗으면 닿을 거리가 되었지만 리베리우스는 그것한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로지 모성만을 올려다본다.

 "⋯⋯ 가지 마라."
 "⋯⋯."

 검붉은 에테르를 몸에 두른 제노스가 낫을 들어올린다. 날을 리베리우스한테 겨눈다. 선뜩한 기운이 리베리우스의 뒷목을 쿡쿡 찌른다.

 "가지 마."
 "⋯⋯."
 "⋯ 다시 찾겠다. 네 눈도, 귀도, 이빨도, 모든 투지를 나로 향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가져오겠다. 기대에도 못 미친 고대의 신 따위가 아닌⋯⋯"
 "⋯⋯."
 "필요한 것은 더 큰 악⋯⋯ 더 큰 절망을⋯⋯."
 "절망으로 나를 조종하려 들지 마."

 그는 제노스를 보지 않았다.

 "너만 즐겁자고 하는 싸움에 나는 어울려주지 않을 거다."

 달의 모래밭에 판금장화의 발자국이 길게 남는다. 뒤를 돌아본 리베리우스는 제노스보다 더 먼 목적지를 향해 걸어간다. 시선마저 제노스한테 나누어주지 않았다. 온기를 나누어 주기에는 한 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제노스가 낫을 내린다.

 "⋯⋯⋯⋯ 그런가."
 "너라면 내 말을 듣지 않을 테지만."

 리베리우스가 제노스를 스쳐 지나간다.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제노스가 곁눈질로나마 리베리우스의 흔적을 좇는 것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달의 바다에는 제노스만이 남았다. 이제는 텅 빈 구덩이를 내려다본다. 얼마 안 가 그의 형체가 흩어져 사라졌다. 언젠가 올 전투의 날을 위해 칼날을 벼려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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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스가 짐승을 베어 넘긴다. 괴물이 죽은 다음에는 또 괴물을 벤다. 목을 날린다. 허리를 자른다. 대가리를 반으로 가른다. 언젠가 인간이었던 존재라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인간의 형상이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제노스한테 인간은 의미가 없었다.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지껄이는 윤리와 도덕은 가치를 잃은지 오래다. 제노스의 아버지는 자신의 삼촌을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정말로 가족이 누구보다도 사랑해야 할 관계라면, 패륜을 저지른 황제를 국민들은 어째서 그렇게 추앙했단 말인가? 갈레말 제국은 인간을 무참히 학살한지 오래되었다. 정말로 인간이 가치 있는 존재라면, 제국 신민들은 중죄를 저지르고도 어떻게 머리를 뻣뻣이 들고 다닐 수 있는가?

 도덕은 가변적이다. 영민한 제노스는 어린 나이에 그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눈 깜짝할 새 판도가 뒤바뀌는 놀음에 어울려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평생을 추구할만한 다른 가치가 있던 것도 아니다. 애초에, 쾌락 또한 순간이었다. 진미를 씹어도 향미는 스쳐 지나갈 뿐이요 향락을 일삼아도 몇 초가 지나면 허무함이 밀려올 따름이다. 학문을 배우는 재미를 알았다. 하지만 금세 질렸다. 자애를 베푸는 방법을 배웠다. 그러나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가는 찰나 속에 반짝이다가 한순간에 꺼져버린다. 제노스는 그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다른 인간들은 어떤가? 진리를 깨닫지 못 한 채 눈 앞의 가치에 매달리기 급급해 의미 없는 발버둥을 반복한다. 핵심을 꿰뚫어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제노스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은 없다.

 딱 한 사람, 리베리우스를 제외하고.

 제노스는 리베리우스가 아직 리베리우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던 시절을 기억한다. 동방 대륙 원정을 처음 나갔을 때, 한심한 야만족한테 선전포고문을 읊는 장교의 뒤에서 제노스는 허공을 올려다봤다. 이번 사냥은 그저 그런 실력의 제국군이 어중이떠중이들을 이럭저럭 상대할 뿐인 재미없는 사냥이 될 것이다. 전력차가 심하게 났기에 패배를 점칠 필요가 없었다. 시시한 임무에 제노스는 애초부터 흥미를 갖지 않았다.

 지루한 시간이 언제 끝나나 궁금해하던 와중, 쓰레기들 사이에서 그나마 봐줄만한 원석 하나를 발견했다. 뿔 달린 야만족들은 제노스가 아닌 최전방의 장교한테 온 신경을 쏟았다. 시끄러운 틈바구니에서 제노스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건 새끼 야만족 한 명밖에 없었다. 제노스는 그 눈을 알았다. 사냥견이 토끼를 응시하는 표정이었다.

 수십이 넘는 아우라 부족 중에서 제노스를 사냥하러 온 건 단 한 명이다. 한손에 장검을 들었던 에르킨은 이 무리를 통솔하는 자가 누구인지 꿰뚫어보는 시야가 있으며 제국군의 감시망을 돌파할 실력 또한 갖췄다. 장정 십수 명한테 제압당해 피를 흘리는 에르킨을 내려다보면서 제노스는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이 자라면 남들과 다를지도 모른다. 겨우 찾은 원석이 타인한테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강함을 그 속에 지녔기를 바랐다. 자신과 같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어서, 호적수가 될만한 사람이어서, 완벽히 몰두할 수 있을만한 행복을 선사해주길 희망했다.
 옛날 이야기에 으레 나오곤 하는 그 설레임을⋯ 이름을 떨친 영웅이 느꼈을 법한 전투의 고양감을⋯⋯.

 제노스는 그것을 위해 살아가기로 스스로 선택했다. 싸움은 제노스의 삶의 목적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야⋯⋯?"

 눈 위로 이어지던 제노스의 발자국이 멈추었다. 제노스는 푸른 눈동자를 굴려 발언자의 위치를 찾았다. 제국식 외투를 착용했고, 허리에는 제국군 병사한테 주어지는 보급형 검을 패용했다. 별 볼 일 없는 떨거지다.
 제노스는 리베리우스가 저것과 함께 다니는 이유가 궁금했다. 제노스를 대하던 태도를 보아 제국 출신이라면 치를 떨며 싫어할 거라 예상했었는데. 리베리우스는 어금니를 가는 제국 군인과 한 편에 서 있었으며, 지금은 자신이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듯 몇 명 안 되는 무리의 뒤편에서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보아하니 그가 말하는 선악 또한 제노스가 모르던 사이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음이 틀림 없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 하잘것없는 가치에 빠질 바에야 자신과 함께 싸우는 게 훨씬 행복했을 텐데. 제노스는 리베리우스를 이해하지 못 했다.

 "갈레말 제국이 무너졌어⋯⋯ 우리의 조국이⋯⋯ 너희가 다스리던 나라가! 나처럼 군대에 있던 사람만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민간인까지 얼마나 많이 희생되었는지 알아?!"

 제노스는 리베리우스가 제 품의 어린 여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심경이 많이 복잡해보였다. 백발의 여자가 어깨의 손을 다독여주는 것을 위안 삼아 본인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 같다. ⋯ 신기했다.

 "너희가 원해서 벌인 짓이라고 들었다. 그게 사실이냐?! 사실이라면 대체 왜⋯!!"
 "모두 사실이다. 이제 와서 보자면 아무 의미도 없었지만."
 "제노스⋯⋯ 이 자식⋯⋯!!"

 타인의 언행이 감정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건가?
 권태로운 눈이 군인한테로 굴러갔다. 거기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이유가 있으면 괜찮아지나?"
 "뭐라고⋯⋯?"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면 눈앞에 벌어진 일들을 용납했을 거냔 얘기다. 만약 그렇다면 네놈들은 역시 어리석은 짐승⋯⋯ 사냥을 당하는 존재일 테지. 세상 만사는 언제나 유리한 누군가가 생기도록 흘러간다. 어떠한 이유라도 명분이라도, 선악이라 하는 것조차도. 갈레말이라는 나라의 중심부에서 수도 없이 볼 수 있지 않았나. 서로 죽고 죽이는 광경 속에서 올바름이 몇 번이고 뒤집히는 꼴을⋯⋯. 혹은 민중이 의기양양하게 내걸었던 정의가 계략으로 선동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제노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붉게 물든 하늘에선 유성우가 지상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네놈은 지금 내게 왜냐고 물었지. ⋯⋯ 한심하기 짝이 없군. 현실을 납득하기 위한 이유를 타인 따위에게 물어서 뭐가 된다는 거지? 그런 건 설령 땅 끝까지, 하늘 끝까지 가서 묻는다 한들 타인의 입장밖에 돌아오지 않는다. 자신의 생을 살면서 거기에 의미를, 답을 내놓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찰나동안 빛을 내어 순식간에 사라지는 유성우나 인간이나 다를 바가 없다. 전부 하나같이 시시하다.
 리베리우스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네가 스스로 낸 답이 검을 뽑는 일이라면 나는 나의 명분대로 네 몸을 내 검의 양분으로 삼아주마."
 "⋯⋯."

 이름 모를 군인은 검 손잡이에 부들거리는 손을 올려놓았다. 당장이라도 발검할 듯한 자세였다. 제국민이 여러 실리와 이상을 머릿속에서 저울질했다.

 "⋯⋯ 지금 당장이라도 슬픔과 울분을 모두 뱉어내면서 네놈을 때려죽이고 싶다. 하지만 그게 절망이 되고 괴물을 낳아 비극으로 이어진다면⋯⋯ 나는 너 때문에 피를 나눈 동료를 더는 잃고 싶지 않아. 꺼져⋯⋯! 그리고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어금니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혹시나 해서 한 줌의 기대를 걸어보았지만 역시나 이렇다. 제노스의 머릿속에서 군인의 존재는 빠르게 잊혀졌고, 관심이 순식간에 리베리우스로 옮겨졌다. 지금껏 가만히 있던 리베리우스가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제노스. 어떤 면에선 네 말도 옳은 말이야. 방금 말을 한 사람이 네놈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박수를 치며 칭찬을 쏟아내고 있었을걸."
 "⋯⋯ 호오."
 "하지만 너따위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가장 유감스럽네. 너의 부도덕을 정당화하려는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참 안타까워. 네 주제를 알아."
 "벗이여, 이러니 내가 너한테 늘 실망한다는 거다. 네게는 분명 나와 똑같은 걸 선택할 기회가 몇 번이고 있었다⋯⋯."
 "나는 내 삶이 다 할 때까지 인간으로 남고 싶거든. 너와는 달리."

 흔히 보이던 웃음 하나 내어주지 않는 리베리우스의 품에 계속 안겨있던 여자 아이가 리베리우스의 말을 받았다. 제 분에 못 이겨 무심코 서두를 던졌다는 느낌이 났다.

 "제노스, 당신이 살아가는 방식은 확실히 강해. 일리는 있다고 봐. 하지만 그걸로 타인을 상처입히면 당신은 앞으로도 계속 고독할 거야. 당신이랑 전투든 뭐든 하고싶어할 리가 없어."
 "⋯⋯ 알리제."
 "남한테 바라는 게 있다면 본인이 즐길 생각만 하지 말고 함께 즐기려고 해야지. 그런 당연한 것도 모르겠다면⋯ 영원히 거절당하시든가."

 제노스를 노려보는 눈매는 비웃음을 내보이는 리베리우스와 닮았고,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표정 또한 전투에 몰입한 리베리우스를 떠올리게 했다. 그런 여자아이를 리베리우스가 다독여주는 모습을 제노스는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제노스의 기억과 달리 리베리우스의 표정이 퍽 부드러웠다.

 "알리제. 괜찮아요. 하지 말아요. 당신이 굳이 힘들여서 한 소리 할 필요 없어요."
 "하지만 저게 짜증나게 하잖아⋯!"
 "알아요. 그래도 저게 우리가 하는 말을 들을 리가 없잖아요? 우리 말을 조금이라도 들으려 했다면 애초에 사태가 이렇게 되지도 않았겠죠. 알리제 입만 아플 거예요."

 리베리우스는 제노스를 보지 않았다.

 "저한텐 알리제가 있으니 괜찮아요. 저를 위해 화내려 해줘서 고마워요."

 제노스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였다. 망막 위에 지금 장면이 오래도록 남는다. 천천히 몸을 돌려, 제노스는 옛 갈레말 제국 터로부터 떠나가기 시작했다.

 눈밭 위에 남는 발자국은 한 줄밖에 없다. 바다를 건너면서도, 숲을 지나면서도, 사막을 가로지르면서도 제노스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걷는 것을 어색하게 여겼던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제노스는 혼자 있는 게 당연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기하게도,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쾌감이나 희열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만 같다.

 발길이 닿고 닿아 지금 도착한 곳은 알라미고의 공중 정원이다. 일전에 두 사람이 맞서 싸웠던 장소이며, 제노스의 삶이 한 번 막을 내렸던 그 곳이다. 이제는 볼일이 없는 알라미고 왕궁에 굳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제노스는 알지 못 했다. 그저 예전처럼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공간에서 선회한다.

 날씨는 건조하고 후덥지근하건만 여전히 설원 위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다.

 "남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본인이 즐길 생각만 하지 말라고 했던가⋯⋯."

 제노스가 중얼거렸다.

 "여기서 결판을 지었을 때, 나는 네게 뭘 원했지⋯⋯?"

 너는 내게 뭘 원했지?


 제노스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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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킨은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 아마도 이렇겠거니- 하고 어렴풋한 추측만 해볼 수 있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행동을 주로 한다고 하니 이 행동을 하는 사람은 상대를 사랑하고 있겠구나. 이렇게 피상적인 이해만 가능했다.

 기실 에르킨한테는 대부분의 이차적 감정이 지나치게 어렵다. 애정이란 무엇이며 수치심은 어떨 때 느껴야 적절하단 말인가. 심장이 기이할 정도로 두근거릴 때마다 주변 물건을 부수어 버릇하니 어떨 때는 그래선 안 된다고 하고 어떨 때는 그럴만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로 이상하다. 내가 느끼는 신체적 반응은 동일한데 내가 파악하지 못 하는 무언가에 따라 이름이 전부 다르게 붙여진다.

 파악이 어렵다. 구별이 어렵다. 그래도 에르킨은 각고의 노력을 들여 그것들을 학습했다. 듣자하니 자신이 안정을 느끼는 사람들과 함께 살려면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모양이었고, 인간들은 이 모든 걸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는 듯 했다. 에르킨은 아버지가 자신을 안아줬을 때 느꼈던 온기가 좋았다.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 느꼈던 감촉이 좋았다. 그것을 영원히 느끼고 싶었기에 에르킨은 인간이 되고자 했다.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도 가끔씩 답답함을 느꼈다. 에르킨은 학문을 배우며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금세 질렸다. 타인한테 자애를 베푸는 즐거움을 배웠다. 그러나 마음이 오래도록 동하지는 않았다. 무언가가 부족했다. 심각히도 많은 것이 비어 있었고 에르킨은 그 정체를 깨닫지 못 했다.

 해소되지 못한 욕망은 어린 에르킨의 등 뒤에 달라붙어 한참동안 속삭였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면 달라질지도 몰라. 어딘가에는 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정체 모를 답답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이상향이 있으리라 믿었다. 희망을 품고 에르킨은 가족의 품을 떠났다. 머나먼 동방 대륙의 고향으로 돌아가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소망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다.

 자신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여전히 많은 것을 모른 채 지낸다.
 절망의 현상 그 자체를 마주할 때 리베리우스는 홀로 있었다. 지금껏 등을 밀어주고 길을 밝혀주었던 동료들은 리베리우스 본인에 의해 현장에서 이탈되었다. 많은 사건을 겪은 뒤 다다른 종착점에는 절망만이 눈에 보였고 존재라곤 리베리우스뿐이 없다.

 여기까지 당도했음에도 확신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자신은 무얼 위해 싸워왔는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시간은 자신한테 어떤 의미가 되는가. 절망은 무엇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슬픔은 무엇인가, 기쁨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일까. 마음이라는 건 뭘까.

 "모르겠어."

 먼 곳을 향해 중얼거렸다.

 "나는 전혀 모르겠단 말야."

 사람들은 리베리우스를 보며 저마다의 깨달음을 얻곤 했다. 보아라, 수없이 많은 절망 속에 짓눌려 있던 희망 한 조각 또한 리베리우스의 마음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해 깨닫지 않았는가. 파랑새가 되어 마지막 남은 희망을 온 세계에 퍼뜨리면서 그것이 리베리우스 덕에 일어난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리베리우스는 실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었다. 네가 말하는 게 무언지 잘 알겠다며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전에도, 이전에도, 한참 전부터 그랬듯이, 모든 것을 받아들였노라 쉬이도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게 된 다음에야 털어놓아 본다. 나는 너희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는 결코 너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돌아갈 건가? 네가 영웅이 되는 세계로."
 "⋯⋯."

 ⋯⋯ 정정하겠다. 세상의 끝에 남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남아있었구나. 몰랐네, 제노스."

 리베리우스는 제노스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지 못 했다. 그냥 어느새⋯⋯ 홀로 남은 채 종언을 노래하는 자와 한 판 붙으려고 했더니 갑자기 하늘을 깨부수고 쳐들어와서는 이번 한 번만 도와주겠다고 건방진 선언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
 솔직히 제노스의 도움 따위 필요 없었다. 그래서 리베리우스는 제노스가 없는 셈 쳤다. 평소처럼 귀찮은 짐 하나 떠안은 채 싸운다고 생각하기로 했었다.
 뭐어, 발판 역할을 해준 건 고맙긴 하다. 한 꼬집만큼.

 "그래서⋯⋯ 보나마나 싸우자고 할 생각이지? 포기해줄래? 너도 알겠지만 내가 지금 많이 지친 상태거든⋯⋯. 너따위한테 할애할 힘이 없어. 여력이 있더라도 싸울 생각 없고."
 "⋯⋯ 벗이여."
 "안 싸울 거니까 알아서 돌아가. 여기서 평생 썩어주면 더 좋고."
 "에르킨."
 "안 싸운다고."
 "내 말을 들어라."
 "싫어."

 제노스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리베리우스를 응시한다.

 "한 번만이라도 좋다. 영웅이 아닌 너로서⋯⋯ 리베리우스가 아닌, 에르킨으로서 들어다오."
 "⋯⋯."

 에르킨은 긍정의 뜻을 침묵으로써 내비춘다. 무기를 들지 않은 상태로, 제노스는 에르킨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하나씩 꺼내본다.

 "나는 아마도⋯⋯ 이대로 영생을 산다 해도 너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거다. 이상이니 명분이니, 타인이 규정한 영문도 모를 것들을 위해 살겠다는 건 공감할 수 없어."
 "⋯⋯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평생동안 고민해봐도 너의 삶의 방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만한 게 못 될 거다."
 "하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양보라는 걸 해봐도 나쁘지 않겠지. ⋯⋯ 그럴 생각으로 나는 이 곳에 왔다. 벗이여."

 에르킨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당황하면 안 된다, 저것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배신당한다. 그렇게 되내이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지만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알다시피 나는 친족도, 직위도, 부와 명예도 모두 버렸으니까. 네 앞에 있는 건 단지 제노스라는 인간 한 명일 뿐이다⋯⋯."
 "⋯⋯."
 "⋯ 허면 나는 너한테 무엇을 줄 수 있나. ⋯⋯ 알라미고에서 벌인 결전에서 나는 무엇에 환희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네가 비할 데 없는 강적이었다는 사실. 마지막 숨까지도 쥐어짜는 극한의 싸움을 할 수 있었던 것. 다시 말해⋯⋯ 자신의 생명을 불태우는 일이다."

 헛웃음이 나온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한테 지나칠 정도로 솔직했다.

 "그것이 나의 기쁨이자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희열일 테지."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제노스의 말을 에르킨이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발이라도 잘못 딛으면 목숨을 잃어버릴 공간에서 에르킨이 느끼는 감정은 기쁨이었다.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한계까지 생명을 쥐어짜내야 할 전투를 겪는다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할 것이다. 에르킨은 그걸 알았다.

 "에르킨. 네 눈 앞의 사내를 보아라. 여기에 제국의 황태자는 없다. 에오르제아의 침략자도 아니며, 아이테리스에 가해지던 위협은 없어진지 오래다.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
 "이 곳에 타인이란 없다. 오로지 너와 나, 둘 뿐이다."

 에르킨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하여 나는 요구한다, 나는 지금 여기서 너와 다시 한번 싸우고 싶다. 응할 마음이 없다면 그대로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도 좋다. 그것 또한 너의 선택이겠지⋯⋯."

 멍하니 제노스를 바라보던 에르킨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간다. 누구한테도 보여준 적 없던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드러난다.

 "⋯⋯ 정말로⋯ 진심으로⋯⋯."

 제노스 말고는 이런 표정은 도저히 남한테 보여줄 수 없겠지. 그 사실이 퍽 유쾌하다.

 "너따위 그냥 죽여버리고 싶다."

 허, 하는 웃음소리가 난다. 둘 중 누가 낸 소리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승부를 내자. 나와 너의 생명으로⋯⋯ 수없이 많은 하늘의 별들을 모두 불태우자꾸나!"

 신이 나 어찌할 줄 모르는 저 상판대기를 뭉개버리고 싶다. 욕망의 실현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에르킨이 도끼를 힘껏 던졌고 제노스는 낫으로 도끼를 쳐냈다. 부메랑처럼 날아온 도끼를 낚아채 그대로 원심력에 올라타 도끼를 휘두른다. 제노스의 목을 날려버리려 했다. 당연히, 제노스는 순순히 목을 내어주지 않았다. 낫과 도끼가 마찰하며 불꽃을 튀긴다.

 기합과 함께 낫을 쳐낸다. 몇 걸음을 물러난 제노스가 팔을 들어올리는 게 보였다. 에르킨의 눈동자가 낫의 각도를 빠르게 훑는다, 곧 전방으로 연속 공격이 크게 올 것이다. 스탭을 옆으로 빼내 미리 읽은 공격을 피한다.

 "약해빠졌어, 제노스!"

 목을 긁는 목소리로 외쳤다.

 "네 패턴 존나 쉬워! 자면서도 피하겠다!"
 "후, 나도 즐겁구나! 벗이여!"

 비어있는 옆구리를 노려 휘둘러진 도끼를 자리에서 뛰어오르는 것으로 피해버린다. 도끼날 위에 발을 딛고, 에르킨의 등 뒤에서 낫을 찍어내린다. 견갑골에 깊은 상처가 났음에도 에르킨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제노스가 올라탄 도끼를 그대로 바닥에 메친다. 이 곳이 평범한 지형이었다면 분명 지면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을 위력이었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지면에 메다꽂힌 제노스의 시야가 크게 휘청인다. 그래도 아직, 싸울 수 있다.

 "한참 부족하다⋯⋯!"

 몇 합이 더 지나간다. 철가루가 휘날리고 피가 튀었으며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그래도 아무도 멈추지 않았다.

 "아직 더 할 수 있어⋯⋯!"

 에르킨이 살아있다. 제노스가 살아있다. 그것만으로 두 사람이 싸워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거리를 벌리려 하던 제노스의 손을 노리고 도끼를 던졌다. 도끼날은 손목을 깊게 베며 지나가 낫을 놓치게끔 했다. 당황할 틈이 없다, 제노스는 손에 잡히는 아무 무기나 들어 에르킨한테 휘둘렀다. 에르킨 또한 가까이에 있는 아무 거나 주워들었다. 낫 손잡이에 아직 남은 열기가 상당히 불쾌하다고 에르킨은 생각했다.

 제노스를 밀쳐내고 에르킨이 낫을 크게 휘두른다. 도끼술사의 방어가 쉽게 약해지는 지점을 에르킨은 잘 알았다. 헌데 신기하게도 제노스는 도끼를 든 초보가 공격을 쉽게 허용하는 허벅지를 방어하는 데에 성공했다. 심지어는 중간에 방향을 틀어 에르킨의 팔뚝을 도끼로 찍으려까지 하는 게 아닌가. 그걸 본 에르킨의 짜증이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저 도끼를 능숙하게 다루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었는데!

 "죽어!!"

 제노스의 복부에 낫이 깊게 박혔다. 토혈을 하며 제노스가 뒷걸음질을 치고, 에르킨은 바닥에 떨어진 도끼를 주워든다. 추가타를 넣기 위해 도끼를 들어올리자 제노스가 웃음을 터뜨린다.

 "흐하하하⋯! 그래, 이런 게 바로 싸움이지!"

 자기 복부에 박힌 낫을 거세게 뽑아낸다. 그러자 검붉은 에테르가 폭풍처럼 제노스를 세차게 감쌌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사나운 흐름에 에르킨은 팔뚝으로 눈가를 보호하며 어떻게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애썼다.
 찰나, 제노스가 검은 장막을 뚫고 달려드는 걸 보았다.

 후두둑. 살덩이와 뼛조각이 우수수 떨어진다. 에르킨의 세상 반쪽이 순식간에 소리를 잃었다. 노이즈가 뇌 속을 어지럽히고 유일하게 뚜렷한 것이 허벅지를 적시는 핏물의 뜨끈함밖에 없었다. 아프다. 떨어져나간 뿔의 단면이 불타는 것 같다.

 "이런, 고작 이 정도로 뻗어버렸나⋯⋯?"

 당장이라도 달려들 준비를 하며 제노스가 에르킨을 도발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눈을 굴려 살펴보니 제노스는 자신의 몸에 요마를 빙의시켜둔 상태였다. 그래서 이렇게 순식간에 스피드며 위력이 급작스레 증가한 거였다.

 뻗어버렸냐고?
 싸우지 못 하겠냐고?

 "개소리 하고 있네⋯ 야, 나 안 죽었다."

 전투의 짜릿함이 에르킨을 계속 서있게 했다. 서슬퍼렇게 빛나는 에르킨의 두 눈이 아직 투지를 불태운다.

 "두 팔 멀쩡히 잘 달려있으니까 덤벼."
 "후후, 그렇지⋯⋯! 이대로 끝나기엔 이르잖아, 벗이여!"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내달렸다. 날과 날, 에테르와 에테르가 맞부딪쳐 경쾌한 마찰음을 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 한 경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아, 정말로.
 지금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마음 깊이 바랐다⋯⋯.

하... 씁... 이거 진짜 한참 뒤에 쓰려고 했는데... 효월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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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스의 확인사살을 해야 했다. 영웅의 이름을 등에 업은 자의 의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리베리우스는 ─ 에르킨은 움직일 수 없었다. 혹사당한 몸은 비명을 질러댔고 에테르는 바닥이 나는 걸 넘어서 신체를 구성하는 에테르조차 쥐어짜내진지 오래였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겨우 들어올린 고개는 부러진 뿔의 방향으로 자꾸만 기울어져 바닥에 처박힌다.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워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이제는 포기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제는 멈춰야 할 때일 수도 있었다.

 제노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 이 세계에 태어나, 이름을 얻고, 살아오며......"

 시끄러워. 하나도 안 들려. 리베리우스는 그를 비웃어주고 싶었지만 얼굴 근육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걸어오며......"

 소리를 들어야 할 뿔을 부러뜨린 게 네놈이지 않느냐. 반병신을 만들어 놓은 게 자신이면서 대화를 청하려 하느냐.
 대꾸를 하기보단 억지로나마 몸을 끌고가는 것을 택했다. 저 놈이랑 대화다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린지 오래였다. 왼팔은 움직여지지 않으니 오른팔로만 바닥을 쓴다. 굼벵이만도 못 한 속도로, 제노스를 향해 기어간다.

 "무엇을 생각했지......."

 전투 도끼가 이렇게까지 무거웠었나? 안간힘을 다 써야 겨우 조금 끌고 올 수 있을 따름이다. 손가락 끝에 제노스의 몸이 닿는 것 같자 리베리우스는 도끼자루를 지지대 삼아 상체를 일으켰다. 숨을 몰아쉬는 입에서는 침이, 뒷목과 관자놀이에서는 폭포수같은 땀이 흘렀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올리자 부연 시야 너머로 제노스가 보인다. 허공을 좇던 것 같던 제노스의 눈동자는 얼마 안 가 리베리우스와 시선을 맞춘다. 그 눈동자 또한 생기가 없다. 모든 것을 불사른 뒤의 적막이 그 곳에 있었다.

 리베리우스는 그것이......

 "...... 충분히 즐거웠나......?"

 ......
 리베리우스가 무너졌다. 더이상 버틸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풀썩 소리와 함께 엎어지자 풀린 눈으로 제노스의 턱을 바로 코앞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 나는...... ......"

 제노스의 숨이 꺼져간다. 마지막으로 내뱉는 숨을 리베리우스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느껴지는 감정이 옳은지 모르겠다.

 "......"

 하지만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 곳, 세상의 끝에는 오로지 너와 나 둘 뿐이니까.

 "계속, 널 죽이고 싶다고 생각했어."

 리베리우스가 자조했다. 말을 듣지 못 할 상대에게 말을 거는 건 서로 똑같구나.

 "타협의 의지가 없는, 세계의 위험 요소는 제거하는 게 맞으니까... 그게 옳으니까. ... 그 이전에... 네가 미웠으니까, 너를 증오했으니까......"

 눈이 감긴다.

 "............ 그런데 지금은 널 살리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

 눈을 감는다.

 "끝까지 내 말을 전혀 안 들은 개같은 자식........."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전투를 했다. 더없이 시원하고 행복했다.......

신호음을 들었다. 효월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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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봐── 나──'
 '어서── 를──'
 '── 줘── 제발──'
 '좀── 줘요──'
 '제발──'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감각은 청각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가 생각을 할 수 있다니? 그야 물론 생을 마쳐 별의 바다로 돌아간 영혼이라 할지라도 사고 활동을 계속 이어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은 모성을 벗어나 사망했으니 별의 바다로 가지 못 하리라 예상했건만. 행성 하이델린에서 태어난 생명은 그 어디에서 죽더라도 하이델린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가? 이 예측이 사실이라면 세기의 발견이 될 거다.

 그렇지 않다면......

 '그게 마지막이라니 절대 용서 못 해......! 일어나란 말이야......!'

 귀애하는 어린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아이의 분노는 두려울 정도로 매섭다, 어서 화를 풀어줘야 하는데......

 머리를 쓰다듬어줄 요량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손가락에 뜨거운 피가 돌기 시작했다. 눈을 맞춰 웃어줄 요량으로 눈을 떴다. 그러자 눈이 아플 정도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다. 무어라 말을 하고자 하니 숨이 터져 나왔고, 그제야 나를 둘러싼 동료와 소음과 에테르가 흐르는 감각을 전부 지각할 수 있었다.

 나는, 그래, 동료들한테 돌아왔다.

 "자네, 정신이 드나......?!"

 둥실둥실, 영혼이 떠다니는 듯한 기분이다. 멍한 정신으로 시선을 내리니 늘 그렇듯 자랑스러운 쌍둥이의 모습이 양쪽으로 보인다. 연상인 알피노는 내 몸에 치유마법을 걸고 있고, 동생인 알리제는... 울고 있는 건가? 정수리밖에 보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다. 전투 뒤에 수분 손실이 많이 발생하면 회복이 더뎌질 텐데 걱정이다.

 눈동자를 바삐 굴리느라 알피노의 질문에 뒤늦게 반응해 버렸다. 대답다운 대답은 하지 못 하고 입꼬리를 올리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다행히 알피노한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모양이다.

 "아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저 아이가 기쁘다면 나도 기쁘다. 나는 습관적으로 그한테 웃어주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머리는 바쁘게 돌아갔다. 그러니까, 적어도 지금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으로. 내가 누워있는 이 공간은 눈에 익은 곳으로 우주선 라그나로크의 내부일 것이다. 일곱의 동료 모두가 선내에 있으니... 내가 전투 중 작동시켰던 비상 탈출 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모양이고. 진심으로 한시름 덜었다.

 그리고 동료들을 전송시켰던 그 공간에 내가 있다는 건. 그러니까, 다시 말 해.

 "............ 저 지금 살아 있는 건가요...?"

 답을 바라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실하게도 내 질문에 답을 해주는 동료가 있었다.

 "그래, 제대로 살아있어......!"

 붉은 눈이 특징적이던 그라하는 그 눈가에 눈물방울을 그렁그렁 매달고 있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말은 대답이기도 했지만 스스로한테 되새기는 말같기도 했다. 울음이 벅차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살아있나요......"

 영락없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 살고싶었나 봐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습관적으로, 좋은 인상을 위해, 사회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웃음이 아니었다. 이들과 함께 할 때면 충족된 마음이 저절로 자아내는 미소가 있었고, 지금 터져나오는 환희는 그것들의 정수만을 모으고 또 압축시켜 가장 순수한 부분만을 남겨놓은 것만 같다.

 소리를 낼 때마다 폐가 터질 듯이 아팠지만 멈추지 못 했다. 내 웃음 소리는 피 섞인 기침과 함께였고 온몸을 수놓은 고통이 그 뒤를 따랐다. 머리맡에서 치유사 동료가 내 어깨를 지그시 누른다.

 "아직 상처가 깊습니다. 움직이시면 아물지 못 한 부상이 벌어집니다......"
 "우리의 간담을 더 서늘하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가만히 있어줘요. 심장이 떨어질 듯한 경험, 이젠 더 하고싶지 않네요."

 마도사 동료의 책망하는 듯한 어투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그들이 불가능한 부탁을 한다고 생각했다. 실없는 미소와 함께 입을 연다.

 "...... 죽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어요."

 몇몇이 몸을 굳히는 게 보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너희라면 알 거예요, 내가 얼마나 싸움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싸움에 목말랐는지......"
 "너는 지금 상황에서도 그런 말을...!"
 "싸움터 속에서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어요...... 아아... 이번 전투는 정말로 완벽했어요...... 이대로 죽어버려도... 후회는 없을 거라고...... 그럴 것 같았는데......"
 "리베리우스! 당신 그렇게 말 할 거야?!"
 "... 그런데 나는 살아남았네요."

 제노스는 이 곳에 오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 숨을 내뱉던 모습을 기억한다.

 "너희들과 살아가고 싶었나봐요......"

 그리고 그것이 자신과 제노스의 유일한 차이일 것이다. 같이 걸을 수 있으며 함께 미래를 그리고 싶은 사람이 곁에 있는지가, 죽어버린 제노스가 채우지 못 했던 결핍이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보다 더... 훨씬 더... 너희를 좋아했던 것 같아......"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자신을 살렸을 것이다. 이 세상은 사람의 마음에 대답해주는 상냥한 세상이니까.

 이야말로 세기의 대발견이다. 천지가 개벽한다 해도 이보다 놀라지는 못 하며 이만큼 행복하지도 못 하리라. 이제라도 알았으니 괜찮다. 이것만 있어도 나는 괜찮다......

 "... 이봐, 정신 차려! 잠들면 안 돼!"
 "당신 진짜... 그 말만 남기고 떠나기만 해봐...!"

 긴장이 풀렸기 때문일까, 고양감과 함께 다시 한 번 의식이 꺼져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내가 다시 여기로 돌아오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다음에 일어나면 동료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줘야지.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수마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6.2. Side: 초차원 오픈 카톡방


이히히 장기광기 얻었다 효월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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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빛의 전사와 직통으로 연결된 링크셸에서 알림음이 울렸다. 그라하 티아 ─ 리베리우스의 동료 중 한 명이 귀를 쫑긋 세웠다. 서류들로 어지러운 책상 위 한 켠에 고이 모셔두었던 링크셸을 귀에 가져다 대어 꾹 누른다. 일거리에 전념하던 신경은 온전히 리베리우스 쪽으로 넘어간지 오래였다.

 "리베리우스? 네가 먼저 연락을 하다니 별일이네. 무슨 일이야?"
 '오랜만이에요 라하. 잘 지냈어요? 일은 잘 돼가고요?'
 "이 쪽이야 늘 똑같지. 그래도 위원회 쪽은 잘 진행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곧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 같거든."
 '미안하네요. 원래라면 저도 같이 일손을 보탰어야 하는 건데.'
 "신경 쓰지 말래도! 세상을 구한 영웅한테 무리를 시킬 수는 없잖아."

 고양이를 닮은 그라하의 꼬리는 하늘을 향해 바짝 치켜올려진 상태였다. 말 그대로 그라하가 죽고 못 사는 상대다, 목소리를 들었으니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다만, 소식을 들었다는 기쁨만큼이나 그라하는 리베리우스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용건이 있어서 연락한 거지? 내가 도울 일이 있어?"
 "......"

 링크셸 너머에서는 침묵만이 넘어왔다. 리베리우스는 관계를 대하는 법이 꽤 건조한 편이라 목적 없는 안부 편지는 결코 돌리지 않았다. 하물며 링크셸 통신이라니? 임무 외에는 링크셸을 건드리지도 않는 인간이 리베리우스인데. 그라하는 리베리우스한테 무슨 일이 있음을 확신했다.

 침묵에서는 무언가를 저어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라하가 꼬리를 두 번 살랑일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리베리우스가 조심히 말을 꺼냈다.

 "라하. 혹시 반나절 정도 시간을 내줄 수 있나요? 물론 바쁜..."
 "당연하지!"
 "...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수락하시네요. 안 바쁘세요?"
 "네가 먼저 무언가를 부탁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더라도 당연히 가줘야지. 그리고 반나절 정도면 충분히 시간을 낼 수 있어, 괜찮아!"

 그라하의 머릿속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갔다. 예산안 편성부터 시작해서 보고서 작성, 의회 방문, 자료 정리 등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나... 미래의 자신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다. 아무렴 세상을 재해로부터 구해내는 일보다 어렵지는 않을 거다. 그라하가 자기 혼자 머리를 끄덕였다.

 링크셸을 귓바퀴에 끼운 채로 책상 위 서류를 긁어 모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금 바로 가면 될까? 어디로 가면 돼?"

 대답은 약간의 틈을 두고 이루어졌다.

 "그리다니아의 제 집으로 와주세요. 주소를 말씀드린 적이 있던가요?"
 "저번에 요양을 위해 집을 새로 얻었다고 했던 적이 있어. 그 쪽으로 갈게. 필요한 건?"
 "... 다른 사람들한테는 제가 라하를 부른 걸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라하의 손이 멈칫했다.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라하는 그런 마음을 눈을 한 번 감았다 뜨는 것으로 흘려보냈다.

 "알았어. 금방 갈게."
 "텔레포 값은 제가 드릴 테니까 에테라이트 편하게 타고 오셔도 됩니다."
 "그... 래주면 고맙지!"

 거절하기에는 그라하가 돈이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고속 함선의 뱃삯을 마련할 여윳돈이 없기에 그라하는 에테라이트를 이용하기로 했다. 장소를 이동할 때마다 으레 찾아오는 멀미가 느껴졌고, 울렁이던 시야가 정돈되자 울창한 숲 속에 조성된 도시의 정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장막숲의 도시국가, 그리다니아가 그라하와 큰 연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리베리우스는 다른 나라들보다 이 곳을 더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라하는 그 이유가 조용함에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람의 목소리보다 산새 소리가 더 가까운 것이 리베리우스는 기꺼웠으리라.

 리베리우스의 자택은 모험가 거주구 안에서도 외진 구역에 위치했다. 모노톤의 작은 석조 건물은 나무 투성이인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기묘하게 조화를 유지했다. 주위 토지는 매입이 되지 않았거나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자신의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리베리우스가 더욱 눈에 띄었다. 종종걸음으로 향해오는 그라하를 멀리서부터 반기며 웃는 게 보인다.

 리베리우스가 멀쩡히 걸을 수 있다는 게 새삼스레 벅차도록 기쁘다. 한껏 미소를 지으며 리베리우스한테 손을 흔들었다.

 "많이 기다렸어?"
 "전혀요. 예상보다 빨리 오셔서 놀란 참입니다."
 "네가 나를 불러줬는데 설레서 가만있을 수가 있어야지. 이제 무얼 하면 될까?"
 "잠시......"

 평온히 대화를 하던 리베리우스가 갑작스레 눈살을 찌푸렸다. 뿔이 부러진 방향으로 몸을 돌려 자택 방향을 살피는데, 무언가를 찾으면서 경계하는 듯한 눈치였다. 그라하 또한 청력이 뛰어난 미코테족이었으나 별다른 낌새를 느끼지는 못 했다. 하지만 '그 리베리우스'다, 그라하가 눈치채지 못 한 징조를 잡아낸 것일 수 있다. 그라하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 뭔가 있어?"

 한 박자 늦게 리베리우스가 그라하를 돌아보았다. 그의 목소리 또한 조곤조곤하다.

 "... 그걸 알아내는 걸 도와주셨으면 해요. 라하, 제 집에 침입자가 있는지 찾아봐주시겠어요?"
 "침입자라고...?!"
 "제 힘이 닿는 선에서 살펴봤습니다만 존재한다는 단서를 얻지는 못 했습니다. 세세하게 파볼 필요는 없고, 가볍게 탐지 마법 몇 번만 사용해주세요."

 그라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주술봉을 꺼내들었다. 푸른 보석 장식으로부터 에테르를 얕고 넓게 퍼트려 탐색망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를 찾는다. 모험가이면서 장인이기까지 한 리베리우스이니만큼 딱 봐도 에테르 조형이 예사스럽지 않은 물품이 집안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만, 생물로 보이는 건 딱히 없다. 기껏해봐야 주방일 것 같은 방의 공중에 생선 대여섯 마리가 매달려 있는 정도다.

 "... 여기서는 발견되는 게 없어.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얼마든지요."

 영웅의 집에 초대받았다는 행복은 상황과 맞지 않기에 잠시 내려두었다. 나무바닥에 부츠 자국을 남기며 들어온 그라하는 먼저 1층의 생활 공간에서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지하의 작업 공간에서도 마법을 펼쳤다.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 집안에 있는 건 그라하와 리베리우스, 단 둘 뿐이다.

 이 결론을 리베리우스한테 전하자 그는 여상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다는 듯한 태도다.

 "어쩌면 여기에 마법 물품들이 많아서 방해가 되는 걸지도 몰라. 다른 곳으로 옮긴 뒤에 다시 한번 해볼까? 아니면 야슈톨라를 데려오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
 "아뇨... 그럴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슈톨라는 무서우니까 말씀드리기 싫고요."
 "너 말야......"

 농담투로 한 말을 장난스럽게 타박한다. 리베리우스가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라하가 역할을 마친 주술봉을 원 위치로 되돌리는 사이 작업실 의자에 다리를 꼬며 앉은 리베리우스는 한 손으로 머리를 괴었다. 검지가 관자놀이를 일정한 박으로 두드린다.

 "슈톨라의 능력이 탐지 관련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그를 부를 정도로 심각한 일은 아닌 데다가... 슈톨라한테 이번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
 "왜 알리고 싶지 않다는 거야?"
 "......"
 "...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는 건 알지만, 리베리우스. 문제가 생겼다면 동료한테 알릴 필요성이 있어. 혼자라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모두가 함께라면 돌파할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잖아."

 리베리우스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그의 눈동자는 늘상 푸르게 빛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눈빛이 어둡다.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 리베리우스가 말을 고른다.

 "... 슈톨라가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시죠."
 "응."
 "그리고 연구의 일환으로 세계 간 통신의 성공을 제게 의뢰한 것도 알고 계시고요?"
 "그래... 제1세계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 하더라도 링크셸같은 방법을 사용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는 게 목표라고 들었어. 현재는 알라그 단말기를 응용한 방안을 탐색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와 관련해서 문제가 조금 생겼어요."

 깍지낀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사실, 차원 간 소통은 이미 성공했습니다."
 "뭐라고?!" 그라하의 꼬리가 부풀었다.
 "다만 기존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졌어요." 검지를 입술 위에 세우며 말을 이었다. "제1세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고, 그보다 더 먼 차원... 우리가 사는 원초세계나 여타 6개의 세계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차원하고만 소통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당신한테 알리지 않고 있었고요."
 "아니... 잠깐, 방금 아주 중요한 정보가 너무 많이 지나갔는데?! 14개로 쪼개졌던 세계들 말고도 더 많은 독립적인 차원이 존재한다고? 그곳들과 통신도 할 수 있고?!"
 "그렇습니다. 직접 다녀와본 적도 있어요."

 "역시 너는 대단해...!" 그라하의 두 붉은 눈이 학구열과 동경심으로 가득히 빛났다. 제1세계에 있는 사람들과 아직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 맞다. 하지만 진척이 있다는 것만으로 희망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며, 수많은 미지가 무한히 펼쳐졌다는 사실까지 알았지 않은가. 리베리우스의 염려와는 달리 그라하는 뛸듯이 기뻐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발견인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다른 세계에서 겪은 모험담을 말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하지만 곧이어 귀끝이 스르르 내려갔다. 리베리우스가 "문제"가 생겼다고 한 말을 상기했다.

 "그리고 그 통신을 하다가 문제가 생긴 거지?"
 "......"

 리베리우스의 눈이 허공을 부유한다.

 "... 그저께였을 거예요. 평소처럼 낚시를 하러 가던 길에 다른 차원으로 갑작스레 소환을 당했습니다. 교류를 지속하던 타 차원 거주민 몇 명과 함께 소환되었고, 저희는 생소한 건축 양식과 처음 접하는 가구들이 있는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그라하가 표정을 굳혔다.

 "제 추측으로는 공간 자체에 사람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지속적으로 기억을 잃었으며, 귀환한 뒤에도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큰일이잖아!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어? '새벽'의 동료들은 다 기억하고?"
 "아뇨, 기억은 전부 멀쩡합니다. 장담할 수 있어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만 이제......"

 잠깐 말을 멈추었다. 자기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어색해서 나오는 머뭇거림이다.

 "... 제노스의 목소리가 들려요."

 ......
 그라하는 제노스가 리베리우스한테 얼마나 큰 위치를 차지하는지 알고 있다. 알라미고 왕궁 공중정원의 결전을 서술한 영웅전을 독파한 횟수는 수십이요,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연구된 논문도 수백이었으며, 무엇보다 제노스의 목숨을 리베리우스 자신이 끊었음을 그한테서 직접 들었었다. 그 때 리베리우스가 지었던 표정을 그라하는 영영 잊지 못 할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또한...

 그렇기에 그라하는 쉽게 입을 열지 못 했다.

 "하하, 그렇게 심각해지지 말아요. 라하가 이 곳에는 우리 둘밖에 없다는 걸 방금 전 확인해줬잖아요. 제노스가 살아 돌아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내가 걱정하는 건 그런 게 아니...! ..."

 이마를 짚고 한숨을 쉬는 사이 리베리우스가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그래서 슈톨라한테는 알리고 싶지 않네요. 본인이 맡긴 의뢰가 도화선이 되어 이런 일이 생겼다는 걸 알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예요."
 "그래, 상황은 알겠어. 그래도 역시 야슈톨라한테 가봐야 한다고는 봐. 네 몸이나 영혼에 이상이 생겼다면 나 혼자서는 완벽히 알아낼 수 없어. 그한테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이야."
 "......."

 리베리우스가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라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그라하의 붉은 머리털이 삐쭉 선다.

 "......."
 "......."
 "............ 너 설마...!"
 "반드시 나아야만 할까요?"

 그게 지금 치유사가 할 말이야!
 그라하가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행동이 매력인 사람이긴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고집을 부릴 땐 골치가 아프다. 바짝 선 귀를 리베리우스한테 향한 채 목청을 높인다.

 "지금 너한테 어떤 저주가 걸렸는지도 모르잖아! 환청으로만 끝나서 다행이지, 아니, 환청도 충분히 심각한 증상이야! 사람의 신경을 계속해서 갉아먹는다고!"
 "36시간 정도 지켜봤는데 다른 증상은 없었는걸요? 참을 만해요."
 "너... 설마해서 묻는 건데 에스나(#상태이상 해제 마법)는 걸어봤지?"
 "안 썼는데요."
 "에스나!!"

 그라하의 다급함을 그대로 실은 에테르가 리베리우스한테 불어 닥쳤다. 그래도 여전히 환청은 남아 있었으며, 이를 전하는 리베리우스의 낯은 태평하기 짝이 없었다. 속이 바짝 타는 건 그라하뿐인 듯 싶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가끔 깜짝 놀라는 것만 빼면 불편한 점도 없는걸요."
 "보통은 그걸 불편한 점이라고 해..."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노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게 기쁘거든요. 마치 제노스와 함께 있는 것 같아서."

 말단이 살랑이는 리베리우스의 꼬리는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했다.

 "오늘 낮에는 그 때 못 갔던 낚시를 마저 다녀왔거든요. 거기서도 제노스의 목소리가 마치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들려오는데... 아아, 제노스와 함께 여행을 할 수 있었다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
 "... 결국 저는 제노스를 개심시키지도 못 했고 죗값을 치루게 하지도 못 했지만, 그래도 만약 제 희망이 이루어졌다면... 제노스가 죄를 모두 갚을 수 있었다면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었어요.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하듯이요. 비록 환각일 뿐일지라도 그 꿈을 이룬 것 같아서... 저는 정말... 행복했어요."

 그 말을 하는 리베리우스의 표정이 정말 평온해보여서, 그라하는 폐에서 토해지는 한숨을 도저히 언어로 바꿀 수 없었다. 잃어버린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라하가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거짓임을 알면서도 떠나보내기 힘든 심정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 하지만 그게 내가 널 이대로 놔둬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 해."
 "........................ 알아요."

 그라하가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에 씁쓸한 심경을 담아 대답했다.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는 제압까
지 하게 되더라도 약을 먹여야만 한다. 되도 않는 억지를 부린다면 언젠가는 무참히 꺾일 뿐임을 리베리우스 또한 알고 있다.  리베리우스는 두 눈을 꾹 감았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후회는 묻어둬야만 한다.

 "... 다만 며칠의 유예를 주실 수 있을까요. 그 사이에 증세가 악화된다면 바로 말씀드릴 테니까요."
 "솔직한 마음으론 그것도 영 불안한걸.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고. ... 하지만 네가 잘 대처할 거라고 믿어. 사흘 뒤에 야슈톨라를 데려올게, 그러면 되겠어?"
 "네. 그 정도로 충분합니다. 그 전에 다 낫는다면 미리 말씀드릴게요. 역시 야슈톨라한테 말하기는 좀 무섭고..."
 "혼나는 게 무서우면 차라리 일찍 말하는 게 낫지 않아?"
 "매는 일찍 맞기보다 최대한 뒤로 미루는 스타일이에요."

 무겁게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일순 가벼워진다. 그라하가 어깨에 힘을 풀었고 리베리우스는 입꼬리를 다시 위로 올렸다. 그라하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니 여기서 한 말이 새어나갈 일은 없을 거다. 그 생각에 리베리우스의 마음이 한층 가뿐하다.

 그라하가 문득 물었다.

 "이건 참고 삼아 묻는 건데, 환청은 주로 어떤 내용이야?"
 "음..."

 눈동자를 옆으로 슬슬 굴린다. 어떤 내용이느냐고. 리베리우스는 부러 다른 곳으로 옮기려 노력하던 신경을 뿔 쪽으로 돌렸다. 제노스의 목소리가 더 또렷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벗이여, 밉지 않나?'

 부러진 뿔의 단면에서 바로 타고 오르는 듯한 소리.

 '저 놈도 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모두를 속였지 않았나. 그 기만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었을 텐데? 그러면서 네가 널 위해 거짓말 좀 해보겠단 말에 저렇게까지 반대를 하다니... 모순적이군.'
 '나라면 목을 베었을 거다. 그보다는... 기만을 깨달았을 때, 어쩌면 그 이전, 이미 죽여뒀을지도 모르지. 너도 그렇게 느꼈었지 않나? 네 것을 건드는 자에게 맹염과도 같은 분노를 느끼지 않았었느냔 말이다.'
 '순수한 감정을 그저 참기만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나의 벗이여...... 칼을 들어라. 네 자신에게 솔직해져.'

 그 말을 가만히 들으며 리베리우스는 미소지었다. 어금니가 보일 정도로 입가를 찢으니 비웃는지 행복한지 모를 표정이 되었다.

 "그냥, 제노스다우면서 제노스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하고 있네요."

 그라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암흑기사 독백이에용 황금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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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암흑기사는 타인을 지키기 위해 대검을 든 기사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적을 죽여 없애는 것이 그들의 목표이자 사명이다. 암흑기사가 누군가를 지키고자 할수록 그들은 극의에 오르며, 극의에 오른 힘을 휘둘러 지키고 싶은 자를 지킨다.

 그렇다면 타인을 지키는 암흑기사는 누가 지켜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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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왕녀의 호의로 마련된 툴라이욜라의 여관방은 지금껏 거쳤던 그 어느 숙소보다도 훨씬 넓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인테리어와 더불에 바다에 발을 담글 수 있는 테라스까지 있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밤을 함께 지낼 동료가 없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곳에 갑작스레 피향기가 몰아닥친다. 온몸에 피칠갑을 한 리베리우스가 허공에서 우당탕 굴러 떨어진다. 나무바닥에 피웅덩이를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입에서 끊임없이 검은 피를 죽죽 뱉어낸다. 자존심을 지키느라 차마 토해내지 못 했던 상처가 홀로 남은 지금 와서야 밖으로 뛰쳐나온다.

 놀랄 일은 아니다. 리베리우스는 이렇게 될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신체를 사망 상태로 접어들게 해 그저 움직일 수 있기만 한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술을 쓰고 온 참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공격이었다, 아니, 그랬나? 그 수밖에 없었다고 완전히 확신하진 못 하겠다. 여러가지로 정신이 몰렸던 차라 판단이 성급했을 수 있다.

 그런 덕분에 지금 이렇게 손가락 하나 꼼짝하지 못 하는 상황이다. 다만 한 가지 예상치 못 했던 점은, 그의 의식이 아직 온전히 돌아오지 못 하고 있단 것이다.

 리베리우스는 암흑기사가 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 프레이.

 이제는 죽고 없는 사람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본다. 리베리우스의 어두운 감정에 붙인 이름이다.

 리베리우스가 암흑기사가 된 것은 우연한 사고에 의해서였다. 눈보라가 몰아치던 빈민가 거리, 리베리우스는 계단참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도와주기 위해 손을 뻗었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사체에 남아있던 사념은 생존 의지가 남아 에테르를 갈구했고, 리베리우스한테서 에테르를 빼앗아간 시체가 생전에 어두운 감정을 무기로 바꿔 싸우던 시체였던 탓에 그의 부정적 감정 또한 딸려나갔다. 그렇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프레이'였다.

 리베리우스의 몸을 붙잡고 놓치 않는 의식은 '영웅이 되지 못 하는 리베리우스'였다.

 - 프레이. 이제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부탁합니다.

 그리고 영웅이고자 하는 리베리우스가 그의 앞에서 애타게 무릎을 꿇는다. 실제로 하지는 못 하니 심정이 그랬다는 얘기다.

 - 많이 화나셨을 거 알아요. 그래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요. 뒷수습도 해야 하고 내일을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
 "......"
 - ... 그것들을 프레이한테 맡기면 내가 너무 미안할 거예요. 양보해 주시겠어요?

 프레이는 리베리우스의 말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당연하다. 시체는 눈을 깜박일 수 없다.

 - 프레이.
 "......"

 고집스레 주도권을 꽉 쥔다. 놓아줄 생각이 없다.

 "무서웠습니다."
 - 무서웠다고요?
 "그 자가 만드는 공간 자체가 주는 불쾌감과 더불어 상황이 주는 불안감, 무엇보다 당신이 죽을까봐 그것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 ... 부정하진 않을게요.
 "이번엔 대체 왜 싸우러 갔던 겁니까?"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제대로 즐기지도 않을 거면서."

 그 말은 사실이다. 데이브와 펼쳤던 두 번째 전투는 목적이 뚜렷했으며 리베리우스가 원하지도 않은 싸움이었다. 호감 가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호감 가는 사람을 막고자 했던 상황이다. 아무리 전투를 즐기는 리베리우스라 한들 생각 없이 쾌감을 즐기고만 있지는 못 했다.

 그저 버틸 생각 뿐이 없었다. 상대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아이의 용건이 끝날 때까지, 역할을 다 하고자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

 - ... 네가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곤 예상했어요.
 "그렇다면 정말 멍청한 선택을 했습니다. 알면서도 그런 짓을 합니까? 네 진심 하나 제대로 못 내보이는 사람들한테 굳이?
 - 이미 많이 솔직한 마음을 터놓았었다고 봐요.
 "네 스스로 그만두었고."
 - ......
 "분노와 슬픔과 공포를 모두 나한테 맡긴 채 밝은 모습만 그들 앞에서 보이기로 결정했었지. 아닙니까?"

 프레이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눈 앞에 없는 상대를 비웃는 꼴이다.

 "이제야 진정으로 나를 받아들여줬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꼴이라니. 너는 나를 배신했어."
 - 그러려고 한 게 아니에요.
 "눈만 돌리면 바로 영영 헤어져버릴 사람들한테까지 자비를 베풀고."
 - 나는 그냥......
 "대단한 영웅 납셨군 그래?"
 - ... 힘들고 싶지 않아서......
 "그 연민의 반만이라도 나한테 쏟았으면 이렇게까지 안 했어!"

 두 사람의 주장이 겹쳐진다. 장황한 방백이다.

 "찢어버리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어. 내 말을 안 듣는 놈들따위 전부 없애버리고 편해지고 싶어, 쉽게 버릴 수 있는 놈들을 위해 다치고 싶지 않아, 아프기 싫어, 영영 낫지 못 할까봐 무서워, 봐봐, 이젠 치유도 들지 않을 거야...!"
 - ......
 "... 그런 감정들은 전부 나한테 떠맡겨놓고 너 혼자만 편해지려 했다고?"
 - 프레이. 비켜.
 "그 꼬라지 이제는 더 못 봅니다."

 시체가 팔을 움직였다. 바닥을 짚고 일어나는 동작 하나하나를 할 때마다 반쯤 굳은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북쪽으로 갈까요. 가고 싶어 하셨지 않습니까."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휘청휘청 걸어간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갑시다......"

 프레이는 발코니로 향한다.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뛰어내리기만 한다면 바로 바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짐이고 뭐고 없이, 채팅할 때 사용하는 알라그 단말도 버린 채 떠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꼴을 용납하여 두고볼 리베리우스가 아니었다. 느리게나마 나아가던 발걸음이 뚝하고 멈춘다.

 "...... 이제 와서 막는 겁니까. 나와 한 약속을 어긴 당신이."

 프레이는, 리베리우스는 한참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내면에서 어떤 말이 오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로지 리베리우스만이 아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리베리우스는...
 벽에 머리를 찧는다. 그것도 기둥이 울릴 정도로 강한 힘으로. 쾅, 쾅, 커다란 소리가 나고 나무 벽이 우지끈하며 망가지는 게 보인다.

 진작에 많은 피를 흘렸던 리베리우스의 육체는 어렵지 않게 정신을 잃을 수 있었다. 벽에 이마를 댄 채 나무결을 따라 주르륵 내려와 바닥에 쓰러진다. 얼마 뒤 굉음을 듣고 달려온 일행한테 금방 발각당하게 될, 하루를 꼬박 넘는 숙면의 시작이었다.


6.3. Side: 리케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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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리우스는 눈을 떴다. 숙면을 취하다가 기상한 인간이라면 으레 해야 하는 행동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연스러운 일상을 살고 있었고, 당연함에 취해 있었으며, 익숙한 집 천장이 눈에 들어오길 기대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창문 없는 컴컴한 방이 눈에 들어왔을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잠기운에 취한 목소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가 머무르는 올드 샬레이안의 건축 양식은 이렇게 폐쇄적이지 않았고, 이만큼 어두침침하지도 않았다. 건물이 모두 밝아 눈이 아프면 아팠지. 당황한 리베리우스는 침대 옆 협탁을 찾아 손을 허우적거렸다. 있어야 하는 협탁은 당연히 존재하지 않았고, 그 위에 올려놨던 안경도 없었다.

 대신 그가 찾는 안경은 자기 스스로 리베리우스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지휘봉을 휘두르듯 빠르면서 유연한 동작으로 안착하는 검은테 안경. 리베리우스의 안배는 아니었다.

 "이걸 찾고 있니?"
 "아, ⋯ 감사합니다."

 한손으로 안경을 고쳐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눈 앞의 사물이 분간이 되었다. 검지를 휘두르는 것으로 손쉽게 안경을 찾아준 이 또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오랜만입니다. 반 년만에 뵙네요."

 태양을 닮은 눈동자로 샐쭉 웃는 여인.

 "아젬."

 한때 행성 아이테리스를 지배했던 종족이자 별의 번영을 위해 일생을 바쳤던 자들. 그들의 운명을 이끌어 미래와 영원을 꿈꾸었던 14인 위원회. 그 중에서도 별 위에서 살아 숨쉬는 생명을 돌보고 별의 곳곳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자. 그 생명이 다할 때까지 지상의 별들을 연결하려 했던 끝없는 순례자. 그는 누구인가?

 14번째 자리, 그 이름은 아젬이다.

 "만나고 싶었어! 나의 영웅아!"

 갈색 머리의 여인이 활짝 웃으며 외쳤다. 그 눈에는 존경하고 친애하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구부정하던 그의 허리가 보기 드물게 완전히 펴질 정도였으니.

 본인의 환생체를 대한다는 것만으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는 환희가 이곳에 있었다.

 "잘 지냈니? 아픈 곳은 없고?"
 "덕분에요."
 "너한테 안부를 전하고 싶어한 우리들이 많아."
 "우리⋯⋯ 아⋯. 그래서 저를 부르신 건가요?"

 목을 쭉 앞으로 내밀며 아젬이 키득키득 웃었다.

 "아니? 이건 우리가 저지른 일이 아니란다. 네가 죽고 못 사는 카톡방 사람 중 하나가 저지른 일 아니겠니?"
 "⋯⋯."

 리베리우스는 팔짱을 끼고 아젬을 내려보았다. 방어적인 자세로 나온다.

 "제가 그⋯ 채팅방⋯을 이용하는 걸 알고 계시는군요."
 "응."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분명 당신과 헤어진 뒤에 채팅방에 처음 접속했었습니다."
 "궁금해?"

 아젬이 고개를 기울였다. 약 45도의 기울기다. 기괴하게 보일 수 있는 자세임에도 리베리우스는 익숙하다는 듯 반응을 않는다.

 "지금 시점이면 말해도 되겠지?"

 허공 한 점을 응시하던 사백안을 리베리우스 쪽으로 도르륵 굴린다.

 "나는 미래를 읽을 수 있단다."
 "예. 들었습니다."
 "에테르의 흐름을 읽으면 에테르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있지. 기본 구성 성분을 안다면 세계 전체를 아는 것도 쉬워. 약간의 정보만 있으면 돼⋯⋯. 한 줌의 단서로, 나는 백 년 뒤 이 시간에 초원의 바람 방향을 보고, 천 년 뒤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들을 수 있어. 뭐어 물론 기간이 멀어질수록 정확성은 떨어진다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자세한 기제의 설명은 생략할게? 괜찮지?"
 "예. 편하신대로 하세요."

 아젬의 상체가 원래 기울어져 있던 것의 반대쪽으로 135도 기울어졌다.

 "그런 내가 반 년 전에 너를 만났잖니. 무엇을 봤겠니?"
 "⋯⋯ 그 때부터 제가 채팅방에 접속할 것을 아셨단 말씀입니까?"
 "그것 뿐이겠니!"

 웃음이 짙어졌다. 입꼬리는 찢어졌으나 사백안은 여전히 부릅 떠져있어 해괴한 미소였다. 아젬은 그 때 당시에 느꼈던 충격을 되새김질했다. 천지가 개벽하는 듯한 충격을⋯⋯.

 "너를 통해 나는 우리가 사는 이 14개의 세계 말고도 더 많은 차원이 있다는 걸 알았지. 내가 거기에서 멈추었을까? 아니! 새로운 세계의 극치에 이르도록 읽고 또 읽었단다! 우리의 우주 너머에 있는 우주를, 세계들을 구성하는 구조와 단위를, ── 차원이 무얼 위해 탄생했는지를!"

 존재 자체가 압도당할 듯한 지식들 앞에서 느꼈던 희열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쾌감에 겨워 하늘로 뻗은 두 손이 곱으며 떨린다.

 "한번 물꼬가 트이니 그 뒤는 쉬웠단다! 나의 가설이 진실일지에 대한 당연한 의심은 할 필요가 없었어, 읽으면 읽을수록 내 눈에 보이는 게 늘어났거든! 시간은 더이상 의미가 없었어! 공간은 더이상 제약이 아니었어! 그래, 네 덕분에── 네가 문을 열어준 덕에 나는 차원을 초월할 수 있었단다!"
 "⋯⋯."

 리베리우스의 두 눈이 날카로워졌다. 경험 상, 저런 말을 하는 자들이 뒤이어 할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많았다. 지금의 자리가 선전포고의 장소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리베리우스가 경계심을 높였다.

 "⋯⋯ 이런 결과를 낳을줄은 상상하지 못 했습니다."
 "어머⋯ 후후, 걱정하지 마렴. 우리는 네게 정말로 감사해.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단다."
 "글쎄요, 그건 당신이 무얼 해왔고 무얼 할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하하!"

 아젬이 웃음을 뱉었다.

 "아무렴 설마 내가 신이 되겠다고 설치기라도 할 것 같니?"

 네 그러실 것 같습니다. ⋯ 라고 말하고 싶은 걸 리베리우스는 꾹 참았다.

 "정말로 걱정하지 말아. 네게 해가 될 일은 안 할 거란다. 휘틀로다이우스를 걸어도 좋아."
 "당신 친구를 이럴 때 아무렇게나 걸어도 되는 겁니까."
 "에메트셀크처럼 구는구나. 친구끼리는 닮는다더니 친구 증조할아버지랑도 닮은 거니?"

 리베리우스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사이 아젬이 말을 이었다.

 "⋯⋯ 너를 별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다음 내가 무얼 했을 것 같니?"
 "그대로 녹아 사라지셨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지 못 했단다. 겨우 불완전한 차원의 자그마한 별한테 쓸려나가기엔 나의 격이 이미 너무 높아져 버렸었거든. 대신에 나는⋯ 다른 시간선으로 떠났어."

 한때 아젬은 희망의 등불을 손에 들고 희미한 빛을 이정표 삼아 어둠 속을 걸어나갔다.

 "선택에 따른 경우의 수만큼 차원은 나눠지고 또 많아지지. 누군가가 겪을 수도 있었을 사건의 가능성의 개수만큼 다양한 차원이 존재해."

 어딘가에는 희망이 이미 꺼져버린 곳도 있었다.

 "그 중에는 네가 별의 바다에서 다시 살아나오지 못 한 곳도 있었지. 필멸의 절망에 물들어 종말의 노래와 하나가 된 너도 있었고. 대죄식자가 되어 멈춰버린 세계의 마지막 지성체로 남은 너도, 하늘 높이에서 추락해 영웅이 되지 못한 너를, 궁극의 마법에 짓눌려 한 줌에 재가 되어버린 너까지, 나는 만나왔어."

 하나의 성공을 위해 수없이 존재했던 실패의 위기들. 어딘가의 영웅은 고난 앞에 무너졌을 것이며 또 누군가는 실패하여 모든 걸 망쳐버렸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리베리우스도 언젠가는 실패하고야 말 거라고 절망했던 순간이 있었다.
 리베리우스는 다시 일어났지만 누군가는 더이상 설 수 없었다. 그 뿐이다.

 "나는 그들한테 리베리우스, 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
 "⋯⋯ 어째서죠?"
 "그들의 행동이 의미없는 발버둥이 아니었다고 알려주고 싶었어. 어딘가에는 네 시도가 성공한 세계가 있다, 그곳에는 네가 전하고 싶었던 희망이 더 널리 퍼질 수 있었다고⋯⋯. 괴롭고 절망스럽겠지만, 어째서 이런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건지 원망스럽겠지만, 그럼에도 네 의지는 결코 틀린 게 아니었다고⋯⋯ 전해주고 싶었단다."

 언젠가 아젬이 동포를 위해 결심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인간의 힘을 아젬은 믿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쓸모없는 게 아니라고 모두한테 알리고 싶었다. 그 범위가 행성 하나에서 차원 간으로 넓어진 것밖에 없다.

 "⋯⋯ 그리고 그렇게 만난 '나'들에게 나는 다른 차원의 '나'들한테도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단다. 고맙게도 많은 수의 '나'들이 동의해주었지. 더 많은 '내'가 다른 시간선으로 넘어가 희망의 등불을 건네고, 그 곳의 '내'가 또다른 '나'를 만나고⋯."
 "⋯⋯."
 "⋯ 그렇게 하다보면 언젠가 무한히 많은 희망을 꽃피울 수 있지 않겠니!"

 아젬이 활짝 웃었다. 이론적인 발상이어도 실현시킬 힘이 있다면 거기서부턴 현실이다. 자기만족에 불과함을 그 또한 안다, 이런다고 해서 실패의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뭐 어떤가? 행복한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더 늘어나면 좋은 게 아닌가!

 그러나 리베리우스의 표정은 심각히도 어두웠다. 부담의 무게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 하는 모습이었다.

 "⋯⋯ ⋯⋯ 저는 그 수많은 존재를 뒤로 해도 될 정도로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눈꼬리를 휘어가며 샐쭉 웃는 아젬.

 "그야 당연하지? 착각하지 마렴, 너는 성공했지만 특별하지는 않아. 실패에 이르기까지의 경우의 수 집합 또한 너만큼 독자적이며 유일해."
 "⋯⋯ 그건⋯ 또⋯⋯ 신기한 관점이군요."
 "'우리'는 그저 하고싶은 일을 할 뿐이란다! 어차피 죽어버린 거 거리낄 게 있겠니? 신경쓸 게 뭐 있어! 사실 이렇게 만날 일이 없었더라면 평생 말할 생각도 없었단다!"

 위로의 뉘앙스를 품은 말이었으나 리베리우스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당신들은 왜 그런 짓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아하하하. 사랑하니까!"

 아젬이 리베리우스의 앞에서 당당하게 두 팔을 벌렸다.

 "나를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기 때문이란다!"

 그 대답을 듣고 리베리우스는 한참동안 대꾸가 없었다.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 하염없이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젬이 내놓은 해답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또 고민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리베리우스가 겨우 입술을 떼어낸다.

 "당신은 나의 전생이라기엔 나와 전혀 안 닮았군요."
 "그러니? 나는 우리가 지독히도 닮았다고 본단다."

 종족도, 성별도, 그 무엇 하나 닮은 게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본다. 태양처럼 찬란히 빛나는 영혼 외에 이 두 사람을 연결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 이제 와서 그만하라고 해봤자 너무 일이 커져버렸겠죠. 제 말을 들으실 분도 아닌 것 같고요."
 "너 정말 네 친구 증조할아버지처럼 말하네."
 "저는 그 일에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 부디 여러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군요."

 아젬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은 지금 행복하다는 의사의 표명이다.

 "⋯⋯ 이 이야기는 이제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왜 여기에 있는 건가요."
 "그러게나 말이야. 내 생각에 이 공간은 우리가 치고박고 싸우길 기대하는 것 같아."
 "우리가요? 왜요?"
 "'우리'야 모르지?"

 어깨를 으쓱이는 아젬.

 "그래도 나쁘지는 않잖아?"
 "⋯⋯."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부끄럽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았으나 본인의 감정을 속이지는 않았다. 아젬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며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

 "전신(轉身)을 해도 천장에 머리가 안 닿을라나 몰라."
 "혹시 도끼 하나 만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좋지! 다른 직업 안 들어도 괜찮겠니?"
 "아침 운동을 하기엔 전사가 제격입니다."

 아무튼 성공한 리베리우스와 실패한 리베리우스가 창문 없는 검은 방 안에서 치고박고 싸우기는 했다.
 그런 이야기다.

무언가의... 글조각 황금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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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상황 설명]
리베리가 톡방에서 상태창을 말했더니 상태창이 열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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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과 차원 사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 첫 번째 아젬은 좆되는 느낌을 받아 몸을 벌떡 일으킨다. 허둥지둥 자세를 잡으며 앉은 아젬이 심각한 표정으로 0번째 리베리우스의 차원을 들여다본다. 그 모습을 본 또다른 아젬이 아젬의 옆으로 기어와 기웃거린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니?
- 0번째 "내"가 캐릭터 특성창을 열었어.
- 오.
- 특성창을 열었다고? 어떻게?
- 초차원 오픈 카톡방에서 이용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건이야.
- 이런 일까지 생길줄은 예측하지 못 했는데.
- 역시 미리 조치를 취해뒀어야 하나? 리베리우스한테 나쁜 영향을 미치면 어쩌지?
- 하지만 우리가 개입하지 않아도 잘 돌아가고 있는 세계를 굳이 건드릴 이유도 없잖니.
- 그건 맞아.
- 그건 맞아.
- 건드리는 게 더 싫어.
- 리베리우스는 어쩌지? 우리와 우리의 세계가 창작물이라는 걸 알면 안 되는데.
- 그러게 리베리우스가 초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흡수하자니까
. - 아냐, 그래도 상태창을 연 것만으로 거기까지 도달하지는 않을 확률이 더 높잖니. 마법의 일종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아.
- 그건 더 살펴봐야 해, 왜냐하면 상태창이 차원적 특성에서 비롯됐다는 단서가 리베리우스한테 주어졌거든.
- 누가 그런 말을 한 거야?
- 초카방 이용자가.
- 젠장! 욕도 못 하겠구나.
- 그래도 역시 나는 리베리우스가 진실에 도달하진 못 할 거라고 보는 입장이란다.
- 나 역시 그래. 추가로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을 거야.
- 나 또한 나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야. 예상치 못 한 사태임은 확실하지만 과하게 신경을 기울일 사안은 아니라고 봐.
-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선 기억을 지우는 게 깔끔하지 않겠니?
- 우리의 걱정을 덜겠다고 우리와 독립적인 개체의 기억을 건들겠다고? 그건 이기적인 선택이야.
- 다른 이야기 미안한데, 나의 영웅은 리베리우스가 아니었어서 그런데, 리베리우스가 이 사안을 더 탐구하려 할 가능성이 높니?
- 음.
- 나라면 할 거야.
- 나도.
- 나를 물은 게 아니라 리베리우스를 물은 거야.
- 그런데, 봐봐, 상태창은 리베리우스만 쓸 수 있잖아. 본인이 특수 케이스라는 걸 안다면 그 이유를 찾아내려 하지 않겠니?
- 오, 나라면 정반대로 행동할 거라고 판단할 거야. 보편적 활용 방안을 내놓을 수 없다면 굳이 더 탐구할 필요가 무엇 있겠니?
- 빛의 전사니까 특별한 거라고 넘어갈지도 모르겠구나.
- 아젬 만세야.
- 아젬 만세.
- 아젬이라는 두 음절로 모든 것이 설명되지.
- 자화자찬이 수준급이구나.
- 그래도 거부감 정도는 심어두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단다.
- 앞선 얘기를 반복하게 하지 마렴.
-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리베리우스의 이야기에서 물러난 우리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야.
- 그렇지만 나는 리베리우스가 우리의 진실에 가까워지지 않았으면 하는데.
-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야.
- 신한테 기도해볼까? 처음 해보는 거라 조금 설레는구나.
- 나는 조디아크한테 할게.
- 혹시 어둠의 사도니?
- 종교의 자유를 인정해주렴.
- 하이델린님이 정석이잖니 이 배신자야.


(리베리우스의 차원이 시간을 멈춘다. 첫 번째 아젬이 차원을 양손으로 꾹 붙들고 있고, 아젬들의 수다가 잠시동안 멈춘다.)

- 첫 번째 나야. 왜 시간을 멈췄니.
- ......
- ......
- ......
- ...... 리베리우스가 alt f4를 입력했어.

(침묵.)

- 단축키 설정 안 해놨니?
- 해놨겠니? 플레이어가 없는데?
- 지금 우리 차원 설정대로라면 운영체제 기반 명령어가 실행되지 않아?
- 게임 설정이 우선이 아니라?
- 우리 차원이 게임을 그대로 가져온 차원이 아니라서 안 될걸?
- 그럼 0번째 나의 차원은 이제 삭제되는 거야?
- 삭제돼?
- 삭제하게 둬?
- 삭제시킬 거야?
- 삭제되게 해야지?
- 삭제 못 되게 막아야지?
- 왜 막아?
- 막고싶다는 추동이 생겼잖니?
- 삭제를 막고 싶다는 정서가 지금 이 사태를 인지한 나들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 맞아. 나는 삭제를 막고 싶다고 생각해.
- 이렇게 지극히 허무하게 죽는 걸 보고싶었던 게 아니야.
- 하지만 그건 내가 늘 느끼던 감정이잖아.
- 맞아.
- 나는 아모로트가 멸망하는 것도 보고싶지 않았어.
- 불타는 고향의 하늘을 보고싶지 않았는데.
-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게 해야 하기에 멸망을 방치했었고.
- 우리의 고향은 멸망하도록 방관한 우리가 리베리우스의 죽음을 막을 권리가 있니?
- 공정함을 위해서라면 나는 이 죽음을 막지 말아야 해.
- 이것 또한 리베리우스가 만들어낸 미래이자 삶 중의 하나야.
- 하지만 0번째의 내가 없었으면 우리는 우리가 되지 못 했을 거잖아.
- 은혜갚기라는 거지.
- 그래도 안 돼. 규칙에 예외를 둘 수는 없어.
- 우리는 리베리우스의 주체성에 개입해서는 안 돼.
- 0번째 나를 멸망에서 구한다면 다른 '실패한 빛의 전사'를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 나는 개입하지 않기로 이미 정했잖아.
- 만약 가능했다면 나도 내 영웅을 살리고 싶었어...
- 나도.
- 나의 영웅도.
- 하지만 그건 생각해야 해. 0번째 나는 우리의 고향 외의 다른 차원에도 인연이 있어.
- 0번째 내가 죽으면 분개할 초차원 존재들이 꽤 있어.
- 싸우러 쳐들어 와?
- 우와. 내가 싸울래.
- 나도.
- 나도.
- 나도.
- 제발 정신을 좀 차려 너네가 이러니까 내가 정신줄을 잡아야 하잖아.
- 고향 차원의 안위를 생각해서라도 0번째 나를 케어해야 한다는 말이지?
- 하지만 고향 차원이 멸망하는 것과 우리가 무슨 상관이야?
- 우리가 차원 관리자인 것도 아니잖아?
- 우웩.
- 진짜 싫어.
- 우리 중 하나를 0번째 나의 차원의 관리자로 앉힐까? 그러면 차원을 관리하는 게 의무가 되잖니.
- 첫 번째 나야.
- 싫어.
- 싫구나.
- 진짜 싫어.
- 진짜 싫구나.
- 그럼 다른 나 중에는 없니?
- 있겠니?
- 일은 완전 극혐이란다.
- 아젬 말고 빛의 전사 출신인 나한테 맡길까.
- 그건 더 안 될 것 같은데.
- 0번째 나를 질투할 것 같단다. 실패한 빛의 전사들뿐이 없잖니, 우리한테는.
- 그들이 차원 관리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우리가 감시하는 건?
- 그럴 바에는 그냥 우리가 관리자를 하고 말지.
- 이 안은 폐기하는 걸로 하자꾸나.
- 이야기를 원래대로 되돌리자. 그래서 우리는 리베리우스한테 개입해도 될까? 안 될까? 좋은 의견이 있는 나 있니?

- 잠깐만. 초차원 오픈 카톡방의 이용자한테서 좋은 의견이 나왔어.
- 오.
- 소개해주렴.
- 무엇이니?
- '타 차원의 개체와 리베리우스 간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사건을 리베리우스 고유의 사건으로 인정한다면, 리베리우스와의 교류로 인해 발생한 타 차원의 개체 주도의 차원 복구 또한 리베리우스 고유의 사건으로 인정해야 한다.'
- 검토할만한 가치는 있네.
- 흠.
- 즉 우리를 주체적인 결정자가 아니라 도구적 객체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니?
-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지.
- 말장난이로구나.
- 하지만 마음에 들어.
- 그럼그럼. 우리는 우리의 의지 없이 휘둘렸을 뿐이야.
- 웃기네.
- 대다수의 내가 이 논리를 받아들여 0번째 리베리우스의 차원을 구제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 같은데, 내가 파악한 것이 옳니?
- 나는 이견 없어.
- 나 또한.
-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 사람 죽는 걸 보는 것도 기분이 좋진 않잖니.
- 좋아, 그러면 한번 삭제시켰다가 다시 복구시키는 것에 대한 거수 투표를 진행하도록 할게. 이 자리에 참석한 나는 이 제안에 찬성한다면 모두 손을 들어주렴.

- 그런데 이것은 미봉책이라는 걸 다들 알 거야.
- 그럼.
- 물론이지.
- 우리의 질문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어.
- 리베리우스의 생명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정서 경험에 의거해 행동해도 괜찮은가? 간단히 말해, 우리가 리베리우스를 살려도 되는가?
토론할 나.
- 나.
- 나.
- 말은 안 해도 되니까 손만 들렴.
- 나.
- 여기 모인 나들이 한꺼번에 말하면 시끄러우니까 말 하지 말라고.
- 논거 준비 시간이 필요하니? 얼마 정도면 될까?
- 이번 토론에서 결정된 내용대로 우리의 행동 방침이 수정되는 게 맞니?
- 아젬 출신의 나 말고 빛의 전사 출신의...
- 통계 데이터를 보면...
- ...
- ...
- ...







- 그래서 차원 전쟁은 언제 하러 가니? - 넌 원래 차원으로 돌아가렴.



6.4. Side: 프레이


암흑기사 독백 2 창천 잡담방 링크
본문 링크

▶ 본문 내용
 여왕의 손에서 포도주잔이 떨어진다. 예스러운 금잔이 카펫 위를 구르고 숨을 갈구하며 하늘을 향해 곱았던 손이 땅으로 떨어졌다. 손쓸 새도 없이 멈춰버린 맥박, 타이밍 좋게 나타난 구경꾼들, 어제까지만 해도 어깨를 나란히 했던 병사들이 용의자를 제압하고, 쇠사슬에 구속되어 연회장 바닥에 던져질 때가 되어서도 리베리우스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시~발.'

 걸쭉한 욕설을 속으로 곱씹으면서.


---


 이것은 리베리우스가 설국으로 망명을 갔을 때 벌어졌던 이야기이다.

 이슈가르드의 추위는 언젠가 리베리우스가 생을 연장했던 갈레말 제국의 눈보라와는 성질이 다르다. 재해가 야기한 대규모 기후 변화는 풍요로웠던 이슈가르드의 땅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고, 용조차도 막아낼 정도로 견고했던 철옹성이 눈에 뒤덮이게 된지는 이제야 막 5년을 넘기던 참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전쟁에 국민들은 지친 티가 역력했고 고루한 신분제의 폐해에 짓눌려 뜻을 펼치지 못 한 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리베리우스가 도망쳐온 나라는 그런 국가였다.

 그 날도 리베리우스는 수도 최하층의 빈민가를 거닐고 있었다. 눈발이 섞인 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가운데 타타루*가 부탁했던 자료를 품 속에 껴안고 걸어가는 걸음걸이가 깨나 아슬아슬하다. 무기 따위는 하나도 들고 있지 않았음에도 골목마다 그를 관찰하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리베리우스의 몸에 드러난 비늘이며 뿔 따위의 신체적 특징이 이슈가르드가 천 년 간 전쟁을 지속한 대상인 드래곤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적대적인 시선은 떨어져 나간다. 불합리한 분노를 털어놓기에는 극빈층인 사람들도 지나치게 피로하기 때문이었다. 이 곳은 생기를 잃은 거리다.
 (*타타루: 새벽의 혈맹의 일원. 비전투원인 금고지기입니다.)

 이제 막 등불을 켜기 시작하는 여관 앞을 지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중앙광장과 연결되는 높은 계단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리베리우스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올려다보았다.

 "여기까지 가져다 놓으면 충분하겠지. 어차피 죄인의 시체니까⋯⋯."
 "나머진 청소부가 알아서 처리할 거다. 이봐, 얼른 가자고."

 털썩, 우당탕. 커다란 무언가가 둔탁하게 계단을 구르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다. 충분히 멀어졌다 판단이 될 무렵, 상황을 살피던 리베리우스가 기척을 죽여가며 빠르게 계단을 올랐다. 그곳에는 검은 갑주를 입은 인물이 사지를 아무렇게나 널부러뜨린 채 쓰러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방금 전 신전기사단 병사들이 던진 시체라는 걸 알 수 있는 모습이다.

 리베리우스는 망설이지 않고 그 사람한테 손을 뻗었다. 혹시라도 아직 맥이 남아있다면 리베리우스가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대로 추운 길거리에서 밤을 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어도 두 다리 뻗고 누울 수 있게는 해줘야 도리일 터다. 그것이 비록 이미 죽어 권리따위 다 잃은 시체라 할지라도. 두꺼운 손가락이 투구와 갑옷깃 사이 동맥 부근을 누른다. 그 때였다. 기습적인 두통과 고통이 리베리우스를 덮쳤다.

 "윽!"

 심심할 때마다 찾아오는 '초월하는 힘'의 발동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건 초월하는 힘과 궤가 다르다. 중요한 무언가가 갑옷의 인물에게 뻗은 팔을 타고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고, 빈 자리를 질척하고 끈적이는 무형의 기운이 파고든다. 눈 앞이 흐릿해지면서 누군지 모를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다.

 ─ ⋯⋯ 아파⋯⋯ 괴로워⋯⋯⋯⋯.
 ─ 싫어⋯⋯ 제발 그만⋯⋯⋯.
 ─ 왜⋯⋯ 왜 날 봐주지 않는 거야⋯⋯?

 리베리우스는 균형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의 몸이 모로 쓰러진다. 왼쪽 팔로 들고 있던 서류들이 바닥으로 퍼지며 흩어진다. 팔랑팔랑, 커튼이 내리듯, 종이들이 떨어진다.

 ─ 날 봐, 에르킨⋯⋯.
 ─ 에르킨⋯⋯!!

 ⋯⋯.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절을 해버린 모양이다. 어둑해지기 시작했었던 하늘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가물거리는 시야를 정돈하자 벽에 기대어 앉혀진 자신의 몸이 느껴졌다. 그리고, 리베리우스의 앞에는 검은 갑옷의 기사가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지금껏 이렇게 리베리우스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죽어버린 시체였을 텐데.

 "⋯⋯."

 상황을 미처 파악하지 못 해 입만 얼빠지게 벌리고 있으려니 검은 갑옷의 기사가 먼저 말을 걸었다. 투구 틈으로 보이는 노란 눈동자는 리베리우스한테 무언가를 열렬히도 바라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일지⋯ 당시의 리베리우스는 전혀 알지 못 했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리베리우스가 암흑의 힘을 손에 넣는 순간이었다.
 밤하늘 아래로 눈이 내린다.


---


 검은 갑옷의 기사는 자신을 프레이라고 소개했다. 신전한테 누명이 씌워져 억울하게 처형을 당했다고 했다.

 "예⋯⋯? 제 죄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요? 으, 으음⋯⋯ 기억을 떠올려보지요.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아, 신전기사에게 쫓기던 죄 없는 여자아이를 도와줬다가 근거 없는 누명을 뒤집어쓴 거였습니다. 정말, 사람은 착하게 살면 이렇다니까요⋯⋯. 그런데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당신 자신에 관한 일 중에서 뭔가 궁금한 게 있지 않습니까?"

 프레이는 자신을 암흑기사라고 칭했다. 누군가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약자를 지키기 위해 검을 든 자들, 권력의 상징인 문양이 새겨진 방패를 들지 않고 양손검 하나만을 쥔 채 스스로 약자의 방패가 되는 자들이 암흑기사라고 했다.

 "⋯⋯⋯⋯⋯⋯ 예? 어제 구출한 할머니께서 잘 지내실까⋯ 라고요? 아, 그러니까⋯⋯ 글쎄요⋯⋯. 손녀분도 무사히 돌아갔으니 잘 계실 겁니다. 그,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습니까! 더 심각한 의문은 없습니까!? 이 사람은 정말⋯⋯ 어휴!"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 있던 프레이의 생존 의지가 리베리우스에 의해 건드려진 탓에, 프레이의 암흑의 힘이 리베리우스한테 넘어가버렸다고 한다. 이에 책임지기 위해 프레이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리베리우스를 암흑기사로서 훈련시키기로 했다. 암흑의 원천인 어두운 감정을 다루는 법, 대검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법,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키는 방법. 암흑기사가 지녀야 하는 모든 것을 프레이는 전수해주었다.

 리베리우스는 프레이의 수업에 아주 성실하게 따라오는 좋은 학생이었다. 프레이가 전해주는 지식이 지금의 리베리우스한테 무척이나 필요한 지식이기 때문이었다. 타국으로 망명하는 과정에서 뿔뿔이 흩어져버린 동료의 수는 한 손을 넘어갔고, 본인 옆에 남아있는 동료는 검을 쥘 수 없는 사람 하나와 채 스물이 되지 못 한 어린아이 하나 뿐이었다. 지금의 그는 누구보다도 더 강해져야 할 시기였고, 프레이의 수업은 그런 면에서 볼 때 매우 시기적절한 강의가 아닐 수 없었다. 리베리우스는 프레이와 보내는 시간이 퍽 마음에 들었다.

 단 한 가지, '의식'을 치를 때만을 제외하고.

 "⋯⋯."

 어지러운 머릿속이 진정되기를 기다린다. 암흑기사는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 대검을 들기로 결심한 존재, 그리고 리베리우스는 암흑의 힘을 활성화 할수록 '지켜야 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강하게 들려오는 케이스인 것 같다⋯ 라고 프레이는 말했었다. 그런데 아무리 의식을 진행해도 목소리의 정체를 영 알기 힘들다. 그것 뿐일까, 이번에 들린 목소리의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 ⋯⋯ 목소리가 들려. 누군가가 도움을 청하는 목소리⋯ 정말로⋯ 시끄럽게⋯⋯. 그들의 목소리에 묻혀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내 고통과 분노⋯ 슬픔은⋯ 어떻게 해야 전할 수 있지⋯⋯?
 ─ ⋯⋯ 그래, 그게 좋겠어. 내 목소리로 안 되면,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쓰자⋯⋯.
 ─ 그래도 안 되면⋯⋯ 똑같은 고통을 주면 전해지겠지⋯⋯.
 ─ 안 그래⋯⋯?
 ─ 기다리고 있어⋯⋯.

 '이게 진실이라면,' 리베리우스가 생각했다. '지키는 것보다 먼저 위험인물로 체포하고 군대에 넘겨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리베리우스는 목소리의 주인한테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자신의 고통을 알아달라고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를 끼치고 아픔을 준다니⋯ 리베리우스가 싫어하는 인간상의 전형이다. 이것이 '리베리우스가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프레이의 주장이 사실은 잘못된 것이 아닐까, 가끔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어떻습니까? 목소리가 들렸습니까?"

 그럼에도 리베리우스는 조용히 불타는 간절함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노란 눈동자를 거스를 수 없었다. 프레이는 하루 빨리 리베리우스가 암흑기사로서 완성되기를 바랐다. 그의 몸은 하루가 지날수록 무너져가는 것이 보였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횟수가 늘어났고 심장을 부여잡는 빈도가 높아졌다. 지금 가장 초조한 것은 프레이일 것이다, 그 마음을 배신할 수는 없다.
 리베리우스는 아무 문제도 없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지키기 싫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프레이를 위해서라면 지키는 시늉 정도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모범적인 행세를 하는 건 이미 익숙하다.

 "당신이 무엇을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다만⋯⋯ 당신이 지켜야 할 '누군가'를 위해 이번에야말로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되었다면⋯⋯ 영웅의 지위와 명성,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 '누군가'를 지키고자 한다면 저와 함께 이 대륙을 떠납시다."

 그렇지만 이건 조금 많이 놀랍다.

 "무슨 뜻인가요?"
 "이 땅에서 당신은 '단 하나'를 지키는 존재가 될 수 없어요. 세상은 당신한테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영웅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의무만을 외치는 목소리들은 당신이 어디를 가나 따라오겠죠. ⋯⋯ 이런 곳에서는 당신의 신념을 지킬 수 없어요. 이대로라면 당신은 언제까지나 고통 속에 갇히기만 할 뿐⋯⋯."
 "그렇지 않아요. 저를 걱정해준 건 정말 많이 고맙습니다만."

 프레이가 한숨을 길게 쉰다.

 "이 상황까지 되어서 그런 말을 합니까? ⋯⋯ 나도 보고 들은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진정한 '암흑기사'가 되고자 한다면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

 리베리우스는 무언으로 반박의 의지를 드러냈으나 프레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신경 쓸 여력이 없단 말도 맞을 것이다. 팔짱을 낀 채로 한쪽 팔만을 들어 제 머리를 부여잡는 모습을 보아하면은.

 "⋯⋯ 항상 만나던 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시간이 없군요⋯⋯. 되도록 일찍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답은 한참 뒤에야 내놓아졌다.

 "⋯⋯ 그렇게 하도록 하지요."

 당연하지만 리베리우스는 프레이를 따라서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한테는 지켜야할 것이 있었다. 해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하루 아침에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나기에는 리베리우스한테 지워진 짐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리베리우스가 '대심판의 문' 앞에 왔을 때에도 멀리 여행을 떠난다기엔 지나치게 간소한 차림이었다. 짐이라 할만한 것은 없었고, 무장도 등에 멘 대검 달랑 하나 뿐이었다. 프레이와 만난다는 상황에 차려야 할 최소한의 예의만을 차린 셈이다.

 숨을 길게 내뱉으니 하얗게 색이 물든 김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코끝이 빨개지도록 시려운 이 설원에서 두 사람은 만나기로 했다. 끔찍했던 기억이 떠오르는 장소라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래서 리베리우스는 이 만남을 빨리 끝내고자 했다.

 "프레이씨."

 눈이 두껍게 쌓인 언덕 너머로 부름의 소리를 보내본다. 이 곳 어딘가에 있을 그의 스승을 찾는 소리다.

 "프레이씨!"

 이 쯤 불렀으니 저 하얀 눈밭 어딘가에서 검은 갑옷의 기사가 걸어나올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리베리우스의 부름을 기쁘게 맞이하며 성큼 다가올 것을 기대했다.
 다만 이번에는 프레이보다 더 먼저 리베리우스의 목소리에 반응한 사람들이 있었다.

 "리베리우스님!"
 "혹시나 해서 달려와 봤더니 역시 리베리우스님이셨군요!"

 근처 전초기지의 병사들이었다. 놀란 눈을 뜨고 그들을 돌아보았다.

 "이런 곳에서 당신을 뵙다니 전쟁신 할로네께서 인도하신 게 틀림없군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탁 하나만 드리겠습니다!"
 "실은⋯ 남쪽 지역에 출몰하던 거인족 일당이 영역을 넓히기 위해 이 주변까지 쳐들어 왔습니다. 저희로는 졸개들을 막아내는 데만 급급한 상황입니다⋯ 하여 일당의 지휘자를 실력자인 당신이 처치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희가 부하들을 상대하는 동안 두목을 처치해주시면 놈들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수많은 동료들과 힘없는 백성들을 구해주십시오!"
 "리베리우스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건 곤란하다. 눈에 띄는 것만으로 행인의 부탁을 받는 상황이야 익숙하다지만 지금은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병사들의 요구에 리베리우스가 당황한 미소를 지었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본인은 선약이 있어 갈 수가 없다고 말해야 했다⋯.
 ⋯⋯.
 ⋯⋯ 다시 생각해보니 어차피 본인은 프레이와 여행을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여기서 프레이를 만나도 만나지 않더라도 결과는 똑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게 영웅이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 제발 부탁드립니다!!"

 몇 차례 달싹였던 리베리우스의 입술은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의 답변을 내놓았다.

 "⋯⋯ 그러겠습니다. 안내 부탁드립니다."
 "오오, 정말이십니까! 힘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베리우스는 병사 무리에 합류해 대심판의 문 앞을 떠났다. 여러 종류의 발자국이 섞인 탓에 리베리우스의 발자국만을 식별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굳이 리베리우스의 것만을 구별할 필요는 없었다. 프레이는 이미 리베리우스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베리우스님! 당신의 활약은 드리유몽 경께도 꼭 보고하겠습니다."
 "예. 고맙습니다."

 드리유몽 경이 누군데. 리베리우스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걸쳤다. 두 번 다시 정치판에 끼어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지만 그걸 티내봐야 좋을 일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저기⋯⋯ 역시 당신은 대단한 분이시군요! 사적인 이야기라 죄송하지만 예전부터 당신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그러신가요."
 "외지인에 대한 편견이 심한 하얀테 전초지에서도 당신은 군사적으로 공헌하셨을 뿐만 아니라 기병들의 고충까지 들어주셨지요."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었는걸요."
 "저같이 이름 없는 기병들이 당신의 활약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아, 아, 악수를⋯⋯!"

 나이가 꽤나 많아뵈는 병사가 눈을 꾹 감고 손을 내미는 모습이 꽤 웃기다. 그렇지만 부끄럽기는 해도 흥미롭지는 않다. 자신처럼 뛰어난 공적을 올린 사람한테 민간인이 여러 종류의 감정을 품는 것은 흔한 현상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 학습할 필요는 없다. 리베리우스는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감정을 내면으로 밀어넣고 웃음만을 바깥으로 내보였다. 덜덜 떨며 내민 손을 잡아주면서 긴장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을 전해줄 뿐이었다.

 그렇게 순탄하게 끝날줄 알았던 거인족 토벌 작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병사 중 하나가 급하게 뛰어들어오며 절박하게 외친다. "크, 큰일이다!"

 "하얀테 전초지에 적이 쳐들어왔다! 검은 옷을 입은 수상한 자가 날뛰고 있어!"

 리베리우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 설마 이단자인가!?"
 "아니, 이단자는 아닌 것 같지만⋯⋯ 분위기가 이상해. 목적이 뭔지도 전혀 모르겠어!"
 "다만 놈과 교전한 동료가 말하는⋯⋯ 어어, 리베리우스님?! 어디로 가십니까!?"
 "침입자를 제압하러 가겠습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곧게 걸어나간다.

 "정체가 어렴풋이 짐작이 가거든요."

 사방이 희게 물든 설원에서 검은 갑옷을 입는다는 건 눈에 띄고 싶어 작정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적의 눈에 일부러 띄고 싶어하는 인간 군상은 특수한 종류밖에는 없다. 그리고 리베리우스는 지금 상황에 적합한 '특수한 종류'의 인간을 한 명 알고 있었다.

 대검을 다시 꺼내들었다. 눈 앞의 저 사람이 전해주었던 검이다.

 "프레이씨."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를 묻힌 프레이가 고개를 들어올린다.

 "⋯⋯ 오셨군요. 약속 장소에는 안 왔으면서 말입니다."

 왔는데 당신이 늦게 온 거예요. ⋯ 라고 말하는 대신 리베리우스는 대검을 상대한테 겨누었다. 한 국가의 방어 시설을 이유 없이 습격한 이상 상대방은 이제부터 적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저는 당신이 영웅은 못 되더라도 정의롭고 선량한 사람은 된다고 여겼습니다, 프레이씨. 하지만 지금 이 행동은 심하게 실망스럽군요. 이것이 당신이 말하던 암흑기사의 신념입니까? 아무 죄 없는 사람까지 말려들게 하는 것이?"
 "⋯⋯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시는군요. 당연히 모르시겠죠. 제 정체까지 끝까지 깨닫지 못 한 당신이니까⋯⋯."

 프레이가 천천히 두 팔을 들어올려 투구의 잠금쇠를 풀어낸다. 철컥, 철컹. 빈 철양동이가 돌바닥에 철커덩 떨어지고, 그 안에 숨어있던 시체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것은 시체의 얼굴이 아니었다. 노기가 형형한 푸른 눈으로 리베리우스를 노려보는 그 얼굴은, 명백히, 리베리우스 자신의 얼굴이었으니까. 리베리우스가 경악으로 입을 벌린다.

 "이게 무슨⋯⋯!?"
 "나는 너야, 에르킨 다무 파호드. 영웅이 될 때마다 마음속에 억눌러온 공포와 증오⋯⋯ 그런 어두운 감정들의 집합체."

 검은 갑옷의 에르킨이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기운이 일렁거려 형체가 불안해 보인다. 그것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본다.

 "처음에 너한테서 분리될 때 얻었던 에테르가 바닥나기 전에 모든 걸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영웅이 되어 내게서 멀어진 네가 나를 다시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었어."
 "⋯⋯."
 "그런데 이놈들이⋯! 이것들이 하나같이 날 방해하기나 하고⋯⋯!"

 아하, 그런 것이었군. 리베리우스가 겉으로 내걸고 있던 일말의 상냥함이 거두어졌다.

 "나도 이제 번거로운 방법은 쓰지 않겠어. 남은 힘을 다 해서 네가 지금까지 눈감아온 고통을 돌려줄 거야. 너에게도, 나를 만들어낸 이 세상에게도."
 "혓바닥이 길다⋯ 덤벼. 어서 널 죽이고 쉬러 가야겠어."

 그 말을 들은 프레이 ─ 영웅의 환영이 이성을 잃고 분개한다. 부릅 뜬 눈으로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면서 리베리우스한테 달려든다.

 "에르킨⋯⋯!!"
 "미안한데,"

 지나치게 궤도가 큰 공격을 검신으로 흘리며 무감하게 말했다.

 "내 이름은 리베리우스야."

 영웅의 환영이 고통에 가득 찬 고함을 내질렀다. 검은 액체를 눈물샘에서 분비하니 검게 물든 흰자위가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편해질 수 없는 거야! 리베리우스의 이름만을 아는 사람들을 위해 움직이고, 이름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상처입고⋯⋯!!"

 검은 에테르를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한때 에르킨 파호드였던 파편이 떨어져 나갔다.

 "영웅 외에 아무것도 관심 없는 것들을 위해 희생하고──!!"

 리베리우스의 검이 환영을 꿰뚫을 때마다 질척이는 검은 에테르 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지저분하게 남은 과거의 감정은 끝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걸 봐, 네가 가진 게 결국 뭔데? 잘난 체 하다가 모든 걸 망쳐버린 애새끼? 입만 싸고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되는 짐덩어리?"
 "두 사람을 그렇게 표현하지 마."
 "전부, 전부, 원하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떠맡겨져서⋯⋯! 이것이고 저것이고 전부 다 귀찮고 짜증나기만─"

 서걱, 리베리우스의 검이 영웅의 환영의 목을 베어낸다. 단칼에 베인 목은 뒤로 넘어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조종간을 잃은 프레이의 몸이 힘없이 쓰러지고, 리베리우스는 그를 지나쳐 에르킨의 머리로 향한다. 심장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여전히 검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영웅이 되고 싶지 않아."
 "안타깝게도,"
 "나는 영웅이 될 수 없어⋯⋯."
 "어쩌다보니까,"

 검날의 끝을 아래로,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에르킨의 눈 앞에 검을 들어올렸다.

 "이렇게 살아야만 내가 인간이 될 수 있겠더라고⋯⋯."

 대검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정확히 3초 뒤, 검을 다시 빼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곳에는 처음 보는 휴런의 얼굴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눈을 감지 못 하고 절명한 그 시체는 노란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리베리우스가 곤란하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 시체를 이렇게 훼손해서야 유족분들께는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까요."

암흑기사 독백 3 창천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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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후로 리베리우스는⋯ 빌어먹게도 아주 잘 지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신을 혈혈단신으로 토벌하고 어둠의 세력을 다시 한번 에오르제아에서 쫓아냈으며 천 년 간 이어진 오래된 전쟁이 그의 손에서 끝나려고 하고 있었다. 영원히 이어질 줄만 알았던 인간과 드래곤 간의 대립을 종결시키고 두 종족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그를 어찌 영웅이라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후대에 길이길이 알려질 업적을 몇 개고 쌓아올리는 그를 어찌 '잘 지내지 못 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 처음부터 이랬어야 하는 거다! 리베리우스는 깊은 환희를 느꼈다. 애초에 자신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지나치게 오래, 그리고 깊이 빠져있던 게 문제였다. 시체라도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올까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오느라 신경을 기울여야 했던 중요한 것들에는 전혀 관심을 돌리지 못 했었잖은가. 그게 문제였다, 쓸데없는 감정이 문제였다! 새롭게 얻은 깨달음에 리베리우스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이제서야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애초부터 리베리우스가 가진 부정적 감정은 그 정도가 지나친 감이 있었다. 살짝만 스쳐도 상대방의 경동맥부터 살피는 건 명백히 정상 범주를 벗어났다. 숨쉬듯 피어오르는 살의에 시달린지가 벌써 28년이다. 이제는 슬슬 졸업을 할 때가 되었고,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던 셈이다. 그러니까, 리베리우스는 운이 좋았던 거다. 나쁜 감정을 이렇게 단번에 칼로 잘라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프레이를- 영웅의 환영을 죽인 기회는 다시는 올 수 없는 천금의 기회였던 것이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자신은 자신의 환영을 죽일 것이다. 리베리우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결심이 처음 흔들린 것은 노을진 교황청에 있을 때였다. 망명온 자신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챙겨주고 리베리우스를 제멋대로 맹우라고 칭할 정도로 성격도 좋았던 인물이, 오르슈팡이, 동료라고 부르고 싶었던 사람이, 리베리우스를 지키려다가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다.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소문까지 붙은 리베리우스조차 살려낼 수 없는 부상이었다. 리베리우스는 바르게 눕혀진 오르슈팡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에 크게 떠졌다.

 "슬픈 표정은⋯⋯ 영웅에겐⋯⋯ 어울리지 않아⋯⋯."

 오르슈팡의 앞에서 리베리우스는 늘 웃기만 해왔었다.

 "후후⋯⋯ 역시 넌⋯⋯ 웃는 얼굴이⋯⋯ 좋아⋯⋯."

 남자의 마지막 유언을 듣고서야 리베리우스는 깨달았다. 자신은 이 상황에서 울 수 없었다. 의무의 이야기가 아니다. 감정적으로, 근본적으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차갑게 식어가는 남자의 손을 부여잡은 채 리베리우스는 눈물 하나 나오지 않는 자신의 상태에 거대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뒤, 다시 한 번 더,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을 잃었을 때. 리베리우스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하늘에 길을 열어주고 얼음처럼 녹아 사라진 여인을 보았을 때. 리베리우스는 생각했다.

 아.
 프레이를 다시 찾아가야겠다.


---


 푹. 푹. 두껍게 쌓인 눈에 삽머리를 꾹꾹 밟아 집어넣는다. 힘 쓰는 일이라면 자신 있는 리베리우스한테도 눈을 치우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것이 눈 밑에 있는 흙까지 파내야 하는 작업이라면 더더욱. 추운 설원에서 송골송골 땀을 흘리며 리베리우스는 묵묵히 흙을 파낸다. 그가 만나야 하는 사람은 지면 6피트 아래에 있다. 생전 프레이의 동료들과 함께 만들었던 무덤이었다.

 열심히 파내려가던 삽이 툭하고 걸렸다. 길게 숨을 토해내자 기나긴 구름처럼 하얀 길이 만들어졌다. 삽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원했던 물건을 천천히 꺼내, 들어올렸다. 보통 사람들보다 비위가 강한 리베리우스여도 지금의 행동은 기괴하다는 자각이 있다. 그 탓에 눈이 찌푸려졌다. 이것을 다시 만나게 될줄은 몰랐다.

 "프레이."

 단두대에 잘린 것마냥 머리밖에 남지 않은 목은 대답이 없다. 리베리우스로서는 기억에 없는 휴런*의 외관이 그곳에 있다.
 (*휴런: 파판14의 인간종 중 하나. 현실의 '인간'입니다.)

 "프레이⋯⋯."

 리베리우스는 잘린 목을 손에 들고 시체한테 말을 걸고 있었다.

 "⋯⋯ 에르킨. 거기에 있죠."

 잘린 목이 눈을 떴다. 푸른 눈에 검은 피부와 하얀 머리카락, 리베리우스의 모습이다.

 "⋯⋯ 어떻게 알았습니까?"
 "저한테 부정적 감정이 아예 없었다면 사용하지 못 했을 기술들을 쓸 수 있었거든요. 당장에 '원초'부터가 그렇고⋯⋯. 이젠 제가 질문할 차례죠? 어떻게 아직 살아있죠?"
 "기억은⋯⋯ 에테르니까."

 에르킨은 고분고분히 대답했다. 날을 세우기에는 그가 존재를 유지할 수 있는 잔여 에테르가 양이 적다. 말을 잇는 것마저 힘겨워보이는 모습이다.

 "당신이 가진 모든 부정적인 심상은 내게로 흘러옵니다⋯. 분노, 슬픔, 공포, 무엇이든. 그리고 그 중에⋯ 부정적인 기억도 같이 붙어있다면⋯⋯."
 "그걸 먹고 살아남았겠군요. 동굴에 갇힌 사람이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고 생존하듯이."
 "⋯⋯ 이런 꼴이 된 나를 비웃으러 왔습니까? 그렇다면 마음이 풀릴 때까지 하고 가든가 하세요. 그래야 내가 덜 아플 테니까⋯⋯."
 "⋯⋯ 아파요?"
 "그럼 안 아프겠습니까. 아픈 것들만 나한테 버려대는데."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에르킨의 눈가에 짜증이 어렸다.

 "그래서 당신이 참 증오스러워⋯⋯. 나한테 모든 고통을 맡겨둔 채 본인만 행복하게 살아가려 하지."

 그 말을 듣고 리베리우스는 오랫동안 대답이 없었다. 위로를 해야 할지, 위로를 해도 괜찮을지, 무슨 말을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더듬어가듯이 리베리우스가 입술을 달싹인다.

 "⋯⋯ 저한테 다시 돌아와 주실래요."

 결국 꺼내고야 마는 것은 자격도 없고 염치도 없는 말 한 마디다. 허공을 부유하던 에르킨의 눈이 리베리우스를 향한다. 동공 속에서부터 조용한 분노가 점화되기 시작한다.

 "내가 그렇게 사정을 할 땐 듣는 척도 안 하고 죽여버리더니, 이제 와서 뭐? 제정신이냐?"
 "⋯ 영 좋지 않게 들릴 걸 알아요."
 "인간답게 살려면 내가 필요 없다고 하지 않으셨나? 왜, 이제는 짐승처럼 살아가려고 하는 모양이지? 꼴리는대로 다 죽이고 다니면 속이 아주 좋겠어!"
 "제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당신이 필요해졌어요."

 리베리우스는 절박하게 에르킨한테 매달렸다.

 "소중한 사람이 죽었는데 눈물 한 방울 흘릴 수 없는 건 제가 원하는 인간상이 아니에요."

 오르슈팡이 죽었다. 하지만 리베리우스는 울지 않았다. 자신이 맞았다면 살아남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만 들었다.
 이젤이 죽었다. 하지만 리베리우스는 울지 않았다. 이젤이 떨어져 사라진 허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동료들을 보며 시간 낭비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자신한테 위기감을 느꼈다.
 방금 그 생각은, 인간이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었다.

 "오르슈팡은 슬픈 얼굴이 영웅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아니에요. 영웅이라면 그 상황에서 울 수 있어야 했어요. 저는... 저는 그 때 울어야 했어요. 눈물을 흘림으로써 오르슈팡과 이젤한테 내가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야 했어요. 하지만 난 그러지 못 했어요. 이건, 이건 아니에요. 난 이런 걸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자기가 필요해졌으니 한번 내쳤던 걸 다시 되찾으려 한다?"

 에르킨이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역시 나의 주인다워. 양심따위 한 톨도 느끼지 못 하지⋯⋯."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할게요. 부탁이에요. 무얼 원해요?"
 "뭐든지?"

 잘린 목의 단면에 검은 액체가 맺히기 시작한다.

 "네 동료를 죽일 수 있어?"

 한 방울, 두 방울, 뭉쳐 떨어지기 시작하는 어둠.

 "알피노와 타타루의 심장에 칼을 박아 내 앞에 대령할 테야? 가져온다면, 그래, 기꺼이 네 안으로 돌아가주지."
 "⋯⋯⋯⋯."

 리베리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거 봐, '뭐든지' 하지 않을 거잖아!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나를 인정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주제에⋯⋯!!"

 에르킨의 감정 표현이 과격해질수록 흘러내리는 액체의 양이 많아진다. 에르킨의 몸이 점점 수복된다. 어깨, 가슴, 복부가 점점 완성되어간다.
 리베리우스의 표정에 참담함이 깔린다.

 "⋯⋯ 저한테 무엇을 원하세요?"

 이제 에르킨은 리베리우스의 손에서 벗어났다. 그림자에 뒤덮힌 인형人形이 리베리우스를 직시한다.

 "사랑해줘."

 거구의 형상을 유지하기에는 아직 건네받은 에테르가 부족하다. 그렇기에 에르킨은 아주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네다섯살 무렵 보이던 모습. 그 외형으로 에르킨이 다시 말한다.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 할 때 네가 뛰쳐나가는 것처럼, 내가 아플 때 나를 위해 뛰쳐나와줬으면 좋겠어.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것만큼 나를 생각해줘.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길 바라, 나를 구해주길 바라⋯⋯."
 "⋯⋯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부탁이에요."

 리베리우스의 목소리는 깊게 가라앉았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살아간다면 나는 훨씬 더 슬퍼질 거예요."

 리베리우스라고 해서 어찌 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이 세상은 지나치게 답답하다. 실리적이지 않은 사람이 지천에 깔렸고 정의롭지 않은 사람은 그 수의 곱절이다. 그렇다고 그가 살의를 느낄 때마다 칼을 든다고 한다면, 결국에는 리베리우스 혼자만이 남거나 리베리우스가 죽거나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리베리우스는 완전한 고독을 원하지 않았다. 외로움이 가져다주는 슬픔을 알았다.

 "그렇다면 나를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

 어느샌가 팔짱을 끼고 있던 리베리우스의 손을 에르킨이 빼내어 잡는다. 어린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듯이, 그렇게.

 "내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 것만 해줘도 나는 만족할 거야. 나는⋯ 결코 영웅이 될 수 없는 너의 일부분이지만⋯"
 "⋯⋯."
 "⋯⋯ 그래도 네가 허락한다면 네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싶어."

 허락은 심히도 어렵게 떨어졌다.

 "좋아요."

 원하던 답이 돌아왔음에도 에르킨은 웃지 않았다. 대신, 조곤조곤히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이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아. 어쩌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어, 내가 나섰다면 더 쉽게 해결됐을 수도 있는데. 대체 왜 죽어버린 걸까. 혈맹에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권유해보고 싶었단 말이야. 왜 내 말도 안 듣고 그냥 가버린 거야?"
 "⋯⋯ 응."
 "오르슈팡도 그래.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처럼 도끼나 휘두를줄 아는 놈보단 본인이 살아있는 게 이 나라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단 말야. 그런데 왜 죽어버린 거야? 내가 울지도 못 하게 할 거면서? 나는 영웅으로서 웃기 싫어, 동료로서 울고 싶단 말이야."
 "이슈가르드라는 나라 자체가 이상해서 그래요."

 두 사람이 하는 말이 섞여간다.

 "이슈가르드라는 나라 전체가 마음에 안 들어. 그리고 꼼꼼하게도 썩어버린 이 나라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내 처지도 짜증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한 건 드래곤이 아니라 이 나라인데 왜 내가 이 나라의 편에 서야 하는 거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누명을 쓰지 않았다면 이런 곳에 오지 않아도 됐잖아. 지금까지 편리한 도구로 잘 써먹다가 버려버리는 거 진짜 좆같아. 다 죽여버리고 싶어. 울다하고 크리스탈 브레이브고 동맹이고 뭐고 다 쓸어버리고 싶다고."
 "아씨엔 놈들도 그래, 그것들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탓에 이렇게 된 거잖아. 설마 나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걸까 자책하게 되는 것도 싫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내 잘못이 아닌데 나를 미워하기 싫어. 나를 미워하게 만드는 아씨엔 놈들이 제일 싫어. 전부 찢어 죽여야 하는데."
 "문브뤼다도 아씨엔 때문에 죽어버리고 말야, 애초에 왜 그 때 희생하려고 한 거야? 지금 당장 죽이지 못 하면 다음을 기약해도 됐었잖아? 자기 목숨까지 바쳐가며 죽였어야 할 필요까진 없었잖아? 내가 잠깐 제 힘을 못 쓴 탓에 그렇게 된 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왜 죽어버린 거야. 나는 내 탓 하기 싫어."
 "민필리아가 처음부터 나한테 혈맹에 들어오라고 권유하지 않았다면 좋았잖아. 나는 동료같은 거 만들기 싫었어. 흙발로 먼저 쳐들어온 건 그 쪽이면서 왜 나가는 것도 제멋대로 하는 거지? 내 입장은 뭐가 돼?"
 "왜 내가 마음을 주게 했으면서 내가 준 마음을 멋대로 뺏어가는 거야. 너무 아파.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였으면 이런 아픔 몰랐어도 됐잖아. 왜 나랑 친해진 건데. 왜 동료가 되자고 했어."
 "대체 왜 나만 놔두고 떠나가버리는 거야⋯⋯."

 리베리우스는 눈밭 위에 몸을 웅크려 엎드려 있다. 아프고,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우는 사람은 따로 있다. 리베리우스의 품에 안긴 에르킨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큰 소리로 오열한다. 괴로워서 발을 구른다, 눈 먼 발길질에 맞은 리베리우스의 옆구리에 푸르고 거멓게 멍이 든다. 그래도 에르킨은 우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리베리우스가 말했다.

 "다같이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에르킨이 대답했다.

 "아무도 죽지 않고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에르킨이 리베리우스의 목에 매달린다. 뿔과 뿔이 맞닿아 마찰한다, 그 동작은 마치 아우라족 사이에 흔히 보이는 애정 표현처럼 보이기도 했다.

 "⋯⋯ 지금 한 말은 언젠가 너의 눈물이 되고, 분노가 되고, 힘이 되어줄 거야. 고마워⋯⋯ 고통을 알고, 슬픔을 알고, 괴로움을 아는 나의 주인."

 끝없이 쏟아지던 검은 액체가 점점 고갈된다. 마르고 휘발되어,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또 함께 여행을 떠나자."

 마침내 검은 액체가 전부 쏟아내지고, 리베리우스의 품에 남은 건 사내의 목 뿐이 없다. 신념을 위해 끝까지 무기를 들었던 사내가 여전히 여기에 있다. 심히도 작아진 프레이를 끌어안은 채 리베리우스가 울부짖었다. 살아오면서 지금껏 한 번도 내본 적 없는 성량이다.

 뒤늦은 슬픔과 그리움 속에 빠진 채 허우적거렸다. 끝없이 오열했고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영웅한테는 슬픈 얼굴이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리베리우스는, 에르킨은 우는 얼굴이 정말 자연스러웠다.


6.5. Side: 아르버트


아르버트 독백 1 칠흑 잡담방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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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내가 리베리우스와 함께 겪었던 이야기이다.

 처음 만났을 무렵에는 그의 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야 물론, 원초세계에 막 넘어갔을 즈음에는 이 세계에도 '빛의 전사'가 있다는 말에 그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수많은 싸움터를 거쳐온 백전무패의 노련한 사냥꾼일까? 아니면 정의심에 불타는 선하고 불꽃같은 사람일까? 내심 기대를 품은 채 적으로서 조우했던 리베리우스는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아직 초짜 티를 다 벗지 못 한 청년 모험가는 꿍꿍이속을 숨기는 듯한 미소를 늘상 걸쳤다.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이기야 했다만 나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저 자식, 사람한테 큰 관심이 없다. 그 모습에 괘씸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리베리우스는 '빛의 전사'라는 말에, '영웅'이라는 칭호에 담긴 무게를 모르는 사람처럼 굴었다. 세간에서 본인을 영웅이라고 부르니 그에 맞게 행세한다는 느낌이 강했지 세상이나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칠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언제 한번은 전투 중에 감정이 격해지는 바람에 나의 속내를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내가 세상을 망쳐놨으니 나만은 포기해선 안 되지 않겠느냐며 너라면 알아야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천연덕스레 웃으며 "내가 알아야 했던 거군요?" 라고 받아치는 게 아니겠는가. 전투 중 으레 치곤 하는 블러핑이나 도발이었을 가능성이 없다고는 못 하겠지만⋯ 순진한 낯짝을 보고 순수하게 열에 받쳤었다. 질투심이 아예 없었다고는 말 못 하겠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시 생각해보면, 눈 앞의 이 어린 영웅만은 나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컸었다.
 본인의 잘못이라 할 수 없는 사고에 죄책감을 가지지 않길 바랐다. 나처럼 실패한 영웅이 아닌 다른 미래를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던 것도 같다. 불필요한 고통은 더이상 누구한테도 찾아오지 않길 원했다⋯⋯.

 그런 바람이 무색하게도 세상은 늘 그랬던 것처럼 나의 소망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는 멸망해가는 고향 속에서 죽어가는 너를 지켜본다. 아무것도 못 하는 채, 그저 바라만 보며.

 "⋯⋯."

 나의 세계는 빛에 의해 멸망했다. 하늘에서는 밤이 사라졌고 모든 생명은 빛 속에서 정체되어 멈춰갔다. 겨우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9할 이상이 하얗게 새어버린 땅 위에서 힘겨운 저항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곳. 그곳이 나의 고향이다.

 그런데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지⋯ 리베리우스가 이 곳의 빛을 거둬나가기 시작했었다. 세계에 빛을 퍼뜨리는 '죄식자'라는 괴물을 처치하고 그 빛을 몸에 받아들이자 하늘에는 어둠이 돌아오고 멈췄던 시간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아 나갔다. 100년 간 보지 못 했던 밤하늘을 향해 감탄을 터뜨리는 사람들을 보며, 리베리우스가 미소를 짓는 모습을 나는 보았다. 까마득히 먼 과거에 보았던 미성숙한 초짜 모험가한테는 기대할 수 없는 웃음이었다. 예전과는 많이 다른 웃음을 짓는 채로 리베리우스는 '죄식자'를 하나하나 쓰러뜨려 나아갔다.

 그리고 지금. 리베리우스는 세계의 모든 빛을 제어하지 못 했다.
 하늘의 어둠은 다시 사라졌다. 거대한 빛을 감당하지 못 한 영혼은 제 의식을 유지하지 못 했고, '어둠의 전사'라고 불렸던 영웅은 사상 최대 최악의 대죄식자가 되기 일보 직전의 상태에 놓였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모습을 보고만 있자면 그런 지금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평소처럼 깨어나 헤픈 웃음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여행길을 나설 것만 같은 모습인데도. 리베리우스는 사흘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그 몸은 언제 붕괴할지 모른다고 한다.

 백 년 동안 유령인 상태로 떠돌아 다니면서도 이 정도로 암담한 기분을 느끼지는 않았다. 끝없는 고독과 상실의 두려움 중 무엇이 더 무거운지 비교하는 건 어리석은 행위일 거다. 착잡한 마음에 연신 마른 세수를 해댔다. 이제는 닳을 일 없는 장갑 손바닥이 닳는 것만 같았다.

 "⋯⋯ 으⋯⋯."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영원할 것 같던 너의 잠은 끝나고 신음과 함께 리베리우스는 눈을 떴다. 미처 다 감당하지 못 한 빛이 체내에서 마구 날뛰는 탓에 쉽게 정신을 차리지 못 한다. 초점이 잡히지 않는 눈동자가 허공 위를 마구 굴러다녔다.

 "⋯⋯⋯ 아. 깨어났군."
 "여기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던 리베리우스가 퍼뜩 상체를 일으켰다. 표정에는 공포가 가득 차있다. 그가 이 정도로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아르버트! 그 후로, 그러니까, 제가 쓰러진 후로 어떻게 됐습니까? 수정공은요?"
 "일단 진정해." 동요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애쓰면서 대답했다. "⋯ 수정공은 에메트셀크에게 빼앗겼고 네가 쓰러지자 즉시 모습을 감췄다. 그래서 린이 간신히 너에게 응급 처치를 해서⋯⋯ 빛의 폭주를 막아보려고 했어. 효과가 있었는지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된 것 같지만 원인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니야. 네 상태는 변함이 없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 한 채 나의 말을 듣던 리베리우스.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비척거리는 걸음걸이로 창문으로 다가갔다. 두꺼운 나무로 된 창문을 열자 보이는 건 다시금 이질적인 빛에 뒤덮여버린 하늘. 새하얀 세상. 리베리우스는 말을 잃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뜬 채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게 현실이다⋯⋯. 노르브란트 전체가 다시 빛으로 뒤덮이고 있어. 모든 대죄식자의 빛을 받은 자⋯⋯ 네가 있기 때문이야."
 "⋯⋯ 해결해야 해."

 리베리우스가 중얼거렸다.

 "내가 원래대로 되돌려야 해⋯⋯."

 그 말을 끝으로 창틀을 짚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비틀비틀 걸어가는 리베리우스를 억지로 붙잡아 말릴 생각도 하지 못 했다. 어차피 나는 유령이었으니까.

 "어이, 이봐! 어딜 가는 거야!"
 "안 따라오셔도 상관 없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젠장." 답답한 마음에 내 머리를 헝클였다. "냉정하게 말해 방법도 없잖아. 얌전히 있어봐."
 "대책이라면 생각해둔 게 있어요."
 "알겠으니까 제발 진정 좀 하고-"
 "─내가 진정을 할 수 있겠어?!"

 리베리우스가 나를 돌아보고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노호했다. 이렇게까지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너도 이랬잖아, 너라면 알잖아! 세계가 씨발 나때문에 좆됐는데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큭, 나도 알고 있으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거다.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움직여봤다 죽도 밥도 못 돼!"
 "아직 내 동료들이 이 세계에 있어. 이런데 내가 어떻게 얌전히 쳐누워서 멸망하는 거만 기다려? 난 절대 못 해. 내가 걔네 죽는 걸 어떻게 다시-"

 요동치는 감정에 맞추어 체내에 봉인했던 빛 에테르 또한 넘실거렸다. 고통을 참지 못 하고 말을 멈춘 리베리우스는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몰아쉬었다. 쿨럭. 새하얀 액체가 바닥에 철퍽 떨어졌다. 소화되지 못 한 빛 에테르가 뭉쳐 고인 것이다.

 "⋯⋯ 아직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말했잖아."
 "⋯⋯."
 "괜찮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않은 리베리우스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어 앉았다. 식은땀을 흘리는 그의 등을 쓸어줄 수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유령인 내가 할 수 있는건 정신을 잃지 않도록 옆에서 말을 걸어주는 것 뿐이다.

 "적어도 동료들이 올 때까지는 기다려. 이럴 때일수록 단독 행동이나 돌발 행동은 삼가라. 그게 모두한테 더 좋을 거다."
 "⋯⋯."
 "⋯ 이런 상황에서 동료를 믿어야지 그럼 언제 믿겠어."

 동료 이야기가 나오자 상태가 훨씬 좋아진 게 보인다. 바쁘게 오르내리던 견갑골이 차차 원래의 속도를 되찾아갔다. 눈꼬리에 약간의 눈물을 매단 채 고개를 들어올리는 리베리우스는 평소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영웅한테 어울리는 웃음이다.

 "⋯⋯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방금 제가 한 말은 부적절한 발언이 많았네요. 다음부터는 조심하도록 할게요."
 "⋯⋯ 너⋯."
 "이렇게⋯ 많이 아픈 건 처음이라서 이성적인 사고가 힘들었나봐요. 미안합니다."
 "⋯⋯."

 그가 보이는 인격적인 이상에 무어라 말을 해주고는 싶었다. 하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의 방에 멋대로 쳐들어와 눌러앉은 유령이고, 그와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다. 이미 리베리우스와 같은 것을 겪었고 그릇된 선택을 해본 사람이 동료도 뭣도 아닌 자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입술만 몇 번 달싹이곤 끝이었다.

 "⋯⋯ 움직일 수 있다면 잠깐 거리를 둘러보면 어때? 여기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보다 마음이 안정될지도 몰라."

 대신, 나는 보여주기로 했다. 내가 존재할 동력을 얻었던 광경을 리베리우스한테도 주면 어떨까 싶었다.
 다행히 리베리우스는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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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공식 게임 스크린샷. 구현의 한계로 캐릭터의 외관 설정과 다른 부분이 존재합니다.
  • [2] 선생님, 백수, 모험가 등등...